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고향인 김복동 씨는 매년 1월 1일이면 낙산해수욕장에 내려가 새해 첫해를 맞이한다. 결혼 전 고향 친구들과 함께하던 연례행사가 결혼 후엔 김씨 가족의 아기자기한 추억으로 자리했다. 총각시절과 변함없는 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목표와 결심을 되뇐다는 것. 그러던 김씨가 2013년을 앞두고 달라졌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새해 해맞이 준비를 하던 김씨는 이제 곧 다섯 살이 되는 외동딸의 미래를 떠올리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직장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잘할 수는 있는 건지, 자의든 타의든 퇴직 후에는 뭘 하고 살지, 딸내미 교육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남들이 얘기하는 노후자금은…, 만약 자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다면 와이프와 딸은…, 나열해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리되거나 준비된 게 없었다. 오싹해진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 건 비단 ‘돈’ 때문이 아니라 ‘시간’ 때문이었다. 언젠가 TV에 출연한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 한 대목이 떠올라 마음이 급해졌다.
“구글에서 ‘Time’을 검색해보면 사이트가 거의 100억 개에 이릅니다. 가장 관심 있어 할 것 같은 ‘Sex’는 6억 개 밖에 안돼요. 도대체 왜 이토록 시간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그건 두려워서죠.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시간이에요. 죽음이 아니지. 죽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 시간을 두려워한다는 이야기죠. 어디로,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종잡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공포에 맞서려고 달력을 만들어 냈잖아요….”
올해 불혹이 된 김씨는 새해 첫 해맞이에서 30년 계획을 되뇌었다. 30년 후면 70세, 우선 1년 계획부터 차근차근 실천할 요량이다. 김씨는 요즘 다이어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이어리 첫 장엔 ‘작심삼일’ 대신 ‘작심삼십년’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Chapter 1인생 80년, 행복하지 않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남성은 0.6년, 여성은 2.0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평균 81.2년으로 전년대비 0.4년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생명표’를 살펴보면 2011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남성 77.6년, 여성 84.5년으로 평균 81.2년이었다.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남성의 경우 스위스가 80.3년, 여성은 일본이 86.4년으로 각각 2.7년, 2.9년 높았다. 시도별 기대수명은 서울(82.7년)과 제주(82.2년)가 높은 반면 충북(80.1년)이 가장 낮아 시도 간 차이가 최대 2.6년이었다.
30·40·50세(2011년 현재) 남성을 기준으로 평균 기대수명을 살펴보면 30세 남자는 48.5년, 40세는 39년, 50세는 29.9년 더 생존할 수 있다. 물론 문제는 어떻게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다. 통계청의 기대수명에 맞물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설문조사를 들여다보면 과연 행복한 삶의 기준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50~59세 가운데 기업체 임금근로자 500명, 퇴직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후를 준비 중인 우리나라 50대 5명 중 3명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퇴직경험자의 경우 다시 취업하고 싶지만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요즘 행복하다고 느끼십니까’란 질문에 61.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행복하다고 답한 이들은 퇴직자(33.8%)가 근로자(43.2%)보다 낮아 퇴직경험자의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요소’로는 자녀부양 및 교육·진로·결혼이 42.7%(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높았고 본인의 건강(39.5%), 퇴직 후 일자리(35.7%), 가족 생활비(32.6%) 순이었다. 퇴직경험자 500명 가운데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250명 중 48.8%가 퇴직 후 1년이 지나서야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었고, 실업수당이 지급되는 6개월 이내에 재취업에 성공한 이는 응답자 중 32.4%에 불과했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0대는 퇴직 후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퇴직자 대상 전직지원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 사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은 비단 50대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임원출신의 한 커리어 컨설턴트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모든 이들이 퇴직과 노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점차적으로 은퇴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은퇴 이후 소득 없이 살아야 할 시간은 턱없이 늘어나 버렸다. 약 55세까지 직장을 다닌다 하더라도 이후 30년을 버텨야 하는데 정작 직장생활은 30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 덕분에 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평생 동안 30년을 벌어 퇴직 후 30년 동안 써야 하니 결국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흔히 ‘전세살이→내 집 마련 고민→교육비 부담→노후 문제’ 등으로 이어지는 인생살이 패턴 중 “노후가 좋으면 다 좋다”며 “노후준비의 가장 큰 적은 준비를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Chapter 2적응과 형성의 시기, 30대
2000년대 들어서며 한국의 30대는 삼팔선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38살에 퇴직, 그래서 삼팔선이다. 농반진반 섞은 우스개에 섞여 나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30대의 30년 대계는 60대에 완성된다. 인생은 60부터란 말, 30대에 세운 인생설계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2013년 현재 30대 직장인은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결혼하는 시기다. 우선 인륜지대사인 결혼이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1.9세, 여자는 29.1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초혼연령은 30년 전에 비해 5.5세 증가했고 여성은 6.1세 증가해 상승폭이 더 컸다. 그렇다면 과연 결혼에는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될까.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제2차 가족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여성이 약 2936만원, 남성이 그 2배 이상인 8087만원이었다.
