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걸치고 있는 자치구를 살펴보면 ▲강동구 ▲광진구 ▲송파구 ▲성동구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동작구 ▲영등포구 ▲마포구 ▲양천구 ▲강서구 등 13개 자치구다. 이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주목하는 지역은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내에서도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한강 조망 가능 아파트 시세를 분석한 결과, 단연 강남구 압구정 단지들이 압도적이다. 2024년 6월 기준 한강변 대장 아파트 1위는 압구정 현대4차였다. 현대5차(2위), 현대13차(3위)가 뒤를 이었다. 전체 1위부터 3위를 압구정 현대 단지들이 휩쓴 셈이다.
그 밖에도 신현대(현대9·11·12)가 6위, 현대10차가 7위, 현대1·2차 8위, 현대3차 9위 등으로 압구정 단지들이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20위권으로 확대해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11위는 영동한양 1차, 12위 현대 6,7차가 차지했고, 한양3차와 6차, 7차가 각각 13위, 14위, 16위였다.
실제 재건축 사업이 진행 되면서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7월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8차’ 107㎡(이하 전용면적, 35평)이 40억8000만원(5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고점인 2023년 8월 38억9000만원 대비 1억9000만원 올라 이 주택형 실거래가가 처음으로 40억원을 넘겼다.
압구정 ‘신현대’는 지난 5월 182㎡(75억원), 6월 183㎡(72억원) 등 7건이 신고가 거래됐다. 현대 6,7차 144㎡는 7월 54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압구정 일대가 전통의 부촌이라는 점과 서울시에서 일대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대지 지분 등 집값에 미치는 요인이 여러 가지”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강을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집 값이 크게 차이 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10위권 안에서 압구정 단지가 아닌 곳은 4위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5위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10위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 3곳이다.
앞서 잠원동 신반포2차가 15위, 아크로리버뷰신반포 17위, 신반포 16차가 20위를 차지했다.
총 2990세대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내에서는 아파트 크기가 같아도 한강변 조망 여부에 따라 크게는 20억원 이상의 매매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반포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라 하더라도 한강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매매 가격이 20억원 가까이 차이나기도 한다”며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만 보더라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1·2·4주구 가격이 비한강변인 3주구에 비해 높다”고 전했다.
삼성동에선 아이파크삼성이 전체 23위에 올랐다.
소위 강남 3구라는 ‘강남, 서초, 송파’단지를 다 더하면 44곳이나 차지했다. 50위권 내 순위를 살펴보면 강남구 압구정동 단지가 19곳을 차지했고, 이어서 서초구 잠원동이 13곳, 반포동 3곳 등의 순이었다. 특히 반포권역은 2000년대 중반 서울 최고급 주거지로 발돋움했다. 2009년 반포자이(옛 주공3단지)와 래미안퍼스티지(옛 주공2단지), 2016년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2023년 래미안원베일리(옛 신반포3차·경남)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최고가 아파트 단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반포지역은 강남에서도 정중앙에 가까운 입지라 강북 도심권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데다 한강 조망권도 뛰어나다.
30위권내에서 서초, 강남이 아닌 곳은 앞서 5위 이촌동 한강맨션과 25위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29위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등 3곳에 불과했다.
1979년 준공된 한강맨션은 5층 높이, 23개 동, 660가구 규모다. 저층인 데다 용적률이 155%에 불과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인접해 있고 여의도 접근성이 좋아 알짜 정비사업지로 꼽힌다.
유명연예인 다수가 매입해 유명세를 탄 ‘트리마제’ 전용면적
185㎡는 지난 5월 59억원에 실거래됐다. 3년 전인 2021년 5월 41억~43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0%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용산구 래미안첼리투스 역시 전용 124㎡가 지난해 6월 44억 4998만원에서 지난달 53억4998만원으로 1년 만에 9억원 증가했다. 이 밖에 영등포구 여의도 서울(37위), 시범아파트(42위), 한남동 한남더힐(43위), 성수동 성수동양(46위),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48위) 정도가 서초·강남구 지역을 제외하고 50위권 안에 포함됐다.
여의도 서울과 시범 아파트는 서울시 대규모 재건축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의 경우, 한강 조망이 영구 보장되는 데다 전철 5호선 여의나루역 도보 1분 거리인 초역세권 단지라는 장점을 지녀 강남에 대적할 만한 아파트로 평가된다. 한남더힐(242㎡, 펜트하우스)은 올 4월 120억원에 거래되면서 당시 기준 전국 아파트 최고가를 찍었다. 강변동양 아파트는 트리마제 인근에 위치한 재건축 추진 단지다. 전용 84㎡(33평형·10층)가 올해 5월 26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지난해 9월의 25억원이었다. 잠실 주공 5단지 76㎡의 현재 호가는 전고점인 28억7000만원을 넘어선 30억원까지 올랐다. 가장 큰 82㎡는 지난해 25억2600만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지난 5월 29억7500만원에 마지막 거래됐다. 이 평형 호가는 최고 31억원으로, 2021년11월 최고가인 32억7880억원에 근접한다. 잠실주공5단지는 당초 최고 50층, 6350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다가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일률적인 층수 규제를 폐지하고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히자 조합이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패스트트랙)으로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잠실역 인근 복합시설 용지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로 상향할 수 있게 돼서다. 3종일반주거지역은 35층에서 49층에 용적률 최대 300%까지, 준주거 복합용지는 50층에서 70층에 용적률 최대 400%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 인근 아파트를 최고 70층으로, 한강변은 49층으로 둬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분석에서 강남 3구와 용산, 여의도와 성동구를 제외한 지역에선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단지 중 100위권에 들어간 단지는 한 곳도 없었다.
한편 한강 조망권이 시세에 주요 변수로 부상하면서 이를 둘러싼 분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에 속도가 붙자 인근 재건축 추진 아파트 사이에서 한강 조망권 다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쪽에 있는 화랑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남쪽에 있는 단지들의 한강 조망권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강 조망권 분쟁 우려는 이미 재건축이 진행된 단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7년 한강 조망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 바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한강 조망권과 관련해 소송을 내도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 서울뿐 아니라 한강 상류부터 하류에 이르는 경기·인천에서 유사한 소송이 나오고 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강 조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구 조망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과 여의도 등지의 한강뷰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곳이 여럿이다. 향후 한강 조망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단지도 있다”며 “당장 한강 조망이 나오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병수 기자 · 김재구 리치고 AI부동산랩 디렉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7호 (2024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