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생들이 대한민국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그룹으로서 허리를 받치고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신세대 혹은 X세대로 불리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1970년대 생들은 이전 세대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제 호황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다 대학 졸업 즈음 외환위기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이들의 경제관은 과거 미드필더들과 엄연히 구분된다. 대한민국의 1970년대 생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또 그들의 경제관은 어떠하며 그들에게 부(富)는 어떤 의미일까.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본다.
차세대 리더그룹 1970년대 생을 주목하는 이유 외환위기 영향… 부(富) 가치관 변화
어느 사회든 30대는 늘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나잇대다. 30대는 세대 간으로 보면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허리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다. 1970년대 생들이 그들이다.
한 사회에서 30대의 중요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40대 이상 세대와 달리 30대는 아직 진보적 성향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다.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들의 투표율에 따라 정치 지형이 바뀌기도 한다. 대부분 30대는 자녀교육이나 노후 대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 30대가 소비 주체로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30대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학창시절을 끝내고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시기며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할 시기다.
‘나 자신’을 중시하는 독특하고 강한 세대
한편에서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낀 세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 1970년대 생인, 지난날 신세대의 대명사 격인 ‘X세대’라고 불린, 현재 우리 사회 30대는 이전의 30대와 비교해 주체성이 매우 강한 세대로 분류된다. 바로 앞 세대이자 자의식과 정치적 성향이 뚜렷했던 선배세대인 ‘486세대’의 30대 때와도 다르다. 거대담론을 중시하고 ‘나보다 우리’를 중시했던 486세대의 30대 시절과 달리 지금 30대는 ‘우리보다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이 때문에 선배세대에게 정체성이 의심된다며 ‘X세대’라고 불렸다. 이들은 소신과 지향점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확실하다. ‘낀 세대’라는 인상보다 오히려 독특하고 강한 세대라는 인상이 더 짙다.
30대를 차세대 리더그룹으로 지칭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와 직장의 말단병인 이들은 ‘스펙’과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개중에는 이미 두각을 나타내며 전면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30대는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의무와 책임이 있다.
여러 모로 우리 사회의 현재 30대는 결코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다. 차세대를 이끌어갈 2010년, 30대들의 의식구조와 행동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이들은 우리 사회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갈 것이 분명하다. 2010년 우리가 30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선배세대들의 30대 때와 비교해 많은 것에서 차별화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富)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과거 선배세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부를 원한다. 유행과 명품에 민감하고 취미·문화생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지금 30대는 그만큼 선배세대들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특히 거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을 위해 소비한다는 특징이 있다.
호황기 아이들의 인식을 바꾼 외환위기
이들이 과거 30대들에 비해 더 많은 부를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애쓰도록 만든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외환위기라는 충격적인 경험이다. 경제 호황기에 부족함 없이 자란 이들은 대학 졸업 즈음에 외환위기라는 철퇴를 맞았다.
외환위기는 이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당시 이들의 아버지는 구조조정과 부도 사태에 직면해 거리로 내몰렸다. 별 탈 없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이들에게 외환위기는 졸업 후의 삶에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대단한 스펙을 쌓지 않아도 대학 졸업장만 가지면 비교적 취업이 용이했던 선배들을 보면서 대학생활을 했던 이들은 스펙을 쌓지 못한 자신이 갑작스레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별안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고, 설사 취업했다 해도 그동안 생각해왔던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 급여를 받아야 했다. 그마저도 감지덕지하며 ‘끽’소리 하지 못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이들은 ‘내 코가 석 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게 됐다. 우선 나부터 먹고살아야 할 판이었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자신들을 그 지경으로 만든 국가와 사회에 불만이 가득했다. 정치에 대해 더욱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다. 가뜩이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강했던 이들에게 외환위기는 그것을 고착화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20대 초·중반에 외환위기를 겪은 후 10여 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이들은 현재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사회의 진행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