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빙하기 내 자산 불리는 필살기] 금융 안전자산 ➋ 금리 | 가파른 인상에도 안심할 6가지 금융상품
박지훈 기자
입력 : 2022.03.04 11:13:15
수정 : 2022.03.04 11:13:47
‘2015년 금리 인상기보다 더 가파를 수 있다.’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예상보다 더 빠른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QT)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3월 이후 몇 차례 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마음도 급해졌다. 금리 인상기에는 돈의 흐름이 바뀌며 주식 시장 등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시장이 출렁이는 등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헤지할 수 있는 상품들을 살펴봤다.
▶금리 인상 수혜 ‘금융주 펀드’
금융은 금리 인상기 최대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경우 금리가 오를수록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 의한 이익) 폭이 확대돼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보험회사 역시 운용자산 대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할수록 자산운용 부문 운용 수익률이 향상되어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최근 금융주를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직전인 2월이 금리 모멘텀이 극대화될 수 있는 시기”라며 “은행주 비중 확대 전략을 계속적으로 유지해나갈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들의 호실적도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7.7% 증가한 4조19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4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의 순이익도 4조원을 넘어선 4조409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8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급증했다.
금융사들의 배당 성향을 상향한 것도 긍정적이다. KB금융은 2020년 20%로 낮췄던 배당 성향을 26%로 끌어올리고, 올해 배당 성향을 3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신한지주는 배당 성향을 25.2%로 결정하고, 올해 분기 배당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연초 이후 10.68%(2월 18일 기준)라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망이 짧게 잡아 ‘수익률 확정형 ELS’
수익률이 확정된 ‘지수형 ELS 상품’, ‘은행 신종자본증권’ 상품도 이러한 금리 변동기에 대안 상품으로 꼽힌다. 먼저 ELS 상품 중 지수로 구성된 상품은 개별 주식 종목에 투자하는 ELS 상품보다 변동성이 적고 상환 확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주요 구성 지수는 KOSPI200, S&P500, HSCEI, EUROSTOXX50, NIKKEI225 등 다양하다.) 지난해 지수형 ELS의 경우 쿠폰 수익률은 연 3%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연 9%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ELS 운용에 여유가 생긴 까닭이다. 통상 증권사들은 저점 매수와 고점 매도 방식의 헤지 전략을 쓰는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ELS 운용 수익은 증가한다. 파생결합증권 시장에서는 연 9%대 지수형 ELS 상품도 등장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전용 ELS ‘27637회’의 경우 유럽(EuroStoxx50)과 미국(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조건 충족 시 세전 연 9.04% 수익률을 지급한다. 3년 만기에 조기 상환이 가능하며 녹인(Knock in·손실 구간)은 55%로 일반적인 지수형 ELS 형태다.
다만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크고 증시 하락 리스크가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시가 하락장으로 접어들 경우 현재보다 지수가 더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조기 상환 실패와 녹인 구간 진입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금리 상승은 경기 호황기 ‘하이일드 펀드’ 매력
‘하이일드(고수익) 펀드’는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금리 인상은 주로 경기 호황기에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의 신용 위험 하락으로 이어진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역사적으로 하이일드 채권은 금리 인상기에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과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65bp(1bp=0.01%포인트) 이상 상승한 기간 블룸버그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약 12% 수준이었으며 지난 1994년 이후 열세 번 있었던 금리 상승기 동안의 수익률은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상품 구조상 금리가 실제 상승하면 하이일드 채권 투자로 생성되는 현금 흐름을 더 높은 수준의 금리로 재투자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하이일드 채권 자체가 정상 채권과 부실 채권 경계에 있는 고수익 채권을 의미하는 만큼 리스크는 존재한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인데, 투자 원리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긴 해도 그만큼 받게 될 이자율도 높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기업 신용등급이 상향되면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경기 회복기에는 발행사의 부도 가능성이 줄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카란 탈워 베어링그룹 하이일드 투자부문 클라이언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하이일드 채권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업 부도율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급등했다가 최근 상당히 내려갔다”며 “최근 12개월간 미국 하이일드 채권 부도율은 0.6%, 유럽은 0.4%인데 과거 평균적으로 미국 3%, 유럽 2%의 부도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리연동대출채권 일명 ‘뱅크론 펀드’
‘뱅크론 펀드’ 역시 금리 인상 시기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다. 뱅크론은 금융회사가 신용등급(BBB-)이 낮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를 받는 대출채권으로 ‘금리연동대출채권 펀드’라 부르기도 한다. 투자 대상은 하이일드 채권과 유사하나 은행의 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뱅크론 펀드는 변동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수익도 늘어난다. 일반 채권은 금리 인상 시 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날 수 있다. 3개월 만기 리보(LIBOR)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상품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 리보금리도 올라가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 이자 수익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또 하이일드 채권은 기본적으로 비우량 회사에 투자하는 만큼 금리가 높아 채권 가격 하락을 만회할 수 있고, 경기가 좋아지면 부실 확률도 낮아진다. 다만 뱅크론은 기본적으로 부도 위험이 있는 기업대출 채권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대출금을 연체하거나 파산하면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뱅크론 펀드는 개별 운용사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어 상품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이 상품 역시 이자 수익 외에 환헤지 비용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에 ‘원자재 펀드’ 수혜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과 재료를 구매하는 가공업체들은 울상이지만 원자재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수혜를 볼 수 있다. 원자재는 실물 자산으로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특성이 있다. 에너지(원유), 귀금속(금·은), 산업금속(구리·알루미늄 등), 농산물(대두·옥수수·설탕·커피 등) 등의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 역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꼽힌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금, 원유 등 원자재 ETF가 높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원자재 외에 생산 기업을 담은 ETF가 장기적인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산업금속 생산 기업 ETF는 ‘iShares MSCI Global Metals & Mining Producers ETF(PICK)’, ‘Global X Copper Miners ETF(COPX)’ 등이 있다. PICK는 금·은 채굴 회사를 제외한 전 세계 금속 채굴·생산 기업에, COPX는 글로벌 구리 광산 기업에 각각 투자한다. 희토류 생산 기업 ETF는 ‘VanEck Rare Earth/Strategic Metals ETF(REMX)’가 있다.
▶대출이자 상승폭 제한 ‘금리 상한형 주담대’
금리 인상기에 대출이자를 현명하게 줄여나가는 것도 투자가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도 오름폭이 더욱 가팔라지며 6%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21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710∼5.210% 수준으로 20일 사이에 상단이 0.140%포인트(p)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따르는 지표(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수신(예금)금리와 시장금리 상승 등에 따라 지난 17일 1.55%(신규코픽스 기준)에서 1.69%로 0.140%p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승 추이를 보고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5%p 이상 낮다면 우선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뒤 금리 추이와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따져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나온 금리 상한형 주담대 상품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볼 만하다. 특약 이자로 연 0.15~0.2%p의 가산금리를 더 내는 대신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p, 5년간 2%p 이내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기존 대출자가 연 0.15~0.2%p의 금리를 더 내면서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별도 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