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500 선을 다시 넘었다. 지난 5월 18일 코스피가 미국 부채한도협상 타결 기대감과 함께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2500 선으로 재도약했다. 2500 선이 깨진 지 5거 래일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4월 17일 2575.91이란 올 연고점을 경신 한 후 최근 주가 조작 사건 의혹으로 주춤했지만, 다시 진정 국면에 들어서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는 전 세계 주요 증시 성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시계를 지난해 연말로 돌려보자. 주요 증권사들의 2023년 전망은 ‘상저하고’라는 네 글자로 귀결 됐다. 1~2분기에 주가 저점이 형성 된 뒤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1월 초 2100 선까지 떨어졌던 것이 무색 하게 코스피는 강세를 보인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증권사들이 ‘상저하고’를 전망 한 후 여러 번 빗나갔다는 사실을 꼬집은 기사를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같은 전망도 역시 빗나갔다. 증권사들의 변을 들어보면 올해의 예측은 다양한 글로벌 경제환경의 극심한 변화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올 초만 해도 유럽의 근접한 경제 침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유지 등 산적한 악재가 존재했다. 이에 더해 기업실적까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해 12월 ‘위드코로나’를 선언했다. 유럽 경기도 선방했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유럽 경기 발목을 잡던 천연가스 가격도 곤두박질쳤다.
모두가 우려하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완만하게 지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 시장에 가장 먼저 반영됐다.
증권사들은 뒤늦게 코스피 예상 밴드를 서둘러 수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변동 폭을 2000~2650에서 2200~2800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외에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가 코스피 예상 밴드를 높이고 있다.
물론 반대의견을 제시한 곳도 있다. 하나증권·하이투자증권은 올 한 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수의견’으로 볼 수 있는 상고하저를 예측한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자체가 추진력이 돼 주가에 바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상 종료와 함께 중국 증시의 양호한 흐름 등 주가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상반기에 몰려 있어 반등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다만 이러한 의견은 과정이 빗나갔다. 미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이 6월에 이뤄질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FED Watch)에 따르면 6월 미연방준비 위원회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30%를 넘어서고 있다.
하반기 코스피 3000 vs 2600 전망
하반기 증시 방향을 두고서는 증권사마다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하반기에는 증시가 3000 고지에 도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고강도 긴축 후폭풍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국내 증시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16일 ‘2023 하반기 주식 시장 전망-3000 오르다’ 리포트를 통해 “코스피가 직전 고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먼저 환율에 의한 주식 시장의 ‘증폭 효과’를 상승 요인으로 들었다. 한국 주식 시장은 환율에 의한 해외자금의 유출입에 민감한 특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하반기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외환 시장에서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를 외환 시장이 반영하면 한국 주식 시장의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라며 “달러 약세로 말미암아 미국 금융 시장에 머물던 달러 자금이 미국 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 역시 혜택을 받고 이에 선행하여 주식 시장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BNK증권 역시 OECD G20 경기선 행지수가 반등세에 접어들었다는 점과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감이 낮다는 점을 들어 코스피 상단이 300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노 BNK연구원은 “OECD G20 경기선행지수는 반등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경기 저점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경기 저점에서 KOSPI 12개월 forward PER 12배는 2009년과 2020년 사례를 보면(14배까지 상승)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30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사이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 높은 PER를 적용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하반기 경기 개선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코스피 상단 밴드로 2800을 제시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하반기 증시는 내년을 선반영하는데, 내년 경기 개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 하반기 증시 우상향의 주요한 뼈대가 될 것”이라면서 상반기에 이은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개선에 대한 배경으로는 “글로벌 긴축 후폭풍의 막바지를 반영하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물가 하락을 부채 질하고 연준의 정책 전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예상과는 달리 하반기 코스피는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예측도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5월 17일 하반기 코스피가 2200~2600 박스권 내에서 중립 수준의 등락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3년 주식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는 2022년 공황 과정을 거치며 중장기 진바닥을 확인·통과했다”라며 “코스피 2200 선이 잠복 불확실성의 극한을 상정한 국내 증시의 중장기 진바닥”이라고 설명했다. 