결혼자금의 가장 큰 목돈은 역시 전세자금이다. 서울 외곽지역 83㎡ 이하 소형아파트의 전세값이 2억원 내외이니 월 100만원씩 모은다 해도 10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된다. 웨딩플래너 등 결혼전문가들은 결혼비용 마련에 있어 세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0대 미혼 직장인을 위한 단기계획을 소개한다.
첫째, 결혼 상대가 없어도 언제 할 것이란 계획이 필요하다. 목표가 생기면 수입과 지출 관리가 투명해진다. 종잣돈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다. 둘째, 잠정적인 결혼비용을 설정해야 한다. 막연하게 영화 속 신랑, 신부를 꿈꾼다면 단기든 장기든 인생설계와 동떨어진 소비성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자칫 방심하면 막연하기만 했던 삼팔선, 현실로 다가온다. 셋째, 결혼자금용 적금과 적립식 펀드 가입은 필수다. 매달 차근차근 진행하면 약 3년 이후는 종잣돈(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20대를 위한 계획이라지만 30대의 30년 대계에도 그 뜻한 통한다.
젊은 시절엔 이력서가 재산명세서다
젊은 시절의 재테크는 단순히 돈을 모으고 불리는 기술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몸값을 올리는 게 바로 정확한 재테크다. 몸값에 대한 투자는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보다 수십 배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 저축으로 늘어나는 재산은 한계가 있지만 몸값으로 늘어나는 재산은 한계가 없다.
그렇다면 외국어, 자격증 습득 등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 비용이 적당할까. 커리어 업계에선 이른바 ‘30%룰’을 이야기한다. 연령에 30%를 곱한 후 나온 수치를 연봉의 %로 적용해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세에 연봉이 3000만원이라면 30%룰을 적용해 연봉의 9%인 270만원을 할애한다. 이 금액은 1년 동안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용(자기계발, 연금가입 등)하고 아까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투자한 만큼 이력서에 기재할 내용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또 하나, 30대의 30%룰은 소득의 차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노후대비를 가능케 한다. 이 룰에 관대한 이는 소비습관이 짜임새 있게 변화된다.
평생 자산현황표와 소득흐름표가 필요하다
투자소득보다 근로소득이 많은 30대는 가계부가 절실하다. 지출습관에 대해 막연히 짜임새를 갖자고 되뇌지만 막상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시기에 지출습관이 형성되지 못하면 평생 대출의 악순환을 지울 수 없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가계부를 사용하면 자금계획 수립이 용이해진다. 매년 자산 증가와 감소를 예측할 수 있어 새로운 투자가 가능해진다.
직장생활의 인맥은 금맥이다
음모와 술수, 아부, 줄서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는 경력과 실력을 뒷받침해주는 필수요소다. 혈연관계나 학연이 플러스 요인일 순 있으나 실력과 소통이 배제된 네트워크는 부정과 부패에 빠지기 쉽다. 직장생활의 인맥은 실력과 가치를 향상시키는 정보이자 적극적인 경력 관리 수단이다.
