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끝나면서 바이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 모두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다. 세포 치료제는 세포의 조직과 기능을 복원시키기 위해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 조작을 활용해 정상·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 안으로 넣어 비정상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의약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21년 74억7000만달러(약 10조6000억원)에서 2026년 555억9000만달러(약 79조원) 규모로 연평균 약 49.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각광받는 이유로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암, 신경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지목된다. 카티(CAR-T) 치료제와 1회 투여 비용이 20억원이라 ‘초고가 약’이라는 별명이 붙은 척수성근육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가 대표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직 승인받은 치료제가 많지 않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해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말 기준 117개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나, 줄기세포 치료제의 비중이 높다. 나머지 유형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CDMO다.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은 지난 2020년 113억달러(약 14조3000억원)에서 2026년 203억달러(약 25조7000억원)로, 연평균 10% 성장이 예상된다. 하드웨어(시설) 사업인 CDMO는 사업 수주만 꾸준하다면, 매우 어려운 신약 개발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는 100개 이상(2020년 기준)인데, 상위 5개 업체인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캐털런트, 베링거인겔하임, 써모피셔 등이 전체 시장의 60%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SK의 CDMO 자회사 SK팜테코도 CGT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을 육성 중이다. GC녹십자그룹인 GC셀은 지난해 4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을 약 90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미국 BMS제약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CDMO 사업을 가동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연평균 성장률 10%의 안정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로 대표적인 항체 의약품 CDMO 기업들에서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생산 시설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