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이나 연기되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업계가 기대했던 ‘전고체 배터리’나 ‘주행수명 100만 마일(156만㎞) 배터리’ 등 신기술에 대한 언급이 없자 시쳇말로 김 빠진 분위기다.
지난 9월 22일(현지시각) 테슬라의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공장 주차장에서 진행된 연례 주주총회 겸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며 배터리 생산 공정의 혁신과 효율화를 통해 전기차 가격을 2만5000달러(약 2900만원)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18650’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대체할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공개했다. 최근 특허 출원한 탭리스 배터리로 기존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가능거리를 16% 늘린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엔 지난해 테슬라가 인수한 ‘맥스웰’의 건식 전극공정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30년까지 3TWh를 생산해 내겠다는 목표다. 이날 머스크는 “미래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생성·저장 그리고 전기차로 구성된다”며 “배터리 공정 혁신을 바탕으로 3년 안에 완전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테슬라의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시나리오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세계 1위의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위상에 “배터리데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란 머스크의 공언이 더해져 자체 개발 배터리 양산이나 배터리 수직계열화 발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이나 전고체 배터리에 몰두하고 있는 삼성SDI 등 모든 업체가 손익을 따지며 행사를 지켜봤다.
이번 배터리와 관련해 국내 증권가는 “국내 2차 전지 생산업체를 긴장시킬 만한 신기술 제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던 이벤트의 소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련 리포트에서 “배터리데이의 핵심은 배터리의 원가와 에너지용량 측면에서 테슬라의 내재화된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업체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느냐였다”며 “결론적으로 단기적으론 가능성이 낮고 LG화학의 입장에선 테슬라의 신기술 로드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테슬라가 발표한 신기술 수준이 국내 업체보단 앞서있지만 테슬라도 2022년 이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2022년 이후에는 국내 업체도 동일선상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