커리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직장인 이직 시 기본은 평판조회”라며 “평판의 기본은 인맥관리”라고 강조했다. 인맥관리의 기본은 첫째, 꾸준한 교류 둘째, 관심사 공유 셋째, 가벼운 약속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인 교류를 위해 학교나 포럼, 동호회를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실력에 인맥이 더해지면 한걸음 먼저 성공에 다가설 수 있다.
Chapter 3
당당히 준비하는 은퇴, 40대
IT계열 중소기업에서 상무로 근무 중인 윤성동 씨는 올해 4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두 아들은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했고 아내는 전공을 살려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윤 상무의 연봉은 8000만원 남짓, 대기업에 입사해 이제 갓 부장으로 올라선 친구들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창업멤버로 십수년 일하며 청춘을 바친 직장은 가정 외에 그의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성과다. 이런 게 행복인가 싶던 윤 상무가 노후를 걱정하게 된 건 대학 선배를 만나고서부터.
중견기업 이사로 재직하다 지난 연말 갑자기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선배는 백수생활 2개월 차라며 힘없이 웃었다. 퇴직하면 여행이나 하며 지내겠다던 막연한 생각은 50대 초반이란 나이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첫 아이, 아파트 대출금이란 현실 앞에 공염불이 됐다. 여행하며 지내기엔 고정 지출이 많았고, 연금으로 생활하기엔 나이가 턱없이 모자랐다. 윤 상무는 그런 선배를 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살 수 없다면 70살까지 대책이 필요하다.’
컨설팅이 필요한 시기
윤 상무는 노후를 생각하며 가장 먼저 자산관리전문가를 찾았다. 주거래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에게 컨설팅을 요구한 것. 그동안 자신과는 거리가 먼 자산가만 상대하거나 따로 컨설팅 비용이 드는 줄 알았던 윤 상무는 이곳에서 현재 자산과 고정지출, 투자에 대해 알아보고 재테크 방향을 수정했다. 40대에는 인생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과 배우자 외에 누군가의 냉철한 판단으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전문가의 전략과 분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전문가의 시각을 빌리면 그만이다. 여러 대안 중 자신과 가장 궁합이 맞는 부분을 선택하면 된다. 컨설팅은 의사의 진단이 아니다.
직장생활의 황금기, 마지막까지 불태워라
직장인의 가장 큰 무기는 동료와 상사에게 인정받는 전문성이다. 흔히 직장생활의 절정기는 40대라고 말한다. CEO코칭 전문가들은 “40대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중견간부 혹은 임원이자 업무적으로 가장 뛰어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시기”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조언도 잊지 않는다. “직장생활의 황금기인 동시에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자칫 황금기의 달콤함에 젖어 방심하다 한순간에 뒤처질 수 있단 얘기다. 지난해 말 은퇴한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장에서 부장이 될 때까진 장점의 논리가 적용되지만 임원은 배제의 논리가 적용된다”고 충고했다.
부장직급까지는 장점(실력)으로 올라서지만 임원은 단점이 제거된 이들이 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성공하는 직장인(임원)의 최단 코스는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현재 직장생활만이 아니라 미래의 은퇴 이후를 생각하면 선후배와의 관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후배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선배는 퇴직 후에도 그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이직 혹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할 때 직장생활에서 얻은 꼬리표는 성공행 직행열차의 티켓이 될 수도, 실패의 과녁이 될 수도 있다.
노후 vs 자녀
직장인이 당당하게 은퇴할 수 있는 조건을 따져보면 첫째 내 집 마련, 둘째 자녀교육, 셋째 노후대비로 요약된다. 무엇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명제다.
