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본원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며 주력인 철강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권 회장은 그간 실적 악화로 분위기가 침체됐던 회사에 ‘POSCO the Great’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신성장동력 사업을 키우는 데 매진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극심한 철강 경기 불황에도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5.1조원, 영업이익 3.2조원을 달성했다. 1년 새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7.3% 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 철강사업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제품뿐만 아니라 이용기술 제공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경쟁력을 제공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강조했다.
솔루션 마케팅, 그 후 1년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은 기술지원과 영업지원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공급, 고객의 가치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철강 수요산업의 변화하는 요구를 반영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초고내식 합금도금강판 ‘포스맥(PosMAC)’, 카이스트와 공동개발한 대용량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용 고망간강, 르노의 콘셉트카 ‘이오랩’(Eolab)에 적용한 경량 자동차강판 등을 개발했다. 이러한 솔루션 마케팅은 고객사로부터 기술 우수성을 검증받기도 했다. 중국 자동차제조사 둥펑푸조시트로엥(DPCA), 가전사 메이디(MIDEA), 일본 도요타 규슈공장 등으로부터 최우수 공급사 상을 받은 것이다.
솔루션 마케팅의 성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포스코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강인 WP(World Premium)제품과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을 각각 13%, 186% 늘리고 WP제품 점유율을 33.3%까지 확대시켜 수익성을 향상시켰다. 해외 철강법인 판매량도 전년 대비 54% 늘어난 716만t을 기록했다. WF(World First) 제품 17종, WB(World Best)제품 20종을 개발하는 등 고유기술 개발 및 판매 기반 구축에 집중했다.
2015년에도 포스코는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에 몰두한다는 방침이다. 철강제품판매 5000만t 달성을 목표로 Global TSC(Technical Service Center)를 기존 23개에서 29개로 늘리고, 수익성 향상을 위한 고수익 WP제품 점유율을 지난해 33.3%에서 3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솔루션 마케팅과 고유기술 판매활동이 수익성 향상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솔루션 마케팅 일환으로 고객사를 찾은 권오준 회장 (왼쪽 첫 번째)
전 공정에 솔루션 마케팅 지원, 티볼리 탄생
지난 1월 첫선을 보인 소형 SUV ‘티볼리(TIVOLI)’는 ‘코란도C’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쌍용차의 야심작이다. 포스코는 모델 개발 초기부터 EVI(Early Vendor Involvement) 활동을 펼치며 차체에 적용할 강종을 제안하는 등 솔루션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양사는 연비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와 차량 경량화 추세를 반영해 수많은 기술 협의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티볼리 차체의 약 72%에 우수한 고장력강이 적용됐다. 김근배 자동차강판판매그룹 리더는 “개발과정에서 생산·기술 등 모든 부서 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고객사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티볼리 외에도 쌍용차와 ‘차세대 경량트럭 공동개발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사에 공동으로 담당부서를 운영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량 車강판·초내식 STS강 개발
르노가 2014 파리모터쇼에 선보인 이오랩(Eolab) 콘셉트카는 연료 1ℓ당 100㎞를 달린다. 포스코는 르노 이오랩 콘셉트카 개발 프로젝트에 900TWIP강, 2000HPF강, 마그네슘(Mg) 패널 등의 신강종을 적용해 차체 경량화에 나섰고, 데모카(Demo Car)용 부품 제작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솔루션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특히 10㎏가량 무게가 나가는 차량 지붕에 포스코의 마그네슘 패널을 적용해 지붕 무게를 4.5㎏ 내외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포스코가 개발한 초내식 스테인리스강은 솔루션 마케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초내식 스테인리스강은 박용수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강종으로 일반 스테인리스강보다 내식성이 수십 배 이상 높아 가혹한 환경에서도 부식되지 않는다. 그동안 제조공정이 까다로워 일본·유럽 등 소수 업체에서 제한적으로 생산됐고 국내에선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 강종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호기에 우선 납품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UAE 원전4호기 수주가 확정되자마자 고객사와 함께 기존 원전용 복수기에 들어간 고가의 수입산 소재를 대체할 새로운 철강재의 상업생산 방안을 모색했다. 부식에 가장 강한 특수합금강을 만들기 위해선 미량의 원소 제어가 핵심 기술이었는데 2년여 동안 연구소, 스테인리스 생산 및 판매부서, 기술 솔루션센터의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합심해 고객사가 원하는 강종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고강도강으로 채용해 만든 초경량 자동차차체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
