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월차선’ 연금 성공 투자법] Part Ⅳ TDF와 TIF 라이프사이클펀드| 은퇴 전 TDF로 늘리고, 은퇴 후 TIF로 받고… 연금 자율주행 라이프사이클펀드 투자해볼까
박지훈 기자
입력 : 2021.10.28 15:56:19
수정 : 2021.10.28 15:56:31
‘수익은 필요한데 투자 능력은 없고….’
2020년 기준으로 DC형 퇴직연금의 83.3%, IRP의 73.3%가 1%대 금리에 불과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초저금리에도 이러한 투자 성향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를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선무당 실력으로 운용에 실패해 원금훼손이 일어날 경우 노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전문성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연금운용은 20~30년간 투자자의 삶과 함께한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보장된 초창기에는 장기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형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점차 퇴직 시점이 다가오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이 발생하도록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절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중간중간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왔을 때 그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투자자가 모두 직접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라이프사이클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이다. 이 펀드는 투자자 연령에 맞춰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자동적으로 재구성해주는 펀드로 고객 나이가 젊었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해가 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1일 기준 라이프사이클펀드 순자산은 10조5041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4조132억원 증가했다. 2011년 초 7853억원이던 라이프사이클펀드 운용 규모는 2020년 초 4조382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10년 새 13배 이상 성장했다. 수익률도 양호하다. 지난 10월 초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라이프사이클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41.36%, 3년 수익률은 25.97%, 1년 수익률은 1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타형 펀드 전체 수익률이나 국내 혼합형 펀드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TDF’ 초기에는 주식 비중 높이고
은퇴 다가올수록 안전자산 편입
대표적인 라이프사이클펀드로 TDF(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가 있다. 개인별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인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산배분곡선(Glide Path)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한다. 투자 대상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에 분산 투자하며 시점별로 구성하고 있는 펀드들의 비중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교체한다.
TDF의 본고장은 미국이다. 1993년 바클레이즈 글로벌과 웰스파고, 피델리티에 처음 도입된 이후 연금자산이 유입되며 급격히 성장했다. 2020년 기준 전체 TDF 자산의 85.4%가 퇴직연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국내 TDF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말 1조3707억원이었던 국내 TDF 시장 규모는 2019년 말 2조8799억원으로, 2020년 말에는 4조2043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올해에만 7조원을 넘어섰다. 운용사와 펀드 개수도 늘어나, 2018년 말에는 8개 운용사가 57개 펀드를 운용했으나, 현재는 14개 운용사가 121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그중 가장 많은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8월 말 국내 운용사 최초로 TDF 수탁고가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2월 수탁고 2조원을 돌파한 지 반년 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종가 기준 미래에셋 TDF는 3조219억원이다. 올해 1조2799억원 증가했다. 미래에셋 TDF 중 규모가 가장 큰 펀드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혼합자산자투자신탁’이다. 펀드는 2017년 3월 13일 설정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수익률이 42.82%에 달하며, 최근 3년, 1년 수익률은 각각 29.32%, 12.70%다. 펀드는 올해 3188억원 유입돼, 미래에셋 TDF 중 가장 많은 자금유입을 보였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장 전무는 “연금자산 운용에 익숙지 않은 투자자들이 투자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미래에셋 TDF에 관심이 많다”며 “미래에셋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연금솔루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게 맞는 TDF 어떻게 골라야 할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TDF도 종류가 많다는 점이다. 운용회사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14개나 된다. 국내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고, 해외 운용사에 위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회사별로 수수료, 환헤지 정도, 투자 대상 자산의 종류 등에서도 차이가 나며, 당연히 이런 부분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먼저 상품의 이름에 4자리 숫자가 들어가 있는데, 이게 바로 투자자가 목표로 하는 은퇴 시점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XXX 전략배분 TDF 2030’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2030년 전후에 은퇴할 예정인 투자자를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투자 성향에 따른 상품을 골라야 한다. TDF는 기본적으로 액티브 펀드다. 고객의 위험을 정의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자산 배분에 있어 어떤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 선택할 때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다만 펀드 평가사에서는 TDF를 다시 액티브형과 패시브형으로 구분한다. 투자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펀드를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기준은 TDF가 액티브 펀드에 투자하고 있느냐, 패시브 펀드에 투자하고 있느냐다. 패시브 TDF라고 하면 인덱스 펀드와 인덱스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운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반면 액티브 TDF는 포트폴리오에 액티브 펀드를 담아서 투자한다.