세 조건 중 40대의 30년 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교육과 노후대비의 충돌이다. 한국의 교육열과 경쟁심리가 문제다. 고득성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사는 저서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에서 “자녀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건 결코 자녀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자녀의 교육비용과 노후대비 저축을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다면 두 가지 중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자녀에게 부양의 의무를 지울 것인지, 일부 희생하고 은퇴 후 자녀에게 짐을 지우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이사는 “당신 자녀의 배우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명쾌하다”며 “(은퇴 후 기대수명이 30년이라면) 자녀가 부부를 부양한다면 29년의 취업 기간 중 26년 동안 부양의 의무를 안게 된다. 그렇다면 자녀는 당신이 바라는 대로 성공하는 게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노후대비만큼 절실한 문제도 없다. 당장 닥친 일은 아니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들고 날고 뺄 수 없는 문제다. 또 한 가지, 노후가 좋지 않으면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 그동안 좋았던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노후대비용 연금상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30년 대계의 첫 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 수명 늘리는 비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앨러미더 지역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추적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지역 45세 이상 백인 남성 6928명을 대상으로 수명과 7개 건강행위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조사다. 45세 남자를 기준으로 아래 조건 중 6가지를 실천할 경우 잔여수명 33년, 5가지를 실천하면 28년, 3가지 이하만 실천할 경우 잔여수명은 22년 미만이다.
1. 하루 7~8시간 수면
2. 매일 아침식사
3. 간식을 먹지 않는 습관
4. 적절한 체중 유지
5. 일주일에 3번 이상 규칙적인 운동
6. 술은 적당히 혹은 금주
7. 금연 Chapter 4인생 2막을 위한 시기, 50대
중견 자동차 부품회사의 전무로 근무하고 있는 이종만 씨는 올해 50대 중반이 됐다. 경기불황에 나름 선전하고 있는 이 전무는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하지만 어딘지 허전했다. 지난 연말 잠시 시간을 내 대학 동기 송년회에 들른 이 전무는 그 허전함의 원인을 찾았다. 어느새 쉰을 훌쩍 넘긴 나이가 부지불식간에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어지간한 기업의 임원인 동기들과 농담처럼 나눈 은퇴 이후의 생활은 더 이상 농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50대 초반에 느꼈던 은퇴와 중반이 된 지금 눈앞에 다가선 현실은 무게부터 틀렸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10년 말 대기업 평균 정년은 57.3세였다. 연도별 평균 정년 추이를 보면 2000년 57.2세, 2003년 56.7세, 2006년 56.9세, 2008년 57.1세, 2009년 57.2세, 2000년 이후 비슷한 수준이다.
50대는 청춘을 바쳐 노력했던 직장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기이자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계획대로 실행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간과하는 문제 중 하나는 ‘착각’이다. 비교적 충분한 자산이 있기 때문에 이미 노후대비는 끝났다고 믿는 것이다. 과연 돈이 노후대비의 전부일까.
현재 자산이 전부가 아니다
통장의 잔고가 아무리 높아도 10년, 20년, 30년 후 노후의 대비책이 될 순 없다. 이른바 소유의 매력이자 함정이다. 최소한의 자산을 갖고 있다고 위안 삼을 순 있겠으나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현재의 1억원이 30년 후 1억원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장할 수 없다. 자산 중 일부는 실물자산으로 소유해야 한다. 다소 이론적이긴 하지만 주식형 펀드도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가치 상승 역할을 할 수 있다. 50대에는 일하는 게 곧 재테크다. 가장 바람직한 이상형은 할일과 연금소득, 금융자산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적어도 월급을 대체할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월급을 대체할 소득이 없으면 빨리 늙는다”고 충고한다. 50대에게 수익형부동산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몸이 건강해야 생활이 즐겁다
직장생활의 근간은 건강이다. 시쳇말로 월급쟁이의 밑천은 몸 하나 뿐이다. 만에 하나 어딘가 문제가 생기면 아내와 가정, 직장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무너져 버린다. 가장 중요한 재산관리는 건강관리다. 일하는 동안은 물론 은퇴 후의 삶을 위한 첫걸음이다. 직장 건강검진 시 으레 남들도 다 그럴 거라고 웃어넘기던 진단, 이 시기에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가족이 노후의 근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정년퇴직을 맞이한 베이비부머들의 상당수는 가족관계가 허술하고 취미 여가도 꽤 단조로운 편이다.
