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스트레스와 피로누적으로 점철된 허약한 육신을 얼핏 봐도 폭신해 보이는 가죽의자에 맡겼다. 허벅지부터 머리까지 착 감싸주는 안락함이 일품이다.
잠시 책을 뒤적이다 피곤에 겨워 버튼을 조작해 등받이를 30도 젖히니 다리를 받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가 몸을 지탱한다. 공중에 떠 있는 듯 몸을 축 늘어뜨리니 시야에 편안하게 들어오는 TV화면을 시청하기 안성맞춤인 자세가 완성된다. 눈꺼풀이 감겨와 등받이를 더욱 젖히니 침대에 누운 듯 포근함에 스르르 잠이 쏟아진다.
리클라이너 그 거부하기 힘든 안락함
최근 가구업계의 핫 아이템은 단연 ‘리클라이너(Recliner)다. 리클라이너는 다리받이와 등받이를 원하는 각도로 조절하여 기존 소파보다 더욱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락의자를 말한다.
최근 웰빙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집안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파인 리클라이너의 판매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인용소파에 비해 부피가 작아 홀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는 싱글족이 리클라이너를 선택하고 있다. 또한 홈시어터의 보급으로 장시간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서 TV나 영화를 시청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판매량 증가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형주택에 입주하는 신혼부부 등에게는 혼수용품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리클라이너가 포함된 다인용소파모델도 다수 시장에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기준 연 900억원으로 추산되는 리클라이너 시장은 작년 약 30%가량 성장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리클라이너는 국내외 가구업체들의 중저가 제품 출시를 통해 그 저변이 젊은층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리스 ‘Magic’ 360만원
한샘의 ‘ IMG 삼마초코’ 159만원
리클라이너 전신은 나폴레옹의 안락의자
소파의 한 종류인 리클라이너는 내부에 탑재된 복잡한 기계장치로 인해 최근에 개발된 제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예상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리클라이너의 전신은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이 16세나 나폴레옹은 안락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금의 리클라이너와 유사한 형태의 의자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적인 의미의 리클라이너는 1926년에 레이지보이(LA-Z-BOY)사가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노르웨이 등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로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북유럽 지역에서도 리클라이너가 개발돼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체가구의 약 70% 정도가 사용할 정도로 리클라이너가 대중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의 역사를 지닌 미국과 유럽의 리클라이너는 형태가 조금 다르다. 미국형 리클라이너는 다리받이가 올라오고 등이 넘어가는 기능이 함께 있는 일체형이 많다. 이에 반해 유럽형 리클라이너는 다리받이가 별도로 있는 분리형이 다수다. 이처럼 미국형과 유럽형이 디자인의 차이를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이지보이를 국내에 유통하는 G&G관계자는 “미국형과 유럽형 리클라이너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국의 경우 일체형으로 제작해 공간의 효용성을 높이고 사용의 편의성에 집중한 것으로 보이며 유럽에서는 다양한 원색 컬러를 사용해 세련된 디자인과 편안함을 조합시키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출시된 대표적인 미국형 리클라이너는 바로 레이지보이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매출(약 연 20억달러)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 유럽형 리클라이너로는 노르웨이 에코르네스사의 스트레스리스가 있다. 1934년 설립된 에코르네스는 노르웨이 1위 가구업체로 2012년에만 55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바 있다.
고가의 리클라이너 똑똑하게 고르기
레이지보이나 스트레스리스와 같은 유명브랜드를 포함해 리클라이너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가구다. 적게는 100만원대에 고가모델은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입 후 적어도 10년간 사용해야 하므로 자신에 맞는 리클라이너를 선택하는 것은 다년간의 휴식의 질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소업체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제품을 들여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20만~30만원에 판매하는 영세 업체도 많이 생겨나 소비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합리적인 리클라이너 선택법을 공개한다.
첫 번째, 브랜드의 역사를 확인해야 한다. 리클라이너는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기계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신체무게를 온전히 지탱해야 하므로 내구성도 좋은 리클라이너의 요건이다.
비슷해 보이는 외관에 감춰진 기술력에 따라 그 편안함과 내구성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구입한지 얼마 안 돼 리클라이닝 기능이 고장나거나, A/S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생소한 브랜드의 경우 AS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리클라이너를 판매한 지 최소한 5년 이상 된 회사라고 하면 나름 품질이 안정되어 있다고 판단 할 수 있다. 정식 유통되지 않은 외국브랜드의 경우 해외 검색사이트 통해 브랜드에 대한 서치도 필수다. 현재 해외에 없는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배치 공간을 고려해 선택한다.
리클라이너는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단순히 매장에서 앉아보고 편해서 주문했는데 막상 집에서는 온전히 사용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1인 리클라이너의 경우 완전히 누웠을 때 평균 180cm정도를 차지한다.
리클라이너는 방식에 따라 뒤로 넘어가는 스타일과 슬라이딩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뒤로 넘어가는 방식은 흔들의자 기능이 있는 경우이다. 이 때는 여유공간을 약 40~50cm정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슬라이딩 방식은 흔들의자 기능이 없는 대신 뒤로 약 10cm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배치가 가능하다.
세 번째는 믿을 만한 리클라이너 기어가 탑재된 제품을 선택한다. 리클라이너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리클라이너 기어는 저가와 고가의 원가가 50% 이상 차이난다.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대로 리클라이너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탑재된 기어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품질이 좋은 리클라이너 기어를 제작하는 회사는 대표적으로 미국 Leggett&Platt, 미국 Hickory사 등이 있다.
네 번째, 저가형 모델의 경우 투톤컬러의 진한 포도주색, 붉은 밤색의 가죽을 사용한 리클라이너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진한 포도주색이나 붉은 밤색 계통의 가죽은 일반적으로 고급 세미아닐린가죽으로 만들어지고 비싼 엔틱소파에 많이 이용된다. 그러나 저가의 리클라이너의 경우 진한 포도주색이나 붉은 밤색 계통의 가죽은 재생가죽 또는 마블가죽이라는 인조가죽을 많이 사용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고 내구성이 약해 손상되기 쉽다.
다섯 번째, 보급형 PU, PVC, 패브릭리클라이너 구입은 신중해야 한다.
레이지보이 등 유명브랜드의 경우 일부 모델은 패브릭리클라이너소파를 출시하기도 하지만 저가모델은 PU, PVC, 패브릭 리클라이너소파가 작은 공장에서 저가용으로 만들어질 때가 많아 품질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내구성이나 품질검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가진 소비자가 아닌 경우 일반적으로 이러한 소재로 제작된 리클라이너는 피하는 것이 좋다.
레이지보이사의 가죽 리클라이너 모델(가격미정)
여섯 번째, 안마용·전동 리클라이너는 전기안전인증을 받았는지 살핀다. 최근 다수의 업체들이 렌털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안마용·전동 리클라이너의 경우 전기안전인증을 거쳤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영세한 수입업자들은 전동리클라이너소파의 전기인증을 비용이나 시간 때문에 알면서도 미루거나 심할 때는 그런 법이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전기안전인증마크가 없는 전동 리클라이너소파는 구매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