다음으로 펀드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해볼 필요도 있다. 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상품은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장기 투자상품인 만큼 운용보수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단기 투자와 비교해 보수가 작은 차이라도 장기간 누적되면 복리 효과를 일으켜 수익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운용사들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에게는 다른 가입자들보다 낮은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적용한다.
▶TDF가 멀티플레이어라면
TIF는 꾸준히 믿을 만한 수비수
노후를 대비한 투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투자상품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대세를 이루는 TDF뿐 아니라 TIF(타깃인컴펀드·Target Income Fund), TRF(타깃 리스크펀드·Target Risk Fund)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후에 대비한 자산을 증식하는 데 방점을 둔 TDF와 달리 TIF는 노후생활자금을 정기적으로 월급처럼 받는 데 중점을 둔 상품이다. 월지급금을 안정적으로 수령하는 동시에 잔여 자산을 최대한 보존함으로써 은퇴자금의 조기 소진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입’이나 ‘소득’을 뜻하는 ‘Income’이 이름에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TIF는 이미 형성된 노후자금을 맡겨두면 주식보다는 채권·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해 정기 이자·배당 수익을 내면서 원금을 최대한 ‘덜’ 꺼내 쓰게 만드는 방어형 상품이다. 매년 원금의 3~4% 정도 지급금을 월간·분기·반기·연간 단위로 받을 수 있다.
TDF가 있는데 굳이 TIF가 필요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상품구조로 보면 자산 배분 조정을 통해 TDF만으로도 노후자금 적립에서부터 인출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출시기에 이르면 TDF가 TIF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TDF와 TIF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애초에 TDF는 자산을 최대한 불리는 게 목적이라면 TIF는 죽을 때까지 자산을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은퇴 이후 자산 가격이 오르든 떨어지든 매달 일정한 생활비를 빼 써야 할 시기에는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일정 생활비는 인출해야 한다. 이러다 보면 노후자금은 더욱 빨리 소진된다. 인출 기간에는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동성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TIF는 이러한 이유로 배당, 이자, 임대 수익과 같은 인컴 수익(Income Gain)을 가져다주는 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편입한다.
2017년 처음 등장한 TIF는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IF의 설정액 합계는 지난달 기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3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80% 뛴 규모다.
TIF의 상품 수익률 또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TIF는 지난 10월 1일 기준 한국투자 TIF알아서 평생소득 월지급식(채권 혼합)으로 수익률이 12.04%에 달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IF알아서 시리즈의 경우 30년 동안 매년 원금의 4%를 인출하면 30년 후 TIF 채권형은 원금의 80% 수준, TIF 채권혼합형은 원금의 90% 수준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음으로 미래에셋 평생소득 TIF 혼합자산은 10.88%, 미래에셋 개인연금 평생소득 TIF 혼합자산이 10.6%로 그 뒤를 이었다. KB 온국민 평생소득 TIF 40(채권 혼합)과 삼성 평생소득 TIF 40(채권 혼합)의 1년 수익률도 각각 9.08%, 7.64%로 4위, 5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 투자자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선택할 수 있는 TR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TRF는 위험성향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자산배분을 미리 정해두고 위험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2022년 퇴직연금 전 사업장 의무화를 통해 이러한 라이프사이클펀드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당장 현금흐름을 필요로 하는 노령층이 늘어나고 있고 내년부터 퇴직연금 의무가입제도가 확대될 예정이라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노후자금을 연금으로 받으려는 수요가 높은 만큼 TIF나 TRF에 대한 관심과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