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단위로 봐서는 도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죠. 시민들은 교통망을 따라 시·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경제·산업도 자체의 동력에 따라 확장되기 때문이죠. 각자의 일자리와 삶을 위해서는 바로 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GTX 신설은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최근 신간 <한국 도시의 미래>를 쓴 김시덕 작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인천, 경기도, 충청남북도 및 강원 일부까지 포괄하는 대서울권이란 개념을 내놓았다. 그가 말하는 대서울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계속 팽창하는 수도권을 일컫는다. 경제와 인문, 지정학에 따라 대한민국 산업 및 생활 지도를 새롭게 볼 것을 주장하는 셈이다. 마침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내놓은 GTX 연장이나 메가시티와도 일맥상통한다. 도시인문학자이자 문헌학자인 그에게 GTX의 효용과 성공 가능성을 질문해봤다.
김시덕 작가는 도시문헌학자이자 도시답사가로 불린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연구자료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서울 선언>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등이 있다.
Q GTX 개통과 노선 연장 계획에 따라 관련 주민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GTX가 기존 수도권 전철만큼 효용감을 제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얘기하셨는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A GTX는 구간별로 달리 봐야 해요. GTX의 의미는 서울 출근지, 즉 사대문 안이나 강남지역과의 연결이 목적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A노선의 파주 운정지역-서울역, 혹은 송도와 강남지역 연결 등은 상당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봅니다. 이번에 발표된 평택 지제까지의 연결 또한 의미가 크다고 봐요. GTX의 신설 구간(기존 철도가 놓여 있지 않은 곳)은 생활권 및 경제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예를 들어, 운정에서 서울역 혹은 강남까지 이어지는 노선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지만, 경기 동남부권 노선들의 경우 기존 광역버스나 철도 노선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이용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김시덕 작가는 GTX A·B·C의 신설 노선(새로 깐 노선)은 ‘긍정적’이라 평가한다. 다만 D·E·F의 경우, 노선은 물론 경제성 때문에 선거철 마다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는 “특히 순환방식 노선인 E·F는 이동거리만 늘릴 수 있어 새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Q 일부 GTX 노선이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신데, 해결점이 있다면.
A 앞으로 선거철마다 이슈가 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 철도가 (정치권에서) 유행이잖아요. GTX가 성공하기 위해선 모세혈관 같은 연결 지점을 만들어줘야 해요. 결국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서인데, 역에서 집으로까지 연결되는 라인을 잘 설계해야 합니다. 역세권 가까이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결국 버스나 차를 추가로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감안해서 교통망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해요. 새로운 역,노선 만들기에만 치중해서 기존 구도심을 분산시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돼요. 자칫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의 치적 쌓기용으로 머물러선 곤란합니다.
Q 최근 책에서 ‘대서울권’이란 개념을 내놓으셨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인천, 경기도, 그리고 충청남북도 및 강원도 일부까지 포괄할 것이란 예상인데, GTX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A 파주 운정, 고양, 송도 쪽은 GTX로 인해 급격히 서울시 권역이 될 거예요. 자족적인 기능을 포기하는 대신 완전히 서울의 위성도시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인천의 검단, 검암도 그렇게 될 거라고 봐요. 이번에 노선에 포함된 평택 지제의 경우, 대규모 개발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결국 경기도 동북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도시화가 진행될 수 있는 공산이 큽니다. 대서울권이 만들어지는 셈인데, 예를 들어 서해선이 만들어지면 충남인들도 평택이나 화성에서 출퇴근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생활권을 따라 미래 철도망도 같이가야 합니다만, 최근 GTX 담론이 정치적 어젠다가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김 작가는 “대서울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계속 팽창하는 수도권이고 동남권은 과거 방위·조선 산업을 거쳐 최근 우주항공 산업까지 이어지는 벨트”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중부권은 국토(남한)의 가운데 국가 기관을 집중시킨 대전과 세종시 인근이다. 중부권이 커져야 균형발전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 외에 광역시인 광주나 대구 등은 모두 6개의 ‘소권역’으로 묶었다. 일부 정치권에서 메가시티를 한다면서 서울과 부산, 광주 등 대도시를 거점으로 삼은 것은 실제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김 작가는 “한국 산업의 역사가 그렇고 사람들의 이동이 그렇다. 정치가들이나 행정가들이 인위적으로 자신들을 기준으로 구역을 나누려고 하지만 실제 일반인들은 다르게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Q 철도 지하화도 이슈입니다만, 필요성과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A 선거철이 되면 나오는 이슈라고 봅니다.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입니다. 철도를 지하화하려면 노선을 우회하거나 지하나 지상에 새로 차량이 다닐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기술적 문제가 상당합니다. 당장 경인선 지하화에 40조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그 비용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어요. 지하화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이후에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다만, 경부고속도로 서초 강남 구간 지하화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여기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다른 지역에도 참조가 될 거라 봅니다. 철도 공약은 30년을 봐야 해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김 작가는 GTX 노선의 신설이나 철도 지하화보다 지역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대전-청주-충주가 GTX류의 철도로 연결되면, 대도시권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그린벨트의 과감한 철폐도 내세운다. 결국 민간에 맡겨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Q 인구 감소 시대에 도시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철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A 철도의 효용성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권 광역철도나 전남 광주-나주, 담양-장성 이런 데를 묶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전주-완주, 부산-김해-양산, 예산-홍성, 음성-진천 등 통합이 필요한 곳이 많아요. 생활권이 묶이면 시민들은 실질적으로 단일 시민으로 살아갈 거예요. 그래서 철도망 확장이 중요합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줄어드는 자원을 집결시켜야 하는데, 다만 행정적 구역을 따지는 소지역주의가 걸림돌입니다. 결국 도시화시킬 곳은 시켜서 압축적인 생활권을 만들어야 해요. 철도 주변으로 모이는 게 나아요. 부동산도 철도 라인에 집결시켜야 합니다. 대신 농촌은 친환경적으로 되돌려야 하고요.
Q 앞으로 계획은.
A 다음 책은 서해안 지역에 대한 내용을 준비 중입니다. 인천부터 서천에 이르는 지역은 대서울 확장의 최전방이 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서울 강남에 대한 이야기도 정리하고 싶어요. 단순히 부동산 투자의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서의 강남과 미래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입니다. 강남에 대해서는 ‘강남 최고 vs 나쁜 놈들’이란 이분법적인 주장만 난무합니다. 정치적 주장에서 벗어나 지역학으로서의 강남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침 개인적으로 강남, 서초, 송파 다 살아봤어요. 왜 3호선 고속터미널에 꽃상가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
[김병수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