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영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일제히 통화 긴축 시대를 끝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막기 위해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유럽 등 주요국들도 자국의 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0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인하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긴축 시대의 종말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동안 진행해온 통화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이제는 돈이 시장에 더 돌아야 하는 시기가 맞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는 있지만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데 따른 부작용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징후가 만만치 않은 것이 한몫하고 있다. 물가와 경제 성장 사이의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것은 통화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이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물가를 잡으면 경제가 힘을 잃고, 경제가 너무 잘 돌면 또 그에 따른 문제도 생긴다.
현재 글로벌 경제 흐름은 전자에 해당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물가와의 전쟁 속에 경기 둔화 징후가 역력하다.
먼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여력이 많이 줄었다. 고금리로 대출이 어렵다. 이로 인해 저금리에 호황을 누리던 주택 시장도 열기가 확 줄었다. 이는 기업 등 생산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소비가 되지 않으니 매출이 줄어든다. 이는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임금 삭감도 이뤄진다. 이런 구조가 장기화되면 경제 전체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각국마다 온도차가 있지만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긴축 통화정책 노선을 바꾸긴 했는데,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인플레이션 문제도 아직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고물가를 일부 잡긴 했지만 살얼음판인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경제 성장 엔진이 꺼지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에 각국은 선제적 대응 조치로 금리 인하 기조로 통화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긴축을 끝낸다고 해서 이것이 완전한 해법은 될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긴축 시대의 종말이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경제가 악화된 적도 있었다.
이에 긴축 시대의 종말이 누구나 기대하는 호황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경제의 ‘연착륙’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주위를 잘 살피며 나아가야 하는데,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주변 허들이 만만치 않다. 이들 변수들을 넘지 못하면 긴축 종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0호 (2024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