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부쩍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세계시장에서 어깨를 겨루고 있다. 우수한 핵심 인재의 영입은 경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복지는 인재를 모은다’는 공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기업들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하나둘 복지에 눈을 뜨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직원휴양소를 운영하거나 경조사비를 지원하고 생일이나 개인 기념일을 챙기는 것 등이 일반화 되고 있다. 유사한 시설이나 제도를 갖추고 있는 와중에 기업의 특색을 잘 나타내는 사내복지공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스코 사옥 내 복합문화공간 ‘포레카’
직원들이 원하는 것 다 갖춰현대카드·현대캐피탈
“자기야 사랑해!”
갑작스러운 애인의 짓궂은 사랑고백 요구에도 현대카드 직원들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옥 곳곳에 설치된 통화부스 안에서는 자유롭게 개인적인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무실의 경우 개인적인 전화는 비상구나 계단, 화장실 등에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하기 마련이다. 현대카드는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해 사옥 층별로 통화부스를 설치해 직원들의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고 개인적인 통화라도 마음 편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외부인 출입이 쉽지 않은 현대카드 사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회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본사 2관 1층 로비에 자리 잡은 아이디어 테이블이다. 커다랗게 말려있는 롤링페이퍼(Rolling Paper)를 펼쳐 아이디어 테이블 옆에 구비되어 있는 문구류 박스에서 필기구를 꺼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밖에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본사 사옥에는 건물 밖으로 툭 튀어나온 공간이 하나 있다. 유리로 된 직육면체의 외관이 차가운 세련미를 풍기고 있는 이곳은 점심시간에는 샐러드바에서 음식을 담아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오후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The Box’로 불리는 이곳은 저녁이 되면 대형스크린 영상에 맞춘 음악이 흐르고 요리와 맥주,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과중한 스트레스 24시간 날리자 제일기획
광고업 특성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원들을 위해 제일기획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사 2층에 아이스파(i-spa)는 사무공간과 별도로 24시간 운영되며 안쪽에는 책,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과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도록 만든 게임룸이 자리하고 있다. 안마의자와 수면소파, 만화책이 비치된 휴식공간도 한 켠에 마련돼 있다.
이와 별도로 제일기획은 휴(Hyu·Healing Your Uptrend)라고 하는 스트레스 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신경계 검사를 통한 스트레스 현황 파악은 물론, 전문상담사와의 면담을 통해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 지수나 피로도가 높아 치유가 필요한 직원들은 홍천에 위치한 힐링빌리지인 ‘힐리언스 선마을’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해 정신적인 케어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가 편해야 부모도 편하다하나금융그룹
은행업은 지점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 특별한 복지시설을 갖추기 힘들다. 특히 여성 비율이 높은 업의 특성상 직원들이 자녀 보육에 애로사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은행들은 올해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는 출산과 육아 등에 따른 업무 공백을 덜 수 있고 사회적인 책임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반포 하나 푸르니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연내 어린이집 11개를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역시 올해 일산 부산 등 10곳의 어린이집을 열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연내 3개를 추가로 신설하고 3년 이내 30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산에 한 곳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신한은행의 경우 새로운 노동조합지부가 출범한 올해 2월부터 어린이집 개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창의성은 놀이에서 나온다포스코
포스코는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과 창의 문화 조성을 위한 놀이공간인 ‘포레카’를 운영하고 있다. 포레카란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Eureka)’를 ‘포스코(POSCO)’와 결합한 것으로 문제 해결의 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포스코센터 동관 4층에 자리 잡은 ‘포레카’는 국내 최대인 총 1190㎡(360평) 규모로 휴식(Refresh), 펀(Fun), 스터디(Study) 공간으로 구분해 이용자들에게는 휴식과 다양한 놀이,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직원들은 포레카에서 주중에는 인문예술창작 프로그램과 프렘트 워크숍 등을 지원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 밖에 음악·미술·어학·문학 등 사내 동호회들의 ‘아지트’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포레카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400여명일 정도로 많은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본사 외에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과 광양에도 포레카를 개관했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근무 특성에 맞춰 24시간 개방하고 카페테리아 관리자가 퇴근한 후에도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인매점(저녁 8시~아침 8시)을 설치했다.
