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두근두근 리오프닝 비즈니스] Part3 보복소비 주역 ‘트래블테크’ | 여행 상품 ‘공구’부터 超개인화 여행까지
문수인 기자
입력 : 2022.06.07 14:41:51
수정 : 2022.06.07 14:42:12
‘리오프닝 시대 가장 뜨거운 보복소비는 여행과 레저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개방 기조를 뚜렷이 함에 따라 여행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 시대 ‘안전’이 최대 명제가 되면서 개인적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고급 가전, 자동차, 명품 등이 삶의 주가 됐지만, 바깥 활동이 자유로워진 시점에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행, 레저 등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억눌렸던 해외여행이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아직 해외를 오가는 절차가 까다롭지만, 각국이 입국 빗장을 조금 완화하자마자 공항 출국장은 붐비기 시작했다.
이에 여행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생존을 걱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것은 물론,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여행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테크’다. 과거 패키지 일변도의 여행이 각자의 개성이 강조되는 여행 패턴으로 바뀌고 있고, 이를 AI, 빅데이터 등 각종 정보기술(IT)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행 수요층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 것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IT를 다루는 데 익숙한 MZ세대들이 주도하는 신여행 패턴이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수요를 사로잡지 않으면 리오프닝 시대 시장 장악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업계 상황은 자연스럽게 기존 시장을 장악했던 대형 여행사들과 후발 주자인 신생 여행 테크 기업들 간의 경쟁구도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수속을 하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있다.
▶신구(新舊) 트래블社 경쟁 본격화
지난해 10월 코로나가 한창인 때 여행 업계에 다소 쇼킹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플랫폼을 통해 국내 숙박 시장을 석권한 트래블테크 기업 야놀자가 손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여행 업계의 신구 패권 세력이 사실상 동맹을 맺은 것인데 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양사의 이 같은 결정의 목적은 분명했다. 다가오는 시장 변화에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행 정상화가 재개되면 가장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여행에 대한 시장 선점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이 깔려 있었다. 실제 양사가 손을 맞잡은 직후 ‘해외 자유여행 시장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양측의 이 같은 협업 시도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야놀자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해외 시장을 주목했지만 국내 숙박 시장에 특화된 회사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진출하기에 버거운 측면이 있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이에 반해 오랫동안 패키지 해외여행을 진행해온 하나투어는 쌓인 글로벌 내공이 탄탄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상품 개발 등 새 전략을 펼치기에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물론 하나투어 입장에서도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은 있다. 빅데이터 중심의 여행 트렌드를 녹여야 발 빠른 소비자들을 잡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업력이 쌓여야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던 차였다. 양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IT 인프라에 공동투자를 결정키로 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양측의 협력은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야놀자 측이 하나투어와의 협업을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이다. 대신 야놀자는 독자노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갑작스런 야놀자의 행로 변경에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했지만, 야놀자가 유망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두둑한 투자금을 확보한 것에 주목했다. 지난해 회사는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았고, 이에 앞서 2019년에는 싱가포르 투자청 및 미국의 OTA 부킹홀딩스에서 200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같은 투자 실탄은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야놀자는 해외여행 진출을 적극 꾀하고 있다.
실제 야놀자는 이를 바탕으로 하나투어와의 협업을 중단한 직후 지난해 12월 말께 그동안 협상해오던 인터파크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또 회사는 자사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 인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객실 관리시스템 기어빈 이지테크노시스를 포함해, 블록체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람다 256, 매장 대기 서비스 나우버스킹, 동남아시아 이코노미 호텔 체인 젠룸스, 부산경남 지역의 최대 호텔 프랜차이즈인 더블유디자인 호텔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야놀자는 올해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3월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최초로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야놀자와 국내 숙박 플랫폼의 양대 산맥인 ‘여기어때’도 해외 진출에 눈독을 들이며 본격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5월 첫 해외여행 상품으로 해외 항공권 판매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으로 출발선을 박차고 나선 것. 이 사업은 기존 여행사들의 주 무대여서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다. 이에 여기어때는 ‘수수료 제로’ 전략을 내세웠다. 고객이 지불하는 수수료를 없애 경쟁사 대비 싼 항공권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0개 항공사 시스템을 연동해 국내외 항공권의 실시간 판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연내 해외 호텔 예약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여행 플랫폼들의 몸집 부풀리기에 기존 시장 강자들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고 있다. ‘여행 기술’이 이들 트래블테크 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면서 자신들도 플랫폼화하는 전략을 펴나가며 적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
