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신의 영역’의 복지를 자랑한다는 실리콘밸리에 IT기업들은 만족을 모른다. 매순간 복지수준을 높이며 기하급수적인 자금을 퍼붓고 있다. 국내 기업 정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복지혜택들을 잠시 엿보자.
(위)안락한 빈백 소파에서 자유롭게 회의하는 구글 직원들, (아래)트위터 직원들이 사용하는 깔끔한 주방시설
(위)트위터 본사 내 설치된 게임 룸, (아래)소프트웨어 기업 SAS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있는 직원들
구글의 위엄 “애플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국내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은 어디일까? 올해 1월 10일 캠퍼스 잡앤조이가 20~30대 구직자 504명(대학생 포함)을 대상으로 입사를 희망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해 물은 결과 ‘구글’이 36.5%를 차지해 1위로 꼽혔다. 2위와의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압도적 1위다. 뒤를 이어 유한킴벌리(14.9%), BMW코리아(14.1%)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애플코리아(10.5%)는 4위에 그쳤다. 5위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9.7%)가 차지했다.
설문결과는 비단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꿈의 직장’ 왕좌에 올라 있다. 답은 복지제도에 있다.
구글 본사의 직원들은 자체 디자인한 1000대 자전거와 전기차로 움직인다. 업무시간이라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직원들은 당구를 치거나 맥주를 마신다. 식사시간이 되면 20개에 달하는 뷔페식 카페로 향한다. 전 세계 인재들이 모여 있는 만큼 양식, 중식, 일식, 한식까지 기호대로 메뉴를 고를 수 있다. 김밥과 김치도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식사는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 식사가 다소 무겁다면 본사 내 30m마다 설치되어 있는 간식대에서 군것질을 해도 좋다.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준비돼 있는 이곳은 ‘항시 음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 아래 먹을거리가 항상 넘쳐난다. 역시 무료이며 방문객도 자유롭게 이용가능하다. 식사 후에는 낮잠 캡슐에서 수면을 보충하거나 볼링장에서 내기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이밖에 드라이클리닝 시설을 갖춘 세탁시설, 미용실, 보육시설을 갖춘 캠퍼스에는 최근 축구, 야구, 테니스, 롤러하키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스포츠 시설이 새롭게 개장하기도 했다.
구글에 핵심 인재를 빼앗길 위기에 놓인 애플 역시 복지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기획한 71만㎡ 규모의 새 캠퍼스에는 우주선이 내려앉은 모양의 원통형 건물이 들어섰다. 내부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장을 비롯해 레고방, 게임 아케이드, 무료 미용실 등이 구비돼 있다. 인근에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과수원이 조성됐다.
리더의 임무는 아침에 직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분석전문 소프트웨어 기업 ‘SAS’는 구글에 필적하는 복지혜택을 자랑한다. 미국 경제 전문 포춘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에 10년 연속 선정된 이 기업은 직원들의 건강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인다. SAS 본사에는 전문 의료센터와 훌륭한 체력단련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밖에 집에 있는 아이가 신경 쓰여 업무에 방해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형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SAS의 직원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 대신 의료진이 상주하는 의료센터로 향해 치료를 받는다. 운동이 필요한 직원들은 6만6000㎡ 규모의 최첨단 피트니스 센터엔 수영장을 비롯해 각종 체육시설이 직원들을 맞는다. 6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원 시설은 월 410달러의 낮은 이용료로 이용가능하며 양육 보조금도 지급한다. 이 밖에 SAS는 모든 직원들에게 개인사무실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짐 굿 나이트 SAS 회장은 일찍이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며 “내 임무는 직원들이 아침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복지가 기업의 지향점임을 분명히 했다
‘야후’ 역시 최근 복지혜택을 부쩍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CEO 자리에 오른 마리사 메이어는 시대를 역행하듯 재택근무를 금지시킨 바 있다. 이에 따른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복지혜택을 선택했다. 요가나 골프 레슨, 스키 리조트, 테마파크 할인권 등을 제공하는 한편 구글과 마찬가지로 본사에 한해 공짜 음식을 제공하고 마사지 시설과 체육관 등을 확충했다.
이러한 복지 경쟁은 비단 거대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구글이나 SAS에 비해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트위터’는 새로운 사무실로 옮긴 후 기존 케이터링 서비스를 탈피해 랜스 홀튼(Lance Holton)을 수석 셰프로 영입해 카페테리아 운영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본사 옥상에 탁 트인 하늘 정원에는 직원들이 산책을 하는 공간 외에 야외 회의가 가능한 테라스가 설치되어 있고 더운 날에는 아이스크림 카트도 설치된다. 이 밖에 내부에는 게임 룸, 요가 룸이 구비되어 있으며 예약을 통해 마사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에버노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매년 1000달러를 조건 없는 휴가비로 제공한다. 사무실에는 런닝머신 책상이나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 등을 채용해 직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밖에 바쁠 때는 가정부를 집으로 보내 청소와 빨래를 대신해주는 등 흥미로운 복지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