회사로 4년제 대학간다KDB금융그룹
KDB대우증권 김단비(22) 사원은 올 3월부터 부쩍 바빠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 2년차인 김씨는 KDB금융대학에 입학해 새내기로서의 삶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 위치한 대학캠퍼스에서 김씨는 매주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빠듯하게 경제학개론, 경영학개론 등의 전공과목과 CEO 특강 및 체육, 국어·역사·철학·영어 중 1~2개 과목을 선택해 교양과목을 수강한다. 이 외에 교양과목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제휴를 통해 스스로 수강한다. 등록금 등 교육경비는 전액 회사가 부담하며 지방 근무자를 위해 통학 여비, 숙박, 셔틀버스 등도 지원한다. 그동안 기업들이 사내대학을 설치한 경우는 많았지만 4년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케이스는 최초다. 개설학과는 금융학과(입학정원 120명) 단일과정이며 올해 78명의 첫 새내기들이 입학했다.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시 상담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의 직무 몰입과 정신건강을 돕는 상담 코칭센터 ‘하모니아’를 운영하고 있다. ‘일과 삶의 하모니를 찾는 곳’에서 이름을 따온 하모니아는 Career(경력개발), Work(역량개발), Family(가족상담), Life(생활상담) 등 4개 분야에 대해 상담 및 코칭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밖에 심리진단을 통한 개인 상담과 리더십·커리어코칭(Career Coaching)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임직원 가족이 참여하는 부부·자녀상담 및 재정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하모니아에는 전문심리상담사 2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수시로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상담을 받은 직원과 가족은 1800여명에 이른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편한 의자와 읽을거리, 음악 감상 서비스가 제공되는 사내 휴식 공간 Refresh Zone과 피트니스 센터 등 사내 운동시설을 운영해 직원들의 심신단련을 지원하고 있다.
요즘 뜨는 사무실a 디자인임원실은 오픈형이 대세
기존 임원실은 머나먼 섬인 경우가 많았다. 각각 떨어져 있는 섬들처럼 개개인에게 독립된 방이 주어지는 형태가 주를 이뤘고 배치 역시 직원들의 업무행태를 감시하거나 임원의 권위를 세우는 데 중점을 뒀다.
최신 오피스 트렌드 키워드는 ‘커뮤니케이션’. 임원이나 CEO의 소통 능력이 곧 지휘력이 됐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국내에서도 권위적인 형태를 벗어나 동적이며 오픈된 구조를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던하고 직선적인 디자인과 밝은 톤의 색상을 통해 그 구조와 형태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임원실 내 디자인과 배치는 활동적으로 일하는 젊은 CEO 이미지를 잘 부각시킬 수 있다,
단 경영전략과 중대 결정을 고민해야 하는 직급의 특성상 일반직 워크스테이션과 분리되어 있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업종이나 기업 분위기에 따라 어두운 톤과 폐쇄성이 유지된 디자인과 배치는 비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파티션은 낮아지고 유동좌석제 채용 워크스테이션의 변신
워크스테이션은 ‘개방과 폐쇄가 공존’하는 영역이다. 직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파티션의 높이는 점차 낮아지고(일반 기업 평균 약 1.2m) 이마저 아크릴,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스크린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없애 물리적 장벽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크다. 유사 업무와 협업이 주를 이루는 부서(영업팀, 마케팅팀)의 경우엔 카페형식의 직선형 책상을 벤치형으로 배치해 공간 효율과 개방성을 높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한 IT 및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스마트 오피스’는 국내 기업 문화에 맞게 정착되고 있는데 단순히 최신 IT기기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의 고유 특징과 문화에 맞도록 사무환경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까지 인기를 끌었던 L형 책상과 파티션에서 벗어나 직선형 책상과 수납공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넘어오고 있으며, 아예 고정좌석제에서 유동좌석제를 적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와 반대급부로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단기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무공간은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화 벨소리, 주변인의 시선이나 대화에 방해 받지 않는 1인 공간과 소회의실의 형태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1인 공간의 경우 파티션의 높이와 공간 위치뿐 아니라 간접 조명을 별도로 설치해 마치 독서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해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Wall System을 도입한 소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