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월가에서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라는 격언이 떠도는 5월이 지나고 서머 랠리 기대감이 도는 6월이 왔다. 서머 랠리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뉴욕 증시가 대체로 상승장이라는 점을 담은 말이다. 다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확실한 판단이 서기 힘든 시점이다. 지역 은행 유동성 부족 사태와 더불어 한때 단타 종목으로 인기 끈 기업들이 현금 부족에 따른 경영난을 겪는 분위기를 보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개인 투자자가 미국 주식 매매로 고수익을 내는 것이 여의치 않다. 단타 인기 종목이던 미국 침구·가정용품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지난 4월 말 상장 폐지됐고 ‘수소 차량’ 업체 니콜라는 지난달 말부터 오는 7월까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올해 주가는 65% 급락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종목을 신중 하게 고르고,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 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지뿐 아니라 경제전망(SEP)과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연준 위원들이 무기명으로 점을 찍어 최종 금리 수준에 관해 의사 표시를 해놓은 표)를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 확인 해둬야 한다. 상승장이 올 시점에 대비해 현금도 꾸준히 확보해두어야 한다.
하반기를 앞둔 6월, 뉴욕 증시에 당장 영향을 줄 만한 변수를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얕든 깊든 경기 침체가 따를 것이라는 예상 ▲미국 지역 은행 유동성 부족 사태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 ▲연준의 연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미국 연방 정부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이다. 다만 정부 부채 협상은 정권마다 반복돼왔고 극한의 갈등을 겪었지만,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되풀이되는 정치 이벤트일 뿐 워싱턴DC 정가가 ‘2011년 오바마 정부의 악몽’을 재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당장 눈에 띄는 변수 외에 중장기 변수로 자리잡은 미·중 갈등 양상은 반드시 챙겨야 할 변수다.
한 나라의 경제를 간단히 보면 크게 ‘민간 소비·기업 투자·정부 지출·무역 수지’로 나눌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내수, 특히 민간 소비 비중이 높다. 올해 1분기(1~3월) 미국 경제는 민간 소비가 끌어올렸다. 다만 3월 중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C) 등 폐업 사태로 은행권 유동성 위기가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낀 은행들이 고객(기업·가계)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보수적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는 경우가 문제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급등세)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물가 자체는 여전히 높은 데다 대출금리가 올랐고 중국발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정부가 지급한 재난 지원금은 줄어들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점도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1년 후 미국 경기 침체 확률 지표’를 보면 최근 들어 침체 확률이 빠르게 올라섰다. 그 결과 앞서 2000년·2008년·2020년 침체 당시 확률을 넘어선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침체 가능성보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언급했지만 월가에서는 심각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얕은 수준의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 여파로, 지난 3월 미국 실버 게이트은행을 시작으로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SBNY), 퍼스 트리퍼블릭은행이 줄줄이 파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끌어당긴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붕괴와 달리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탓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미국 국채 값이 폭락하면서 국채에 주로 투자해온 지역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고, 이를 우려한 해당 은행 고객들이 모바일·온라인 뱅킹을 통해 앞다퉈 예금을 인출한 것이 올해 미국 지역 은행 위기의 공통점으로 지목된다.
지난 5월을 전후해 이번에는 팩웨스 트은행과 웨스트얼라이언스은행이 유동성 부족 우려 탓에 공매도와 헤지펀드의 하락 베팅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말에 금리인하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예상이 돌지만, 그동안 이뤄진 고강도 긴축 정책 영향이 여러 경로를 통해 축적되고 있기 때문에 긴축에 따른 부작용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준의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도 SVB 사태 이후 대출·수요 감소, 고용 둔화가 언급됐다.
