대전 둔산동에서 병원(시온연합진료)을 운영하고 있는 윤석현 원장은 올 초 아내와 함께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부부가 각자 1억원씩 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같은 동네에서 소아과를 운영하고 있는 아내 노혜미 원장은 “선배 부부가 먼저 봉사활동을 하셨는데, 권유하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그 분들에 비하면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충남대병원 원내 커플이던 부부는 윤 원장이 지금의 장모님을 치료하다 결혼에 골인했다. 슬하의 두 아들은 이제 어엿한 중학생이다. 노 원장은 “두 아들은 기부사실을 몰랐는데,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에 함께 갔다가 알게 됐다”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나중에 자기들도 가입할 거라고 해서 뿌듯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고 아이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전했다. 윤 원장도 “다음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말을 보탰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부부의 기부와 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신앙생활을 통해 기부에 나섰고 의사란 직업적 책임에 봉사의식을 더해 2002년부터 해외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아이티, 멕시코 등 방문한 국가만 나열해도 한 손이 부족하다. 2년 전 윤 원장이 미국 유학에 나섰을 땐 온 가족이 1년간 LA에서 생활하며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제가 유학길에 오르면서 가족 모두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쉼이 있었어요. 아내도 1년간 일에서 떠나 오로지 가족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아내의 모습,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됐고 저 또한 제 못난 모습을 돌아보게 됐지요. 아내와 저 모두 서로를 좀 더 알게 됐습니다.”
유학 중에도 봉사활동의 끈은 놓지 않았다. 아이티, 멕시코를 넘나들며 부부가 서로 의술을 나눴고, 아이들도 동참해 직접 보고 느끼며 부부의 봉사활동을 체험했다.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아내가 그러더군요. 매년 가족이 함께하는 봉사활동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여름 휴가기간엔 네 식구가 봉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해엔 베트남에 다녀왔고 올 7월엔 필리핀에 의료봉사를 나갈 계획입니다.(웃음)”
아무리 의좋은 형제도 재물 앞에선 남보다 못하다는데, 하물며 부부의 소통은 어떨까. 윤 원장이 “남자는 어떤 순간에도 여자 말을 들어야 한다”며 슬쩍 아내를 쳐다보자 노 원장이 “서로 관심사가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남편이 하는 일에 별 의견 충돌은 없어요. 아이들도 아빠, 엄마가 하는 일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저절로 교육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맞벌이 부부라 육아 스트레스가 많은데 가족에게 하나의 공통 관심사가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더군요. 아, 아무리 그래도 부부싸움이 없진 않죠. 정말 화가 나면 서로 말이 없어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