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단 80분 비행만으로 도착할 수 있는 가고시마는 일본 전통 온천과 각종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엔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도쿄, 쿄토, 오사카 등 쇼핑여행을 떠나는 동안 ‘여행 좀 아는 사람’들은 숨겨진 보물 같은 여행지로 일본의 남쪽 큐슈 지방에 위치한 가고시마현을 택한다.
가고시마는 일본 내에서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비견될 만큼 고요하고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완벽한 여행지로 손꼽힌다. 큐슈 지방의 최남단에 위치하여 야자수가 무성한 이곳은 겨울에도 가을 같은 날씨를 자랑한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5도에서 15도 사이를 유지해 사시사철 여행지라 할 수 있다.
가고시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천연 온천으로 유명한 명소라는 점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온천 문화를 즐기는 데 더해 특색있는 검은 모래로 찜질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가고시마의 온천들은 여행객들에게 깊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가고시마의 상징 중 하나인 활화산 사쿠라지마는 그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이케다 호수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어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상케 하며, 여행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전 총리는 아름다운 일본의 한 료칸(일본 전통 여객시설)에서 정상회담을 가져 화제가 됐다. 이곳은 가고시마의 한적한 해안 마을 이브스키, 그 중심에 자리한 백수관(하쿠스이칸)으로 일본 전통 여관의 면모를 지닌 특별한 공간이다. 처음 들어서면 엄청난 규모에 놀라며 전통적인 분위기에 비해 세련된 객실 상태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이곳은 특히 노 전 대통령 이외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외에 여러 한국의 CEO들도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조용한 휴식을 즐기다 간다고 한다.
백수관은 여관이란 호칭으로 오해 받을 수 있지만 그 여느 해외 리조트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훌륭한 시설을 갖췄다. 전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인테리어와 조경을 자랑하면서도 소나무가 어우러진 오션뷰와 야외수영장 등은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1960년대에 시작된 이후, 백수관은 설문조사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료칸’으로 꾸준히 선정될 정도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을 정도다. 처음 이 료칸을 세운 시모타 케하라씨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병으로 인해 전장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고향 가고시마에서 손님들을 환대하는 작은 여관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통적인 일본식 여관의 문화를 강조해 각 방은 다다미와 함께 일본식 가구가 배치되어 있다. 다만 침대를 함께 구비해 누구나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든 객실은 일본식 정원이 내다보이는 디자인으로 꾸려졌다. 전체적으로 정취가 있어 고요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시모타케하라씨가 수집한 수많은 도자기와 예술품들은 방문객들에게 일본 전통의 매력을 전한다.
코로나19 시절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토시히코 시모타케 하라씨는 “이브스키의 자랑인 검은모래 찜질은 백수관의 자랑”이라며 “도쿄와 뉴욕에 이러한 문화를 알리기 위해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백수관은 푸른 소나무와 푸른 바다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좋다. 사츠마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일본의 전통적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큰 장점 중 하나는 온천과 스파다. 온천의 규모 역시 엄청나다. 여러 가지 종류의 탕을 잠깐씩 경험한 후 야외 노상온천에 위치한 불가마를 체험하는 데만 해도 한나절이 걸릴 정도다.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즐기는 모래찜질 역시 이곳의 자랑이다. 10분간 찜질을 즐기는 동안 일행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퍽이나 정겨워 보인다.
시모타케하라씨는 “백수관에서는 천연 스나무시(모래찜질)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는데,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라며 “최근 들어 해외시장에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고시마로 여행지를 정했다면 꼭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 바로 일본 전통식 가이세키 요리다. 가이세키는 여러 가지 요리가 차례로 나오는 일본의 정통 코스 요리로,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백수관에서 맛볼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는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한다. 특히, 가고시마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흑돼지 샤브샤브는 백수관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잡았다.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하는 흑돼지 고기를 얇게 썰어 뜨거운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는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풍미로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항아리들이 드넓은 평야에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은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정겹다. 항아리 안에는 간장이나 고추장이 아닌 현미 흑초가 발효되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기리시마시에 위치한 가쿠이다 흑초(후쿠야마초)는 최근 여행객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관광지다. 이 작은 마을은 인구 5000명에 불과한 시골 소도시이지만, 이 흑초공장과 레스토랑으로 인해 매년 2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전통 흑초 제조법으로 유명한 이곳은 항아리를 사용해 옥외에서 시간을 들여 발효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한다.
후쿠야마초는 200년 이상의 흑초 제조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의 흑초는 현미, 물, 누룩이라는 세 가지 주요 원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며, 각각의 재료는 일본산만을 사용한다.
츠마가리 신사쿠 가쿠이다 흑초 대표는 “현미는 일본 내산을, 물은 양조소 안에 솟아나는 부드러운 약수를, 그리고 누룩은 아카이케 지카라 장인이 선택한 최고의 누룩을 사용한다”라며 “2년 이상 숙성을 원칙으로 하는 ‘가쿠이다’는 전통 제조법과 장기 숙성 방식으로 20% 정도의 식초가 날아가지만 그만큼 깊은 맛과 풍미를 안겨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긴 숙성 기간은 흑초의 색을 진하게 하고, 향기를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아카이케 지카라 장인의 노련한 기술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진 가쿠이다의 흑초는 그 품질이 높이 평가되어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실제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조미료로 인식되던 것을 넘어 건강음료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흑초의 건강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다양한 맛의 흑초 음료가 출시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가쿠이다에서는 사과, 블루베리, 적깻잎 등과 혼합한 흑초 음료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는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한국 등지로도 수출되고 있다.
