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men>은 창간을 맞아 온라인 리서치 전문기업 마크로밀과 함께 한·일 양국 30~40대의 의식을 조사했다. 1970년대 생인 30대의 의식을 점검해 보는 한편 과거 ‘386’으로 대변되던 선배 세대와의 비교도 가능했다. 이번 조사는 2010년 9월6~7일 한·일 공동으로 30~40대 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신뢰구간은 95%이며 표본오차율은 ±4.4%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한·일 공동으로 진행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일 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간 30~40대의 의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사해보는 것도 뜻 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사 결과 한·일 간 의식이 조금씩 차이를 보였으며 30대와 40대 사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30~40대가 갖고 있는 생각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한국의 30~40대 중에 10~15년 후 부자가 될 수 있다(29.9%)고 확신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20.3%)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일본의 30~40대는 부자가 될 가능성이 낮거나(39.5%) 아예 불가능하다(36.8%)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이유로는 한·일 모두 ‘노력해도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과 ‘현재 지출이 많기 때문’을 꼽았다. 특이한 점은 일본의 경우 ‘부자가 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11.5%)한다는 답변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7.2%)이라는 답변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에서도 한·일 간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하나에 국한하지 않는다’(23.5%)가 가장 많았던 반면 일본의 경우 ‘자기계발과 회사 업무에 열정을 다한다’(36.7%)가 가장 많았다. 또 우리나라의 3040세대의 답변이 저축과 재테크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반면 일본의 3040세대는 자기계발과 ‘은행 저축’(23.2%)에 몰렸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 투자를 꼽은 비율이 우리나라(13.1%)가 일본(3.0%)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신 8.6%가 ‘복권’을 선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2.8%)의 약 4배였다.
현재 속한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한·일 간 차이가 확연해진다. 한국의 3040세대는 ‘경제적 양극화’(37.4%)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반면 일본의 3040세대는 ‘사회 안전망 미비’(29.4%), ‘희망 없는 사회’(25.6%)를 꼽았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 3040세대가 부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의 3040세대는 훗날 부자가 될 가능성을 비관적·절망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희망 없는 사회’를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 현상과 제도 중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조만간 우리나라 사람들도 경제적 양극화가 고착된 희망 없는 사회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을지 모른다.
1970년대 생인 우리나라의 30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족’(37.9%)과 ‘나 자신’(24.4%)을 꼽았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남성(38.8%)이 여성(34.7%)보다 많았고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여성(24.4%)이 남성(20.4%)보다 많았다. 기혼일수록 ‘나 자신’보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답변했고 미혼은 ‘나 자신’(31.1%)이 ‘가족’(21.1%)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일본의 경우 30대임에도 ‘나 자신’(24.1%)보다 ‘가족’(46.1%)이 중요하다는 답변율이 훨씬 높았다. 한·일 모두 돈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은 10%에도 미치지 못해 건강보다 뒤로 밀렸다. 또 30대보다 40대가 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이유로는 ‘더욱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녀교육에 더 신경 쓰고 싶다’거나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는 모두 10%도 되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는 한·일 간 차이가 났다. 한국의 30대는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일본의 30대는 제시한 항목 중 ‘브랜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답변이 ‘선호한다’거나 ‘좋다고 생각한다’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인생에서 돈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30대와 40대에서 모두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며 많을수록 좋다’라는 답변이 과반수로 나타났다.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답변율이 높았다. 또 현재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얼마가 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30대(36.8%)와 40대(35.1%)는 공통적으로 ‘10억원 이상’을 선택했다. 이어 5억원 이상을 선택한 30대는 20.9%였고 40대는 22.0%였다. 30억원 이상도 30대 14.8%, 40대 16.4%로 제법 많았다.
자기 자신의 어떤 모습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의 30대는 ‘나 스스로 느끼는 나’를 제일 먼저 꼽았다. 특이한 점은 한국의 30대가 다른 어떤 모습보다 ‘나 스스로 느끼는 나’를 중요시한 반면 일본의 30대는 ‘가족에게 보이는 나’(22.3%)도 중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30대가 ‘자기만족’을 중요하게 본다면 일본 30대는 ‘남의 눈’을 굉장히 의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서 한국의 30대는 ‘현재 업무에서의 성공’(33.5%)과 ‘재테크’(33.7%)를 꼽았고, 일본의 30대는 ‘가족과의 관계’(31.6%)를 제일 많이 선택했다. 이러한 결과는 업무에서 성공하는 것과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우리나라의 30대가 ‘나 자신’에게 더 많이 신경 쓴다면 일본의 경우 30대부터 가족을 몹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결혼에 대해서 우리나라 1970년대 생들은 아직까지 ‘때가 되면 꼭 해야 한다’(21.7%), ‘되도록 하는 게 좋다’(37.7%)는 의견이 많았다. 사회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결혼을 기피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결국 경제적 능력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능력만 있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35.1%나 됐다. ‘혼전동거’에 대해서는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과반(52.8%)을 차지해 1970년대 생들의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그 비율은 무려 65.7%나 됐다.
결혼한다면 혹은 다시 결혼한다면 배우자의 어떤 면을 가장 먼저 볼 것이냐는 질문에는 남녀 모두 ‘성격’을 많이 선택했다. 그러나 성격을 본다는 여성(47.9%)이 남성(68.1%)보다 훨씬 적었다. 여성들은 수입·재산(21.3%), 직업·직장(15.7%)도 제법 선택했다. 같은 항목에 남성들은 각각 10.4%, 7.5%가 선택한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남녀 모두 성격을 선택한 사람이 80% 이상이었다.
직장에서 성공을 판단하는 요소로 한국의 1970년대 생은 ‘자기 스스로 만족’(26.9%)과 ‘높은 보수’(26.0%)를 꼽았고, 일본의 1970년대 생은 ‘높은 보수’(27.5%)와 ‘사내 평판’(20.5%)을 꼽았다.
한국과 일본의 30대는 공통적으로 국가와 사회체제가 인생의 목표와 가치를 실현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표출했다. 이는 40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국의 3040세대가 ‘조금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비교적 많이 피력한 반면 일본의 3040세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출했다.
한국의 3040세대는 그래도 국가와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편이지만 일본의 3040세대는 국가와 사회가 거의 불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3040세대가 가족을 중시하고 사회적 성공의 기준을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것’(56%)에 둔 것도 국가와 사회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질문에 한국의 3040세대 역시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것’(32.2%)을 첫 번째로 꼽았으나 압도적으로 ‘가족’을 첫 번째로 꼽은 일본과 달리 ‘자아실현을 하는 것’(20.9%), ‘많은 돈을 버는 것’(20.1%),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고위직에 오르는 것’(20.1%)에 골고루 표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