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코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가혹했다. 업비트에서 그나마 수익률이 가장 좋은 코인은 17% 하락한 ‘메인프레임’이다. 그 바로 뒤를 32.75% 하락한 ‘트론’이 따르고 있다. 즉 2022년 초에 어떤 코인을 샀든 투자에 성공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다만 2022년이 남긴 희망적 결론도 있다.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가치는 단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다. 가상자산 시장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구실을 했다. 여러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위험을 피해 가치를 저장해줄 수단으로 모두 비트코인을 찾았다. 또 한 가지는 모두 블록체인이 아니라 기존 금융이 가진 문제 때문에 무너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블록체인 그 자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결과인 셈이다.
자 그럼 새해는 어떨지 살펴볼 차례다. 시장의 해석은 당연히 둘로 나뉜다. 오른다는 쪽과 내려간다는 쪽이다. 양쪽의 의견을 모두 살펴보고 내년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전망해보자.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을 예측하는 의견의 주요 근거는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따른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 회복’과 ‘가상자산의 대중화’다.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전체적인 투자 시장의 유동성이 죽었지만, 11월 이후 물가지수가 다소 주춤하는 등 인플레이션 국면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새해엔 위험자산에 다시 돈이 몰릴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2월 5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미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2023년 상반기 중에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고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빗리서치센터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연구소다. 정 센터장은 “이렇게 되면 2023년은 2019년과 유사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9년 비트코인은 92% 올랐다. 2019년 초 미 연준은 그 이전까지 여러 차례 단행한 금리 인상을 동결했고, 그해 9월에는 보유 채권 축소를 중단하는 등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정 센터장은 “2023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현재 8000억달러 대비 1조에서 최대 1조5000억달러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개발자나 블록체인 기반 사업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종사자도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등 주요국의 거대 금융권에서도 가상자산 시장 진입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2022년 하반기 피델리티는 이더리움 인덱스 펀드를 출시했고, JP모건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한 첫 디파이 거래에 성공했다. 피델리티 디지털자산이 찰스슈왑, 시타델 증권, 패러다임, 세콰이어캐피탈 등의 글로벌 금융 업체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인 EDXM을 2023년 1월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세계 10위권 가상자산 ‘트론’을 창시한 저스틴 선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향후 6개월 동안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면 내년의 경우 지난해 정점만큼은 아니어도 좋은 시기를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분석을 내놓은 배경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의 가상자산 시장 확대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트론 이용자 증가를 기반으로 “전체 아시아 시장에서 30억 명의 사람들이 가상화폐 세계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면서 “시세 자체는 약세지만 향후 아시아에서의 상황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가상자산 시장 내 주목할 만한 지역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인근 국가를 꼽았다.
바닥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의견도 많다. 대표적인 수치는 델타가격이다. 코인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델타가격인 14K(1만4000달러)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 델타가격은 실현시가총액(Realized Cap)에서 평균시가총액(Average Cap)을 뺀 값이다. 먼저 실현시가총액부터 알아야 한다. 실현시가총액은 각 코인에 대해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상에서 움직였던 시점의 가격을 곱한 뒤 합산한 시가 총액이다. 즉 온체인상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가격과 같다고 볼 수 있는 가격이 해당 코인이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에서 움직인 시점의 가격인 셈이다. 이 가격과 코인의 개수를 곱해서 나온 값은 전체 고래들이 실제로 코인을 구매한 가격의 총액이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시가총액보다 실현시가총액의 값이 높을 경우 현재 코인이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평균시가총액이다. 코인 시가총액의 평균값으로, 전체 기간에 대한 이동 평균을 통해 계산된다. 델타시가총액은 이 실현시가총액에서 평균시가총액을 빼면 된다. 현재 2780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전체 공급된 비트코인의 양(약 1900만개)으로 나누면 1만4631달러가 나온다. 즉 14K가 델타가격이라는 말이다.
매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것도 불안한 포인트다.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크립토퀀트는 “시장의 비트코인 매수량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면서 “거래량과 매수량의 증가는 시장의 추세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인데, 매수량은 아직 하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2월 12일(현지시각) 워싱턴저널이 바이낸스의 보유자산이 고객 예치금과 일대일 담보가 되지 않는다고 보도한 게 원인이다. 바이낸스는 FTX 사태가 발생한 지난 11월에 보유자산이 충분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의 정보가 부족하다고 비판해왔다. 바이낸스는 곧바로 “미국 법무부는 현재 바이낸스에 대한 어떤 조사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코인업계는 바이낸스의 자금 인출 사태가 FTX 사태처럼 악화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현금성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바이낸스가 급하게 자금을 빼돌리거나 수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특성상 자금 흐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FTX의 경우 붕괴 직전 급격한 자금 이동이 포착됐다.
하지만 샘 뱅크먼-프리드(SBF) FTX 전 최고경영자가 바하마에서 체포 직전 미국 매체인 포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FTX의 붕괴는 자오 창펑 최고경영자가 설계했다”고 말하며 향후 법정에서 바이낸스에 불리한 진술을 할 의사를 밝힌 점 등은 가상자산 시장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씨로 보인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