협업으로 선제적 소재 제안, 삼성전자 TV스탠드용 파이프
지난 2012년 포스코는 협력사와 업무 협의 중 삼성전자에서 소구경 파이프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포스코는 즉시 파이프 생산설비를 갖춘 조관사 및 가공센터와 협업해 CR베이스의 소구경 파이프를 제작해 샘플을 제출했다. 이후 포스코는 해당 소재가 TV스탠드 소재임을 파악한 후 용도에 맞는 Hot GI 품질설계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협업했던 조관사가 자동차용 파이프 전문 생산업체이다 보니 가전제품용 소구경 파이프 품질설계 과정에 익숙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냉연제품서비스그룹과 함께 조관사를 방문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적절한 품질설계를 찾아나갔다. 또한 조관사와 협업해 슬러지 발생, 용접부·절삭부 롤 파손 가능성, 슬리팅 시 발생하는 문제 등을 해결했다. 포스코는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에 도금량 조정 등 해결책을 먼저 제시해 자사 제품이 신속히 품질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고객품질요구 사양을 제품에 등록하고, 일반 철강재로는 대응할 수 없도록 포스코 사양번호가 달린 제품으로 승인을 받아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TV스탠드 1대당 40% 정도의 무게를 감량했고 초슬림 디자인도 구현, TV 경량화를 통해 유통 시 효율성이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기존보다 강도 향상된 부품소재 공급, LG 냉장고 프렌치도어 힌지
포스코는 LG전자와 매달 정기기술협의회를 갖고 제품개발에 대한 솔루션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이 협의회에서는 양사의 생산·기술·판매부서가 유기적으로 협업, 포스코 소재에 대한 솔루션 니즈를 파악해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양사 간 끈끈한 솔루션 마케팅의 성과는 최근 냉장고 힌지(hinge)에 철강 소재를 적용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프리미엄 냉장고의 프렌치 도어에 사용되는 힌지는 일반적으로 CR(도어 위쪽 ㄴ자형)과 알루미늄(도어 아래쪽 T자형)으로 만든다. T자형 알루미늄 힌지는 금형 틀에 알루미늄을 부어 형상을 만드는 다이캐스팅(Die Casting) 방식으로 제작됐다. 형상 구현이 용이하나 철강재 대비 내구 강도가 낮고 다이캐스팅 공정에 따른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교해 철강재를 사용하면 알루미늄 대비 가공성이 떨어지지만 강도가 좋아지고 경제성도 개선된다. 포스코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힌지용 철강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포스코는 LG전자에서 사용 중인 T자형 힌지 소재를 알루미늄에서 PO로 전환할 수 있는 연구에 착수했다. 도어 무게와 하중에 대한 CAE(Computer-Aided Engineering) 해석을 실시하고 인장시험기를 이용한 처짐 실험 등을 거쳐 확인한 결과 처짐 강도가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에 소재 전환 아이템을 제안했고, 양사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소재 프레스 가공 시 블랭킹 기술과 부품들 간 체결을 돕는 공법 적용 솔루션을 LG전자에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포스코는 공정 레이아웃 개발을 완성했고, PO를 사용한 T자형 힌지에 대한 내구성 테스트 등 다양한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어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사와 파트너십 강화 사이드아우터 개발
포스코는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통해 주요 글로벌 자동차사에 자동차 측면 골격용 강판인 ‘사이드아우터(Side Outer)’를 개발, 공급하며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사이드아우터는 크랙(Crack)·가공 주름 등을 교정할 수 있는 고도의 금형기술이 있어야 소재 공급 이후에도 안정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하다. 포스코는 미주·유럽 등의 자동차사부터 신흥국 자동차시장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자동차사에 사이드아우터 소재 채택에 필요한 금형기술을 제공하며 자동차 소재 록인(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에 사이드아우터 소재를 공급한 후 가공과정에서 크랙, 도금 박리현상, 가공 주름 등이 발생하는 제품에 대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파악과 대책 강구를 위해 금형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개선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금형기술 솔루션 마케팅 활동을 통해 독일 폭스바겐(Volks Wagen)에 10년 이상 사이드아우터를 공급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본사에서 실시하는 트라이얼 테스트(Trial Test)를 통과해야만 전 세계 폭스바겐 네트워크에 소재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 품질관리 절차가 엄격하다.
포스코의 금형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마케팅은 소재 가공 시 발생하는 문제해결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사 금형문제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현장에서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는 감성 솔루션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사들을 상대로 금형문제와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이 교육은 사이드아우터뿐만 아니라 패널 쿼터, 센터필러, 프런트·리어 레일·휠하우스 등 다양한 파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형문제를 다루며 자동차 소재 전반에 대한 금형기술을 공유하는 학습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