은행 유동성 위기 다음 차례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이지만,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신용 경색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올해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 결정 투표권을 가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지난 5월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확실히 신용 경색(credit crunch) 혹은 적어도 신용 긴축 (credit squeeze)이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라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까지 전개될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신용 활동이 위축되면 경제가 둔화되기 때문에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라고 언급했다. 연준 차원에서도 지난 5월 금융 안정 보고서(반기마다 발간)를 통해 “최근 지역 은행들 파산이 광범위한 신용 경색을 부채질 할 수 있다”라면서 “급격한 신용 위축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잠재적으로 경제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출 둔화 가능성은 또 다른 보고서를 통해서도 지적됐다. 연준이 분기별로 진행하는 금융기관 대출 실태 설문조사(지난 5월 발간) 결과 금융사들은 ‘예금 이탈’과 ‘대출 손실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서 미국 대형은행 80곳과 미국 내 외국은행 24곳 중 46.1%(작년 4분기 44.8%)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월가 대형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월간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현재 금융 시장에 잠재하는 대형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들은 ‘은행 신용경색 및 침체’(35%)와 ‘인플레이션 및 중앙은행 긴축’(34%)을 각각 꼽았다. 금융시장 분위기와 관련해 워런 콘펠드 무디스 수석부회장은 “대출 기준이 얼마나 강화될 것인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가 경기 침체의 정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얕은 수준의 경기 침체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미국 주식의 경우 대형 우량 기술주 위주로 접근하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우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5월 중순 투자 보고서를 통해 “뉴욕 증시가 이달 이후 반등해 내년인 2024년 초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2024년 3월 S&P 500 지수 예상치를 4900포인트로 제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뉴욕 증시에 여러 불확실성이 끼어들고 있지만 대체적인 흐름이 2019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 아메리카 등은 올해 연말 S&P 500지수가 3900~4000 범위에서 마감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월가에서 내는 하반기 이후 증시 전망이 엇갈리지만,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조언은 공통적이다. 일례로 아이다류 씨티그룹 프라이빗뱅크 글로벌 책임자는 지난 5월 밀컨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본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면서도 “주식대 채권 비중을 60 대 40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닌 주식 비중을 줄여서 ‘주식 40 대 채권 40 대 대체투자 20’으로 가져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금은 현금대로 확보하는 한편, 채권은 우량 채권 위주로 투자하고 이밖에 프라이빗에퀴티(PE)나 헤지펀드를 활용한 대체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액 자산가에 비해 PE나 헤지펀드 접근이 쉽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핵심은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관련해 류 책임자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이되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현재 미국 경제가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중요한 이행기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사이버보안 관련 우량 기술주를 매수할만하다”라고 언급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올해 주식 시장 랠리가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도 “여름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인 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되 미국 주식 내에서는 중소형·신생 기업 주식보다는 대형 우량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권한다” 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해외 수익이 미국 경기 둔화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 매수 시점과 관련해서는 우선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부터 지켜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나디아 로벨 주식 선임 전략가는 “뉴욕 증시는 기준금리가 마지막으로 인상된 시점부터 상승 랠리를 펼쳐온 경향이 있다”라면서 “연준의 인상 사이클이 끝난 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미국 밖 신흥 시장의 경우 월가는 한국·대만 증시보다 인도 증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인도와 중국은 각각 올해 7%, 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도 투자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HSBC 홀딩스의 헤럴드 반 데 린데 아시아태평양 증시 총괄은 “자동차나 스마트폰, TV 공급망과 연결된 수출 기업들이 취약해 보인다”라며 “증시 자금이 한국과 대만에서 인도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 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분기 들어 글로벌 펀드들은 인도 주식을 25억달러어치 순매수한 반면 이와 비슷한 규모로 대만 주식을 순매도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과 대만 반도체, 일부 중국 주식 등을 집중 매수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인도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는 여의치 않다. 펀드 투자의 경우 원하는 시점에 수시로 매매하는 데 제약이 크기 때문에 뉴욕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인도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ETF는 ‘아이셰어스 MSCI 인디아 ETF(INDA)’가 있다. 올해 4월 17일~5월 12일 한 달간 INDA의 시세는 3.25% 오른 반면 한국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 ETF(EWY)’와 중국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차이나 ETF(MCHI)’는 각각 5.67%, 7.30% 하락했다. 대만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타이완 ETF(EWT)’ 역시 같은 기간 3.88%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