국내 1위 아웃바운드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기존 대리점 위주의 조직을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 출시한 차세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 ‘하나허브’의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허브를 종합 온라인 숙박 예약 사업(OTA) 플랫폼으로 전환키로 했는데, 숙박 플랫폼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마케팅기획팀 직원들이 급증한 여행수요에 맞춰 사전예약 할인 프로모션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자사 앱을 업그레이드해 사용자 편의성을 확대했다. 그중 하나가 여행 플래너라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이용하면 골치 아프게 여행을 떠나기 전 목적지에서 할 것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신의 여행지만 선정해 떠난 후 현지에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곳 등을 검색하고 바로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여행자들과 여행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투어 측은 “여행 기반 기술 등을 강화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이 여행 주 수요층인 MZ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였다”면서 “경험을 중시하는 MZ들의 여행 특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경험’이란 대목은 기존 트래블테크 기업들이 일찌감치 주목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하나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들도 ‘경험’에 기반한 여행 소비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트래블테크 기업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고, MZ들이 여기에 편리함과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인데, 기존 오프라인 여행 강자들이 얼마만큼의 효율적 데이터를 단기간에 쌓아 활용하는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직판전문 여행사인 노랑풍선도 하나투어처럼 ‘플랫폼’과 ‘여행 콘텐츠’를 새로운 역량 강화의 수단으로 내세우며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자체 개발 OTA(Online Travel Agency) 플랫폼인 ‘노랑풍선 자유여행’을 오픈했고, 또 여행정보 공유 플랫폼 위시빈을 인수했다. 위시빈 역시 일종의 경험 전달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여행기를 공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여행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자체 OTA 플랫폼에서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위시빈에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트래블테크 기업도 이 같은 기존 여행 업체들의 반격에 뒤질세라 더욱 장점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새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야놀자는 오프라인으로 진출해 회사가 지향하는 여가의 가치에 대해 고객과 직접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특화전략’ 테크 기업 속속 등장
이처럼 신구 여행 업체들 간의 시장 쟁탈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특화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트래블테크 기업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과 관광을 결합해 개인의 여행 편의를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와그는 여행 액티비티 특화 예약 플랫폼이다. 여행지들의 온라인 연결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투어, 체험, 교통수단 등 200여 개 도시에 3만 개의 액티비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부터 구글과의 협업도 시작했다. 구글의 명소 데이터에 와그의 여행 상품 데이터가 통합된다. 사용자가 구글 내 여행지를 검색하면, 와그가 제공하는 입장권, 액티비티, 투어 상품들이 함께 표시된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 와중에 차별화된 상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짐을 싸 떠날 수 없는 현실에서 랜선투어를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여행을 위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한다는 ‘여행 슈퍼 앱’을 꿈꾼다. 코로나19 이후 전략으로 고객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 3월 키즈 여행 플랫폼을 인수하며 가족 여행객을 새 수요층으로 겨냥하고 있다.
트리플은 빅데이터 기반의 여행을 추구한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각자에게 맞는 여행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리플에 여행 일정이 등록되면 AI가 500만 개의 일정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트립소다는 1인 여행객을 위한 여행 상품 공동구매 플랫폼이다. 취향에 맞는 이들끼리 같이 여행을 하자는 콘셉트다. ‘어디로’보다, ‘누구와 무엇을’에 집중하는 소셜 살롱 여행 서비스를 지향한다.
라운델은 자전거 여행 서비스 플랫폼이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공항에서 자전거 케이스를 빌리고 반납하는 항공운송용 케이스 대여 서비스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자전거 항공운송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전거 전용 케이스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노매드헐은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여성 여행자들이 언제든지 여행에 대한 영감과 여행 이야기, 팁과 정보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신원 인증 절차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사용자를 모아 이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178개국의 여성 여행자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트래버디는 여행자를 위한 로컬 친구 정보 제공 플랫폼이다. 여행지에 살고 있는 로컬 친구가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친구를 위해 맞춤형 가이드를 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플랫폼은 여행자의 선호와 취향을 반영한 일정이나 장소, 그리고 각종 정보들을 제공한다.
솜씨당은 로컬 크리에이터 콘텐츠 중개 플랫폼이다. 취미나 여가 등의 관심 분야를 지역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한다. 국내 최대 체험 여행 플랫폼을 지향한다.
찜카는 낯선 여행지에서 필수적인 ‘이동’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신의 관광 일정을 입력하면 가능한 모빌리티 자원을 검색해 제안한다. 여행객은 이동방법을 선택한 후 예약 및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짐캐리는 여행 수하물의 당일 배송 서비스 플랫폼이다. 모바일 또는 현장 예약으로 역과 공항에서 숙소까지 여행객의 짐을 원하는 시간에 안전하게 옮겨주고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