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대신 명품주를 사라’는 투자 격언이 무색하게 고가 명품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저가 명품 브랜드는 상승세를 타며 업종 내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는 7월 15일(현지시간) 기준 477.35유로를 기록하며 올 들어 24.87% 하락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티파니의 모기업이다. 주가 급락의 여파로 2024년 5월 세계 1위 부호였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이날 기준 세계 7위로 순위가 밀렸다. 구찌와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을 거느린 프랑스의 케링그룹은 같은 기간 주가가 16.62% 내렸다. 프라다(-20.75%), 살바토레 페라가모(-24.82%), 몽클레르(-0.94%) 등 주요 명품 기업들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중저가 명품 브랜드의성과는 두드러졌다.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는 54.8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영국 버버리도 27.15% 오르며 선방했다. 산드로, 마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의 SMCP그룹은 같은 기간 36.76%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명품업계 전반의 주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명품 산업의 핵심 소비처인 중국의 수요 둔화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시장 내 명품 판매액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베인은 올해 중국 본토 내 명품 판매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인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명품 소비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며 한동안 고가 명품 판매가 급증했지만, 이후 가격 인상으로 보복 소비의 피로감이 명품 업계 전반을 덮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인은 지난해와 올해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에 의문을 품고 이탈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밝혔다. 최근 1년 동안 명품 구매 고객이 5000만명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 젊은 세대에서의 이탈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젊은 고객들과의 거리를 벌렸다는 해석이다. 베인은 “가격 인상에 따른 피로감과 브랜드에 대한 환멸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기업의 실적도 주가 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 케링의 올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특히 케링이 보유한 구찌와 생로랑 매출은 각각 24%, 8% 줄었다. 미국 투자은행TD코웬은 올해 구찌의 매출 전망을 15% 하향 조정하며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생로랑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늦게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LVMH는 같은 기간 매출이 2% 감소했으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패션·가죽 부문이 특히 부진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LVMH의 목표주가를 560유로에서 510유로로 하향 조정하며 “수익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명품 그룹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급감한 가운데, 올 1분기에도 반등에 실패했다. 1분기 매출은 2억 21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81만유로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매출이 13.7% 감소하며 매출 급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