분기별 코스피 등락 범위는 2분기엔 2300~2600, 3분기엔 2200~2500, 4분기는 2300~2600으로 제시하며 3분기가 가장 부진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 연구원은 “2분기 전후 미국 부채 한도 관련, 지리멸렬한 협상 과정에서의 잡음과 3분기 먼저 반영된 연방 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되돌림과 미국 경기 둔화 간 결합이 자극하는 증시 부침, 4분기 내년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 충격 등은 코스피 2400 선내외 구간에서 제동이 가능하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코스피 2400 선 이하 구간에선 적극적인 위험 관리를 병행 하더라도 투매보단 보유를, 관망보단 매수 대응이 유리하다”라면서 “코스피 2400 선 이하 구간을 중장기 시각에서 시장 재진입·포트폴리오 재정비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라고 조언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증시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성장률의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시장 금리에도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기 사이클을 움직일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의 소비를 꼽았다. 미국의 소비 규모는 연 18조1000억달러(약 2경 4221조원)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 (GDP)인 100조2000억달러(13경 4128조원)의 18%를 차지한다.
다만 박 연구원은 이에 대해 “미국의 소비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면서 “미국 내구재 소비가 지난 1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경기 기대를 낮출것”을 제안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투자자들은 약한 경기 반등을 포트폴리오에 녹여내야 한다”라며 이익률 변동 폭이 작은 업종과 성장 테마에 속한 종목의 비중을 높일 것을 조언했다.
반도체·AI 종목 수급 개선 전망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대세 상승보다는 업황별·종목별 온도 차이가 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운송, 에너지, IT 부품 등 자본 지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일정 수준의 현금 지출이 있고 경기와 업황에 가동률이 달려 있어 이익을 통제하기 어렵다”라며 “경기가 부진할 때 선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3분기까지는 차별적 반등을 예상한다” 라며 “2차전지 산업은 2023년 상반기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여 평가 부담이 커진 종목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철저히 펀더멘털과 이익 체력이 견고한 산업과 장기 성장이 담보된 업종 및 종목으로 투자를 압축해야 한다”라고 조언하며 삼성전자, 기아, HD현대중공업, LG화학을 선호주로 꼽았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익 상향이 예상되는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발표 동안 이익 상향 조정으로 전환이 나타난 업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며 “자동차, 2차전지, 기계 업종은 연초부터 하향 조정세가 멈추며 긍정적인 실적이 예상되는 업종이었고 이익 기대감이 부재했던 업종 중 건설, 의료 업종은 실적발표 전후로 상향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었던 자동차, 2차전지에서 새롭게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주식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종목이 성장 테마의 중심에 있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박승영·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17일 발간한 ‘2023년 하반기 주식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내구재 소비가 증가했지만, 자본재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은행의 대출과 기업의 투자가 보수적인 영향으로 투자는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미약한 경기 반등 속에 투자자들은 오히려 경기와 무관한 업종에대한 선호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2013~2015년 경기 반등이 마무리되고 주식 시장이 기대를 낮추면서 주도주가 바뀐 사례를 근거로 들며 하반기에 인공지능 등 성장 테마에 속한 종목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했다.
한편 과거 사례를 볼 때 반도체 섹터의 밸류에이션 매력에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한 전문가들도 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내수 회복에 따른 중국발 스마트폰 수요 회복과 함께 AI 및 클라우드 시장 투자 확대, 커넥티드카 출시 등 다양한 수요 확대 요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급 측면에서도 반도체는 추가적인 외국인 수급 유입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를 순매도했다”라며 “기준금리 인상 후 동결 국면에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해 순매수로 전환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9.6%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반면 삼성전자는 51.9%로 2009년 이후 최고점인 58%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외국인은 과도 하게 비중을 축소했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순매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