흑초 외에 이곳을 관광명소로 발돋움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2005년 가을 문을 연 흑초 레스토랑 ‘흑초본점 가쿠이다’이다. 흑초본점 가쿠이다는 흑초를 활용한 다양한 제철 식재료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흑돼지요리와 성게알 파스타가 인상 깊었다. 자체 제조한 유자맛 맥주 역시 훌륭한 맛과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오션뷰를 보며 즐기는 레스토랑이란 입소문이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날씨 좋은 날이면 사쿠라지마 활화산은 물론 돌고래가 먼 바다에서 헤어치며 노는 모습을 보며 식사할 수 있어 일본의 여러 셀러브리티들도 이곳을 방문하여 사인을 남기고 갈 만큼 인기가 높다.
신사쿠 대표는 “처음 흑초공장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냥 시골 마을에 불과했다”라며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데 인구 50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이러한 관광 명소가 생긴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지만, 후쿠야마초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흑초의 명소로 자리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천황이 머무는 휴양지’로 알려진 시로야마 호텔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명소로 꼽힌다. 시로야마 산 중턱에 위치하여 해발 108m에서 사쿠라지마 활화산과 가고시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시로야마 산은 말 그대로 사츠마의 본거지인 사츠마 성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 산은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사이고 다카모리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바로 이 산에서 유신 정부군과의 전투 중에 목숨을 잃은 곳으로, 현재까지 그의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이 곳은 사쿠라지마를 바라보며 노천 온천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 온다. 높은 지대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노상 온천은 한국에서 느껴보기 힘든 묘한 쾌감을 준다. 이준경 가고시마 여행 코디네이터는 “시로야마 호텔은 부드러운 온천수와 함께하는 멋진 전망으로 여행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라며 “온천의 이름이 ‘미인의 탕’일 정도로 피부를 부드럽게 가꾸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시로야마 호텔 역시 국내 CEO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숙소로 손꼽힌다. 특히 고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은 이곳을 정기적으로 찾아 집무를 볼 정도였다고 한다. 손윤경 시로야마호텔 매니저는 ”매년 일왕이 가고시마 행사를 가질 때 머무는 숙소“라고 주지한 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한국은 물론 여러 국가의 CEO와 셀러브리티들이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시로야마 호텔은 몇해 전 리뉴얼을 통해 전 객실을 통창으로 바꿔 이전보다 깔끔하고 시원한 뷰를 자랑한다. 한국어 안내문이 구비되어 있어 한국인 여행객들도 큰 불편 없이 호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매일 아침 80종류의 다양한 일식과 양식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이다. 시로야마의 조식 레스토랑은 지역에서도 인정받아 매년 여러 기관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는 등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가고시마산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튀김과 구운 빵이 유명하고, 개인적으로는 메로구이와 오차즈케가 상당한 별미였다.
시로야마 호텔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셔틀버스 30분 단위 운행)에 위치한 덴몬칸은 가고시마의 번화가이자 쇼핑 거리다. 돔 형태의 높은 천장 아래에는 다양한 브랜드 숍과 기념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어 쇼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호텔에서 도보로 약간의 산책 거리에 있는 시로야마 공원은 107m의 높이에 자리해 있다. 가고시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며, 특히 야경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오래된 나무와 함께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즐기며 가고시마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다.
입구부터 유황 냄새가 가득한 일본 가고시마의 남쪽, 기리시마산의 중턱에 자리한 라비스타 기리시마 힐즈는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리조트다. 2018년에 문을 연 이곳은, La Vista(스페인어로 ‘전망’)라는 이름처럼 뛰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기리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를 내려다보며, 편안하고 우아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라비스타는 일본 전통식 료칸에 가까운 앞선 두 곳과 달리 유럽 전통 건축방식을 채용한 객실과 서비스가 특징이다.
라비스타 기리시마 힐즈에는 총 105개의 객실이 준비되어 있는데 각각의 객실은 천연 온천 욕조가 마련되어 있다. 유럽의 정취를 담은 인테리어에서 사쿠라지마를 비롯한 기리시마 연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는 이 곳만의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객실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처로 꼽힌다.
리조트 내에는 서양식 대절탕과 일본식의 전통적인 대중탕, 그리고 세 곳의 다른 콘셉트의 노천탕이 준비되어 있다. 여러 가지 콘셉트의 탕을 보유한 대중탕은 다른 어떤 곳보다 깔끔하고 휴식시설 또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가족 친화적인 리조트답게 세 곳의 다른 가족탕은 추가금 없이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10시 이후에 온천을 즐기는 중간 일본식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라비스타 기리시마 힐즈에서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맛을 혼합한 특별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현지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여 풍부한 맛을 선사하며, 아침에는 제철 채소와 다채로운 일식, 양식을 뷔페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리조트는 기리시마 야쿠 국립공원 초입에 자리하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자랑한다. 풍부한 삼림과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한 산책로를 통해 자연 속을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외에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기리시마 진구는 국보로 지정된 일본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다. 역사적인 건축물과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7호 (2024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