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高 시대의 해외여행 트렌드는 ‘나’ 그리고 ‘버킷리스트’다. 한국관광공사가 관광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2024년 관광트렌드’를 살펴보면 ‘하나의 테마’로 ‘나만의 명소’를 찾아 ‘온전히 쉬는 것에 집중’하는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나투어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예약 등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시한 ‘2024 여행 트렌드 키워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탐험가’와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식’이 도드라진다.
그럼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어느 곳일까. 온라인 여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와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해외여행지는 ‘일본’ ‘베트남’ ‘태국’으로 집계됐다. 스카이스캐너 측은 “상위 10곳의 여행지 중 베트남의 경우 올여름 검색량이 전년 대비 2배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며 “팬데믹 이후 직항 노선이 재개되며 나트랑, 푸꾸옥 등 관광, 맛집, 휴양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행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잠깐, 누구나 갈 수 있는 그런 곳 말고 나만 아는 여행지 어디 없을까. 보석 같은 버킷리스트를 공개한다.
▶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블루트레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루트레인은 1920년부터 운행한 열차다. 그야말로 럭셔리한 내외부와 서비스에 ‘달리는 특급열차’라고 불린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양식의 열차 내부와 앤티크한 가구, 샴페인까지 뭐 하나 나무랄 게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단에 있는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해 북쪽의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까지 총 1600여㎞를 내달린다. 웨스턴케이프주의 와이너리, 다이아몬드 광산, 핑크색 플라밍고로 유명한 킴벌리 등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찐 명소를 경험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보던 다이닝카에서의 정찬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전 세계 여행자들과 라운지카에서 시가, 위스키, 애프터눈 티 등을 즐기는사교의 시간도 마련돼 있다.
▶ LVMH의 오리엔트 특급 ‘벨몬드 익스프레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무대를 LVMH 그룹이 고스란히 재현했다. ‘벨몬드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어쩌면 럭셔리의 끝판왕이다. 1883년 유럽 대륙을 가로지른 특급열차를 개조해 1920년대의 고전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라운지바 ‘3674’는 꼭 들러야 할 기차 칸.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인 파리~이스탄불 노선을 비롯해 베니스, 부다페스트 등 유럽 전역을 누비는 70개의 노선을 운행 중이다.
▶ 베트남의 옛 정취 즐기는 시간 ‘킹 익스프레스’
해발고도 3143m의 판시빵 산자락에 자리한 고원도시 ‘사파’로 떠나는 기차 여행이다. 사파는 베트남 소수민족이 옛 모습을 간지한 채 살아가는 마을이다. 하노이에서 출발하는 ‘킹 익스프레스’는 밤 10시에 출발해 다음 날 새벽 6시 무렵 사파 근처의 라오 까이에 도착한다. 객실 내부는 정갈하다. 꽃, 과일, 음료 등 깔끔한 잠자리가 마련돼 있다. 빈티지와 앤티크가 적당히 어우러진 분위기가 싫지 않다.
▶ 히말라야가 내 품에… ‘더 파빌리온스 히말라야’
산행이 고행이 되는 곳 히말라야. 굳이 산을 오르지 않아도 히말라야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더 파빌리온스 히말라야’는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안나푸르나와 페와 호수에 둘러싸인 이곳은 유기농 먹을거리와 명상, 요가,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마련돼 투숙객을 특별한 경험으로 이끈다. 전문 테라피스트와 함께하는 체계적인 요가 명상 수업, 산약초, 허브 오일을 이용한 아유르베딕 테라피 스파는 놓칠 수 없는 코스다.
▶ 야생을 즐기는 체험, ‘아만 와나’
인도네시아 모요 사톤다 국립공원의 일부인 모요섬에 자리한 ‘아만 와나’는 다이빙 사파리의 성지다. 투명한 물빛이 출렁이는 바다에 15개의 텐트가 배치됐다. 프라이빗한 글램핑 텐트에서 투숙객들은 머무는 내내 바다와 정글을 체험한다. 고래상어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진 인근 살레 만에선 가이드와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수중 명상과 호흡운동, 프리다이빙 등 수중 웰니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보트로 사톤다 화산섬에 닿으면 열대우림에서의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 파타고니아가 내 품에, ‘익스플로라 토레스 델 파이네’
칠레와 아르헨티나 남위 40도, 콜로라도 강 남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는 태평양과 대서양, 안데스 산맥의 빙하를 품은 야생이다. ‘익스플로라 토레스 델 파이네’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파타고니아의 토레스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있다. 객실 통창으로 무한한 자연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호텔이다. 아센시오 계곡에서 시작해 토레스까지 이어지는 W자 모양의 트레킹 코스 ‘W 트랙’은 꼭 경험해야 할 액티비티다. 트레킹 후 노천 스파도 빼놓을 수 없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