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 수소차 업체 니콜라의 ‘사기’ 논란이 확산하면서 한화그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을 받았던 니콜라는 최근 힌덴버그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의해 기술역량, 파트너십, 제품 등에 대해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니콜라 사기논란에 한화그룹이 연결된 이유는 투자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8년 계열사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에 1억달러를 선제 투자했다. 지난 6월 니콜라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지분가치는 7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더욱이 이 투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실무진과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과 직접 만나 투자를 진행했다. 일부에선 이를 놓고 한화가 충분한 기술 분석이나 검토 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구설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는 니콜라의 투자 제안에 대해 기술 수준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이 니콜라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북미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당시 투자는 현지 벤처투자 전담 조직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계열사들은 오는 2023년 니콜라의 수소트럭 양산에 맞춰 미국 수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확보했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갖는 형태다.
재계에선 니콜라 투자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승계행보에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한화그룹 수소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특히 김 부사장 등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보유한 비상장사 에이치솔루션이 니콜라에 5000만달러(약 579억원)를 투자한 데 따라 투자 실패 시 에이치솔루션 가치가 쪼그라들면서 승계에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역할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투자 과정에서 조언 역할을 한 정도에 불과하다. 회사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결정으로 김 부사장이나 승계와 연결 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과거에 태양광 사업을 시작할 때도 무리수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결국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