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유지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유업계가 다시 울상이다. 지난 7월 19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5.39달러(7.5%) 내린 배럴당 66.42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 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보다 6.88% 하락했다. 유가 급락으로 그동안 이어져 오던 고유가 기조가 저유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살아나던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정유업체의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은 국제유가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석유제품을 판매한다. 수입 원유를 투입하는 데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유가가 하락하면 저장해둔 원유 가치도 동시에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5조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는데, 손실의 71%가 재고평가손실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고꾸라진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가 상승으로 1분기에만 2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회복과 함께 수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되레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 하락은 OPEC+의 원유 증산 합의와 델타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먼저 OPEC+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에 약 10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행한 이후 감산 규모를 점차 완화해온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로 인해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반기 주요 소비국의 수요 개선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면서 “이 추세가 이어지면 3분기 재고 관련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상반기까지는 괜찮은 실적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 실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