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 파니엔테(Dolce Far Niente).’
2010년 개봉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이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파니엔테는 이탈리아 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달콤함’ ‘빈둥거리는 것의 즐거움’이란 뜻이다. 휴식이란 바쁜 일상에 시달린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재충전하는 시간. 그래서 최근 여행 트렌드 역시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만족을 중요시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럭셔리’ 트렌드로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이어지던 명품 보복소비에 이어 럭셔리 여행 수요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럭셔리 열풍과 여행 보복심리로 인해 프리미엄 여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행사들도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개발과 판매를 늘리고 있다.
실제 고가 여행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프리미엄 상품 ‘모두시그니처&모두시그니처블랙’ 예약 건수는 1년 전보다 410% 급증했다. 휴가철인 7~8월 전체 예약 중 프리미엄 상품 예약 비율이 28%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19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하나투어의 하이엔드 맞춤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도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2% 상승했다. 올해에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프리미엄 상품 수요 회복이 빠른 편이기 때문에 고객 반응을 주시하며 꾸준히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여행업계에선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은 물론 호텔이나 식사 등급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고객 문의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목적과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항공권을 제외하고도 1000만원이 넘는 미식 투어나 전세기 투어가 대표적이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지난해 5월 ‘럭셔리 여행의 미래’ 보고서에서 “여행 업체들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호화 요트·크루즈·기차 여행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여행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달러 규모에서 2028년 2조6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서치앤마켓은 럭셔리 시장 규모의 지속된 성장 가능성에 대해 대중적인 여행보다는 자신만의 여행, 여기에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웰빙’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은 트렌드가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비용보다는 올바른 여행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답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관광공사가 펴낸 ‘2024년 관광트렌드 전망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연령에 관계없이 ‘의미 있는 여행 경험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기꺼이 있다’는 답변이 월등히 높았다. 여기에 더해 고액 순자산가들의 지속적인 증가도 럭셔리 여행의 성장을 계속케 하는 요인으로 리서치앤마켓은 내다봤다. 이들은 그리스, 프라하 등 유서 깊은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 글로벌 미슐랭 식당에서의 미식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데,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대부분 하이엔드 여행이다. 진보라 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행 수요가 K자 양극화로 진화하면서 럭셔리 관광부터 테마별 여행 등 개별 관광객 요구에 맞춘 여행이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라 밝혔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