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으로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 수년 내에 한국 등 아시아 14국이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3일 한국 등 아시아 14국으로 구성된 ‘알타시아 (Altasia)’라는 신조어를 제시하면서 내놓은 보도다.
알타시아가 주목받는 배경은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경제적·정치적 갈등 심화가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경제 공급망을 확대하려 하면서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수출규제 등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중국 인건비가 상승 하고 있는 상황 또한 알타시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했는데, 지난 10년간 중국 제조업 임금은 약 두 배가량 높아진 실정이다. 이러한 영향으로도 ‘알타시아’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의 규제와 정책도 탈중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주도의 탈중국 물결은 교역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인 2017년 미국 상품 수입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2%였지만 지난해 1~9월 그 수치가 17%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수입에서 미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5년 9.9%에서 지난해엔 7% 선까지 하락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만 놓고 봐도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째 급감하는 추세다. 상반기 월별 20% 전후에 이르렀던 대미 수출 증가율은 9월 들어 3.9%로 고꾸라졌고, 10월부터 올 2월까지는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 2월에는 대미 수출이 27.5%나 줄었다. 중국 내 공급망이 흔들리자 수출 주문이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지로 넘어간 것이다. 반면 알타시아 그룹의 미국 수출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9월까지 1년간 알타시아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는 6340억달러(약 835조원)로 중국의 대미 수출 실적(6140억 달러·약 809조원)을 상회했다.
숙련 노동자의 숫자에서도 알타시아가 중국을 앞섰다. 알타시아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25~54세 숙련 노동자가 1억5500만 명 거주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억4500만 명 수준이다.
중국 내에서는 미중의 탈중국 흐름에 가속이 붙으면서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작년에도 그 비율은 16.2%에 달했다.
대미 수출이 줄면 소비, 투자와 함께 3대 성장 축을 구성하는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알타시아로 분류되는 일부 국가들은 인프라와 물류시스템 등이 부족하고, 무역 관련 규제가 많은 점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럼에도 다수의 무역 협정과 이로 인한 규제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알타시아는 많은 국가에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