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처럼 직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자금이 소요될까? 구글의 직원 수는 미국에만 5만명이 넘는다. 무료로 제공하는 밥값이 8~10달러 정도니 한 끼 식사에만 40~5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전체 유·무형의 복지혜택에 드는 비용은 가히 기하급수적이라 계산조차 힘들다.
항간에는 거대 IT기업들의 복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비판론도 존재한다. 혁신적인 기술로 벌어들인 수십억 달러 수익의 상당부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사내 복지 확충은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업무능률을 향상시키고 우수한 인재 유치는 내부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주창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사내복지 투자에 대해 “직원들이 회사를 가족처럼 느끼고, 회사의 구성원이란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생산성과 관련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기찬 IGM 교수는 기업의 사내복지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직원의 동기부여를 높여 업무 몰입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 대한 직원의 자부심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업무 스트레스 해소로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수한 인재 유치와 보유(Retention), 셋째는 성과 중심 위주의 임금관리가 주는 임금 공정성 반발에 대한 보완책, 마지막으로는 노동조합과의 협상(Bargaining)에서의 대응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박 교수는 “해외글로벌 기업들이 차별화된 사내복지 제도 등을 통해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유인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전략”이라며 “특히 IT 관련 직군의 경우 훌륭한 사내복지가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90년 뒤처진 국내기업들 ‘눈치문화’ 가장 큰 장애물
“사내복지는 국내에 아직까지 생소한 분야로 학계의 연구도 거의 전무한 상태다. 해외 역시 기업들이 중요성을 깨닫고 활성화된 개념이고 국내 기업들에 전파된 것은 불과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내복지 개념이 생겨난 것은 1929년 대공항 이후라고 밝히며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라고 했다.
그는 “1935년 미국의 Social Security Act(사회보장법)가 입법화되고 일부 기업들도 복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나 개인의 역할을 강조해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1950년대 들어 산업의 팽창에 따라 인재수급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라 인력을 유인하고 확보하는 도구로서 복지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제 걸음마를 뗀 국내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복지 수준의 간극은 얼마나 클까?
박 교수는 이에 대해 “1920년대 초 웨스턴일렉트릭(Western Electric)사는 이미 약 7000여명의 직원들의 충성도를 올리기 위해 연금, 질병휴가, 장애수당을 제공하고 다양한 시설을 만들어 테니스 대회, 야구리그, 콘서트, 미인 선발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야간 강좌를 개설해 직원의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켰다”고 밝히며 “이미 출발선이 다른 국내 기업과의 비교는 의미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그는 해외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의 환경이 차이가 나는 만큼 다른 전략을 통해 사내복지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업의 특성이나 회사의 인력운용계획을 심층적으로 감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회사의 사례가 좋았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서 설치하는 경향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나 자금 수준을 고려하면 글로벌 회사들과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복지가 잘 갖춰진 글로벌 기업들의 시설이나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따라할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의 특성과 인력의 구성, 실질적인 직원들의 이용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사내복지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IT기업들은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다양한 시설이나 건축물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제조업에는 전혀 다른 복지가 효과적일 수 있다”며 “기업의 성격에 맞는 세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공간적인 제약이 많은 만큼 하나의 주된 용도로 활용하기보다는 시간이나 참여 대상을 감안해 2개 이상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창의적으로 조성된 공간은 기업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어 직원들의 로열티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복합적인 공간활용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엇보다 직원들이 복지혜택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화려하게 최첨단 피트니스센터를 꾸며놨는데 막상 직원들이 찾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사내 복지시설을 찾은 사람이 혹시 내가 농땡이를 피우는 것은 아닌지, 성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지 등의 쓸데없는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업 내부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 복지 별로거든!‘체육대회’ 쓸모없는 복지제도 1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038명을 대상으로 ‘복지제도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사 규모를 고려했을 때 보통(32.1%)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가운데 다소 불만족 (30.3%), 매우 불만족(17.6%)의 부정적 의견이 다소 만족(16.1%), 매우 만족(3.9%)이라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복지제도에 대해서는 5명 중 2명인 43%가 ‘직원 체육대회 등 행사 진행’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사내 카페테리아 운영’(27.2%) ‘동호회 활동 지원’(25.6%) ‘선택적 복지제도(복지포인트제도)’(17.7%) ‘개인 차량 유류비 지원’(15.5%) ‘피트니스센터 등 체육시설 지원 및 운영’(15.4%) ‘출퇴근 통근 차량 운영’(13.5%) 순이었다.
82.2%의 직장인은 복지제도가 좋다면 연봉이 다소 낮더라도 이직, 입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해 복지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기업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