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도시는 2012년 판교에 들어선 준신축 아파트 외에는 사실상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다. 분당 주요 단지는 일자리와 학군, 공원, 상권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판교역 인근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다. 판교역 초역세권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39㎡는 6월 3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시범한양 전용 134㎡ 최근 실거래가 17억3000만원의 2배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5월 13일 기준 분당의 아파트 가격은 0.00% 보합이었으나 5월 20일 0.03% 상승했고 5월 27일 0.11% →6월 3일 0.19% → 6월 10일 0.3%로 올랐다. 상승폭이 4주 새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경매 시장에서도 올해 1~5월 분당 아파트 낙찰률은 90%로 경기도 전체(86%)보다 높게 나타났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을 앞두고 빠른 재건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자 집값도 덩달아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경LUXMEN과 리치고의 시세 분석에 따르면 1기 신도시 분당 지역 1위 아파트는 정자동의 느티마을 공무원 4단지다. 느티마을 3단지 역시 3위에 올랐다.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공무원 3·4단지도 대지지분이 84㎡로 넓고 전체 1776채에 달하는, 신분당선·수인분당선 정자역 역세권 아파트다.
높은 순위의 배경은 리모델링 때문이다. 느티마을 3단지와 4단지도 지난해 주민 이주를 마쳤다. 1994년 준공된 느티마을 3단지 12개 동 770가구는 리모델링을 거치면 873가구로 늘어난다. 이 단지는 수평 증축 방식으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16개 동의 느티마을 4단지는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으로 진행돼 공사를 마치면 전체 동과 세대 수가 17개 동 1149가구로 늘어난다. 느티마을 3·4단지의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43개월로, 2027년 하반기 준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느티마을 공무원 3·4단지 전용면적 67㎡는 2022년 5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3월 11억원으로 거래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13억8000만원까지 반등해 전고점 대비 95%에 육박했다.
느티마을 3단지와 4단지 사이 2위는 이매동의 아름 6단지 선경이다.
아름마을 5단지 전용 163㎡는 지난 4월 23일 20억2000만원(12층)에 팔린 지 이틀 만인 25일 최고가인 22억원(20층)을 찍었다. 한 달 새 2억원 오른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한 매물이 아니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며 “상황을 주시하면서 호가를 1억~2억원 이상 높이려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름마을(풍림·선경·효성)’ 전용면적 133㎡는 지난 5월 총 26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20일 1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은 약 92%다. 4월 경기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가 약 10명인 점을 감안하면 분당 아파트에 대한 열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름마을 6단지는 아름마을 5단지(15위), 7단지(16위)와 함께 신탁 재건축 방식을 추진 중이다. 아름마을 3개 단지는 1634가구 규모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여러 아파트 단지를 한데 묶어 진행하는 ‘통합재건축’으로 추진된다. 재건축과 함께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도 통합재건축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통합재건축은 서로 다른 단지 주민끼리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신탁 방식은 조합을 결성하는 것보다 잡음을 줄일 수 있어 물리적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규모가 커질수록 주민들의 화합이 깨질 수 있어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를 끼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5위는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한양) 차지했다. 양지마을(총 4892가구 규모)에 포함된 한양 5단지(1430가구) 164㎡(전용 49.73평) 역시 현 매도 호가는 23억원 선으로, 직전 실거래가(19억5000만원·12층)대비 18%(3억5000만원) 상승했다.
양지 2단지(청구)와 1단지(금호), 양지 3·5단지도 각각 13위, 14위와 25위에 올랐다. 양지마을은 총 4392가구가 모여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인근한 수내역을 중심으로 학원이 모여 있어 장점으로 꼽힌다. 양지마을 인근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할 정도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라며 “연말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전까지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10위권 단지들은 정자동 상록우성(6위), 이매동 이매성지(7위), 서현동 삼성·한신(8위), 이매 진흥(10위) 등 순위다.
6위를 차지한 정자동 상록우성은 1762가구의 대단지로 역시 선도지구 선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근의 정자동 상록마을 라이프(33위)와 통합재건축도 추진 중이다. 인근의 상록 임광·보성 단지 역시 20위로 순위가 높았다.
서현동 삼성·한신 단지는 서현동 한양(18위)과 더불어 서현 시범단지로 알려져 있다. 총 4200가구로 일찌감치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움직여온 곳이다.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서현동 삼성·한신 전용 133㎡는 5월 2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범한양 134㎡(7층) 아파트는 5월 8일 15억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나 다음 날인 9일 같은 평형이 17억3000만원(8층), 18일 17억6000만원(11층), 25일 17억9000만원(10층)으로 올랐다. 한 달도 채 안 돼 3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현재 매물 호가는 최고 19억50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거래량도 상승세다. 시범한양은 올 상반기(5월23일 기준)에만 총 35채가 팔렸다.
11~30위권에선 앞서 양지와 아름마을 단지 외에 구미동과 금곡동 아파트들이 주목을 받는다.
구미동의 까치마을 건영(11위), 대우·롯데·선경(21위), 금성백조(27위) 등이 대표적이다. 금곡동의 청솔한라(22위), 청솔주공 9단지(28위), 청솔 서광·영남(29위), 청솔 유천화인(30위) 역시 상위권에 랭크됐다. 까치마을의 경우에도 사전동의를 받고 신탁사·도시계획업체를 선정하는 등 일찍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움직여 왔다. 까치마을 1·2단지와 하얀마을 5단지(2523가구)는 용적률(142%)이 경합 단지 중 가장 낮아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이다. 미금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선도지구 선정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저가 매물은 다 들어갔다”면서 “현재 물건이 많지 않다. 투자할 사람들은 이미 많이 투자를 했다”고 전했다.
30위 밖으로는 한솔 단지가 눈길을 끈다. 정자동 한솔 1단지 청구(39위)와 3단지 한일(44위), 6단지 주공(47위)이 대표적이다. 한솔 단지의 경우,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가 역시 상승 추세다. 한솔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단지에서 매매를 원하는 소유주가 별로 없는 반면 수요는 높다”면서 “나온 매물도 2주택으로 비과세 부분이 걸리거나 상속 문제가 있는 등 꼭 팔아야 하는 분들이 내놓은 매물뿐”이라고 전했다.
한때 강남과 비견되던 분당 주상복합의 경우, 정자동 파 크뷰가 4위를 차지해 체면치레를 했다. 분당 파크뷰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한 달 사이 17억원 호가를 부르던 84㎡ 집주인들이 18억원, 많게는 19억원을 부른다”면서 “1만가구가 넘게 새로 지어지며 가격이 오르다 보면 주변으로까지 가격 상승세가 옮겨 붙을 것을 예상하고 매물을 거둬들인 곳도 많다”고 전했다. 이 밖에 주상복합으로는 양지 6단지 금호청구(37위), 정자동 동양정자파라곤(41위), 분당더샵스타파크(46위) 등이 50위 안에 포진했다.
[김병수 기자·김재구 리치고 AI부동산랩 디렉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