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에서 몇 대의 차를 팔겠다는 목표는 없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비야디(BYD)를 체험하는 게 우선이죠. 비야디의 전기차가 교통수단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이미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작은 목표라면 비야디의 모든 매장이 반드시 가야 할 매장, 인플루언서들이 꼭 한번 방문해야 할 핫한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 1월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진행된 BYD 브랜드 출범식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류쉐량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의 일성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로 떠오른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 공략의 첨병은 소형 순수전기SUV ‘아토3’.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 부문 대표는 “오늘부터 아토3의 사전계약을 받는다”며 “2월 중순쯤이면 고객 인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글로벌시장에 이름을 낸 아토3는 현재까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5개 대륙 72개 국가에서 100만 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카다. 국내 인증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21㎞(도심 349㎞·고속도로 287㎞).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7.3초에 이른다. 파노라믹 선루프, V2L 등 다양한 편의사양을 기본 장착했고, 유로 NCAP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안전성도 검증됐다.
여기에 국내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티맵모빌리티, 음악 플랫폼 플로(FLO) 등 특화된 서비스도 적용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매력적이다. 일반 트림인 아토3는 3150만원, 상위 트림인 아토3플러스가 3330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중국에선 약 14만 위안(약 2800만원), 한국보다 앞서 출시된 일본에선 4000만원대, 동남아에선 3000만원대 중반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강자인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이 4142만원, ‘아이오닉5’는 4700만원부터 시작돼 벌써부터 “한국 고객을 노린 가성비 전략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류쉐량 총경리는 “한국 시장에서 아토3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접 체험하면 아토3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여타 글로벌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토3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산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토3는 재활용률이 낮은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에 올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규정에 따라 국산 전기차보다 낮은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며 “국고보조금 150만원, 지자체 보조금 100만원대 초반 정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일반 트림의 경우 290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BYD코리아는 아토3에 이어 올해 순수전기 중형 세단 ‘실(SEAL)’과 순수전기 중형 SUV ‘씨라이언7(SEALION 7)’을 출시할 계획이다.
사실 BYD의 국내 진출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류쉐량 총경리는 “BYD는 2016년 이후 약 10여년 가까이 한국 시장에서 전기지게차, 전기버스, 1톤 전기트럭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인연을 맺어왔다”며 “오늘 승용차 브랜드 출범이 한국의 친환경차 기업들과 함께 탄소 없는 모빌리티 환경 구축과 녹색 경제발전에 공동 노력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2016년 한국지사를 설립한 BYD는 그동안 전기버스, 전기트럭, 전기지게차 등 상용 부문 제품과 부품 판매, 서비스에 집중했다. 2020년에는 GS글로벌과 공식 수입사 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 양사가 공동 개발한 1톤 전기트럭 ‘T4K’를 출시하며 수입 상용차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전기지게차는 코오롱글로벌, AJ네트웍스, JSL(진성로지틱스)와 협업하며 2.5t부터 8t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판매 중이다. 수입차 딜러사의 한 임원은 “중국 완성차의 브랜드의 국내시장 진출이 그만큼 전략적으로 진행됐다는 방증”이라며 “상용차로 시장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승용차 시장에 도전한 건 실패할 경우의 수를 줄이기 위한 영민한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업계 일각에선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진출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지리(Geely)자동차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볼보’와 ‘폴스타’를 판매하고 있다. 폴스타는 볼보자동차의 자회사였지만 지난해 2월 볼보자동차가 보유 중인 지분이 지리자동차에 매각되며 지리홀딩스그룹에 편입됐다. 지리홀딩스그룹은 약 80%의 볼보자동차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S90’과 ‘EX30’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입된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로터스’도 지리자동차가 지분51%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로터스는 지난해 11월 국내시장에 전기 SUV ‘엘라트라’를 출시했다. 지난해 2만2034대가 판매되며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를 견인한 ‘그랑 콜레오스’도 지리자동차와 협력 개발한 모델이다. 그랑 콜레오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르노코리아와 지리자동차의 합작법인인 ‘호스 파워트레인’에서 개발한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BYD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BYD의 LFP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한 ‘토레스 EVX’의 지난해 판매량은 6000대를 훌쩍 넘어섰다. KG모빌리티는 올 상반기에 BYD와 공동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우선 평가하는 중국 전기차 모델의 강점은 가격경쟁력이다. 현재 언급된 주요 중국 전기차 업체는 대부분 차량에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LFP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하지만 NCM보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길다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YD는 배터리 내 모듈과 팩을 생략해 차체와 결합하는 셀투바디(Cell-To-Body) 방식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중량은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렸다. 내수시장에서 쌓은 기술력도 글로벌시장에서 어필하고 있다. 누적 R&D 투자액이 194억달러에 달하는 BYD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427만 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세계 친환경차 판매량 선두 업체로 자리했다. 지커는 올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001 FT’로 주목받았다. 업계 일각에서 “BYD등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가 당장 국내 시장 판매량 수위에 오르진 못하더라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낮은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GM한국사업장의 판매량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입차 딜러사의 한 임원은 “결국 중국산이란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뛰어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며 “단기간에 해결할 순 없겠지만 꾸준한 서비스가 뒷받침되면 유럽 시장처럼 가성비를 노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이나 정보 보안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는 의견이다. BYD 국내 출범식 현장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 부문 대표는 “국내 서버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며 “정보보안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국내를 벗어나지 않도록 충분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3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