동창회, 동호회와 같은 친목단체 중심의 여가활동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골프나 등산처럼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주로 선호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이러한 여가활동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직장 동료에서 가족으로 변화되며 일 대신 가족이 최우선인 상황도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가족관계 복원은 50대가 꼭 챙겨야 할 사항이다.
가족과의 관계는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는 ‘50대가 꼭 알아야 할 은퇴 관리’를 제시하며 “가족과 함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아내에게 요리를 배우며 집안일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은 “인생 100세 시대에 50대는 인생의 반환점”이라며 “자산관리, 일자리 관리, 원만한 가족관계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pter 5삼성자산운용과 함께하는 세대별 재테크● 주식시장 예의 주시, 20대 재테크
20대는 타 연령에 비해 총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 손실을 볼 경우에도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 이런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우선 종잣돈을 만들어야 한다. 월급의 일정금액을 적립해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소비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20대의 경우 원칙을 세워놓지 않으면 유행을 쫓아 무분별한 소비행태를 보이곤 한다.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세제 혜택이 있는 상품은 꼭 가입하는 것이 좋다. 투자기간을 여유 있게 설정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주식형 펀드 등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은행의 예금만으론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공격적 상품의 투자수익을 노려볼 만하다.
● 결혼과 출산, 빚부터 해결, 30대의 재테크
30대는 결혼 이후 자녀가 생기면서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다. 계획된 저축과 소비가 지켜지지 않으면 목돈 마련이 요원하다. 30대에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빚을 갚는 것이다. 보통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높다는 걸 직시하자. 이자율이 높은 대출금액을 먼저 변제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30대에도 포트폴리오는 공격적으로 가져가자. 소득의 15% 이상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개인연금 투자 관심, 40대의 재테크
40대는 겨우 빚(대출)에서 벗어났으나 주택 마련, 자녀 학자금 등으로 지출이 많은 시기다. 이때는 20~30대 보다 보수적으로, 하지만 50대 보다는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나서야 한다. 과세이연 혜택이 가능한 노후 상품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퇴직연금, 개인연금 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존에 모은 노후자금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보존해야 한다. 재테크의 기본은 정확하지 않으면 갖고 있는 걸 내놓지 않는 것이다.
● 소비 컨트롤 전략, 50대의 재테크
50대는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한다.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하며 소비는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즉 노후 자금의 방어와 증식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민연금과 함께 퇴직연금 개인연금 월지급식 펀드 등을 점검해 은퇴 후를 계획해야 한다. 노후 자금이 충분하면 주식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부족하면 저축금액을 늘려야 한다.
20~30대를 위한 추천상품 ‘주식형 펀드’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
국내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보통 주식 비중을 80~99%까지 유지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시장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15대 그룹 관련기업, 금융그룹 관련기업, 공기업,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한다. 2007년 1월 2일 설정 이후 109.90%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2년 수익률 19.23%, 3년 수익률은 53.40%다.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
주식 60% 이상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형 주식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시장의 변화에 대응이 필요할 경우 대형주도 편입하며 유동적으로 운용한다. 대차대조표 상에 나타나진 않지만 시장이 인지하지 못하는 신제품, 특허 등 유·무형의 자산을 가진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하기도 한다. 1년, 2년, 3년 수익률이 각각 15.27%, 42.92%, 91.76%로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40대를 위한 추천 상품 ‘퇴직연금 펀드’삼성퇴직연금 코리아대표40펀드
대표적인 퇴직연금 펀드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의 대표적인 그룹들과 미래 한국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기업군에 집중 투자해 장기적인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 펀드다. 은퇴 후 노후 자금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주식 비중은 40%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3년 수익률 27.97%, 5년 수익률 36.75%로 퇴직 후 노후 대비용으로 적합한 펀드다.
50대를 위한 추천 상품 ‘삼성스마트플랜실버Q 펀드’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을 준비하려는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월급 외에 추가 소득을 원하는 투자자도 가입 가능하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목돈을 맡기면 자동환매약정을 통해 매달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시황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다양한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해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특히 여러 단계의 하락위험 방어선을 사전에 설정해 주식시장 하락에 적극 대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