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후반 직장인 김동성 씨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 야나두가 운영하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야핏 사이클’을 퇴근 후 이용한다.
야핏은 앱에 접속해 자전거를 탈 때마다 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는 서비스. 출석·미션 보상을 받고 20분쯤 타면 700마일리지가 쌓인다. 한 달 최대 지급액은 2만 점. 이걸로 자체 상점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우, 백화점 상품권 등을 살 수 있다. 김 씨는 “회사에선 석 달 운동하면 한우를 살 수 있다고 홍보하는데, 그것보다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있으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선택했다”고 전했다.
기업이 직접 돈을 지급해가며 소비자의 시간과 행동을 사는 ‘토큰 이코노미’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엔 운동 서비스를 홍보하려면 소위 ‘몸짱’이 된 남녀 모델을 앞세워 열심히 운동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동기를 부여했지만, 이젠 노골적으로 ‘운동하면 돈을 준다’는 미끼를 내걸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은 운동뿐 아니라 게임, 교육 등 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야핏 외에 습관 형성 앱 ‘챌린저스’가 MZ 세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챌린저스 이용자들은 참가비를 내고 1만 보 걷기, 아침 7시에 일어나기, 물 하루 10잔 마시기 등과 같이 자신이 평소 갖고 싶어 했던 습관 미션에 참가한다. 이후 이용자들이 목표 달성 100%를 이뤄내면 참가비 전액 환급에 추가 상금을 받게 된다.
▶마케팅 수단으로 인기몰이
코인 이코노미의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게임 업체다. 돈 버는 게임인 ‘P2E(Play to Earn)’다. P2E 게임은 사용자들에게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가상자산인 토큰을 지급한다. 게임을 통해 확보한 토큰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팔아 현금화하거나 다른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매일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가상화폐 ‘무돌코인’을 50개씩 지급했던 스마트폰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무돌삼국지)’는 지난해 구글 앱 장터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슷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광고를 통해 어렵게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용자가 재미를 느껴 충성 고객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식이었지만, ‘돈 주는 게임’은 인센티브가 강력하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고 충성 고객이 될 때까지 이용자를 단단하게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토큰 이코노미가 확산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용자들의 적절한 보상에 대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단지 게임하고, 운동하고,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돈까지 얹어준다’는 식의 접근이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P2E 열풍에 힘입어 C2E(Create to Earn)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C2E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현실과 가상세계 연결 기여도에 따른 리워드와 사용자가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얻는 보상이 있다. 간편한 투표만 해도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V2E(Vote to Earn)도 등장했다. V2E 대표 플랫폼으로 알려진 크라토스(CRATOS)는 실시간 라이브 투표에 참여한 사용자들에게 크라토스 토큰을 지급한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큰 이코노미는 고객·공급자·토큰 후원자 등 모든 생태계 참여자들이 참여도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무형의 재화를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