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엘니뇨에 잠 못 드는 밤.
12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와 습한 날씨로 전에 없던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루하게 이어진 장마로 줄어든 일조량과 열대야로 인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등 호르몬의 변화로 활력과 수면 리듬이 깨지기 쉬운 환경이다. 이러한 악조건에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수면재단(NSF)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주중에는 6시간 11분 자고 주말에는 7시간 15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필요한 수면시간은 7시간 14분으로 일주일간 부족한 수면시간은 5시간 13분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미국인은 주중에는 7시간 2분 자고 주말에는 7시간 29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 수는 2017년 56만 명에서 2021년 68만 명으로 늘었다. 무호흡증 같은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불어난다. 질 낮은 수면이 알츠하이머나 고혈압 같은 질병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 끼치는 손실 규모만 연간 4000억달러(약 573조6000억원)를 웃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면의 질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수면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5%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나 불안, 치매,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을 유발하며, 인지 기능과 주의력, 심지어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은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맥킨지는 2021년 보고서 ‘숙면: 기술을 통한 수면 부족 감염병 해결(Sleep on it: Addressing the sleep-loss epidemic through technology)’에서 수면 부족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돼 노동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면장애로 인한 근로자의 결근시간 합계가 연 1000만 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수면 부족에 따른 경제적 지출이 매년 600억달러(약 7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슬립테크(Sleep-Tech)’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슬립테크는 정보기술(IT)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수면 상태를 분석해 불면증과 기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장애를 극복하고 양질의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다. ‘꿀잠’을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아낌없이 여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기능성 침구는 물론이고 식음료, 전자기기 등 잠과 관련된 시장이 발달하자 잠(Sleep)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은 2011년 4800억원에서 2021년 약 3조원으로 10년 새 5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수면 시장은 2026년 최대 321억달러(약 4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각축전을 펼치는 중이다. 애플의 애플워치,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가 대표주자다. 스마트워치로 수면의 질을 진단하는 데 주력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김병수·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