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에이수스 만큼 독특한 실험을 하는 노트북 제조사는 없다. 특히 에이수스가 관심이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의 물리적 확장이다. 2018년에는 마우스 패드 부분에 디스플레이를 단 ‘젠북 프로’를 개발했다. 2020년에는 키보드 위쪽에 10인치가 넘는 디스플레이를 붙인 ‘젠북 프로 듀오’가 나왔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젠북 폴드 OLED’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에도 폴더블 시대가 열렸다. ‘젠북 17 폴드 OLED(Zenbook 17 Fold OLED)’는 접힐 때 12.5인치 소형 노트북이지만, 화면을 펼치면 17.3인치의 대형 노트북이 된다. 전체를 노트북으로 사용할 때를 위해 전용 무선 키보드가 포함된 것이 폴더블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다. 스마트폰도 그렇지만 접히는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사용 장면을 연출한다. 에이수스가 제시한 사용 장면은 총 여섯 가지(노트북 모드 세 가지, 데스크톱 모드, 태블릿 모드, 리더 모드)다. 보통 ‘가능하다’와 ‘충분하다’는 분명 다른데, 젠북 17 폴드 OLED는 어떤 모드로도 충분히 사용할 만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과 매력이 있는지 리뷰를 통해 알아봤다.
폴더블 노트북 시대가 시작됐다
먼저, 접힌 상태는 얇지 않다. 키보드 포함 가장 두꺼운 부분은 3.5㎝이며 얇은 부분이 2.7㎝ 정도다. 무게는 키보드 포함 1.8㎏, 키보드를 제외하면 1.5㎏이다. 12.5인치의 노트북이라면 무겁지만, 펼치면 17.3인치의 태블릿 또는 모니터가 되는 활용성과 접는 데 필요한 구조, 내구성까지 생각하면 수긍할 수 있는 정도다. 마그네슘 합금 재질을 사용했고 후면 디자인은 접힐 때를 고려해 만들어졌다. 접히는 가운데 부분은 가죽 커버로 덮어 놨고 상판의 반짝이는 부분은 유리 재질로 마감했다. 가죽 커버 덕분에 상판을 닫은 모습은 양장본 도서를 보는 것 같다. 폴더블이라니 내구성이 당연히 걱정되는데, 본체 두께는 1㎝ 정도로 비틀리거나 상판을 열 때 휘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며 밀리터리 테스트도 통과했다. 패키지에는 접은 상태에서 넣을 수 있는 가죽 슬리브가 포함되어 있다.
본체를 완전히 펼치면 4:3의 화면비(해상도 2560×1920)의 17.3인치 모니터나 태블릿이 된다. 마치 태블릿처럼 어느 쪽으로 돌려도 금세 화면이 따라 움직인다. 이 모드에서는 활성화된 여러 프로그램을 한 번에 정렬하는 기능이 있어 화면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렇게 큰 화면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주로 영상 편집자나 디자이너들이다. 그래서 이 제품은 팬톤 인증을 받은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일반 디스플레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색 재현율로 정확한 색감을 보여준다.
다양한 크기로 작업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이번에는 영상을 시청해봤다. OLED 디스플레이인 만큼 0.2㎳의 짧은 응답속도와 100만:1의 명암비가 빛을 발한다. 여기에 VESA Display HDR 트루 블랙 500 인증에 돌비 비전까지 지원해 어두운 곳은 어둡게, 밝은 곳은 밝게 보여 보는 맛이 난다. 큰 화면 역시 몰입감을 높여준다. 이 상태에서 본체를 반으로 접어 손에 들면 전자책을 보는 이북리더(E-Book Reader)처럼 쓸 수 있는데 OLED는 원래 눈에 덜 해로운 파장의 블루라이트를 사용한다. 또한 수면을 방해하는 블루라이트를 70% 이상 줄여 시야가 한결 편했다. TÜV 라인란드의 플리커 프리와 로 블루라이트 인증, SGS의 로 블루라이트 인증도 받았다. 이북리더처럼 사용하는 모드에서 바닥에 놓고 방향을 돌려주면 세로형 모니터처럼 쓸 수 있다. 이때는 네이버 메인 페이지 전체의 70% 정도가 한 번에 보이고, 워드 파일도 1페이지 이상 보인다. 문서 작업용으로 그만이다. 바닥에 놓인 부분도 시야각이 좋은 OLED 디스플레이의 특성 덕에 선명하게 잘 보인다. 이 상태에서 가상 키보드를 불러올 수 있지만 원활한 타이핑이 쉽지는 않았다. 무선 전용 키보드를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편이 큰 화면의 이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화면 위에 키보드를 올려놓으면 일반적인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접힌 부분은 어떨까? 이 부분도 폴더블 스마트폰과 거의 같다. 전원이 꺼져 있을 때는 접혀 있던 부분이 희미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화면이 켜질 때는 내용이 안 보이거나 왜곡되어 보이는 문제는 없다.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에이수스는 이 부분에 대해 3만 번을 접고 펴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루 10번씩 접고 편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8년 2개월이다. 접는 부분의 내구성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효율성↑ 배터리↑ 소음↓
휴대 가능한 17.3인치 화면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려는 사용자를 위해 에이수스는 12세대 코어 i7-1250U프로세서에 16㎇ 메모리를 집어넣었다. 성능을 발휘하는 코어와 백그라운드 작업을 위한 효율 코어 조합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가 적은 노트북용 프로세서로 배터리 사용 시간에도 이점이 있다. 다만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는 만큼 게임에서는 옵션 타협이 필요하며 이미지나 영상 작업에서는 제한 사항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양한 활용 장면처럼 여러 가지 용도로 두루 사용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는 스펙이다. 전반적으로 발열이 적고 소음도 적다. 전력 소모가 적은 U프로세서를 사용한 덕에 벤치마크 시 최대 온도는 97℃로 스로틀링(발열에 의한 성능 제한)이 걸릴 확률이 낮다. 팬 작동 소음이 있지만 팬이 최고로 돌아갈 때도 귀를 자극하지는 않는다. 옵션 설정에서 저소음 모드로 설정하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열이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은 노트북 모드를 기준으로 상판 뒤쪽이며 키보드가 본체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키보드 쪽으로는 열이 전달되지 않아 쾌적하다. 키보드 자체는 얇은 편이지만 꽤 깊이 눌리며 반발력도 좋아 리듬감 있게 타이핑이 가능하다. 블루투스 5.2 버전이며, 와이파이 또한 와이파이 6E로 연결되고 특정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정할 수 있다.
다른 노트북에 비해 내장 스피커 성능도 좋은 편이다. 사운드 전문 기업인 하만 카돈이 인증한 스피커에 돌비 애트모스까지 탑재되어 있는데, 음량도 크며 저역도 꽤 나온다. 스피커 개수는 4개며 2개는 노트북 모드를 기준으로 상판 위쪽, 2개는 사용자 앞쪽에 놓인다. 이런 배치 덕에 입체감이 상당히 좋다. 모니터나 태블릿처럼 사용한다면 양 옆에 스피커가 붙어 있는 형태기 때문에 스테레오감이 좋아진다. 또한 4개의 마이크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어 화상 회의 시 잡음을 없애주고, 화상 카메라는 낮은 조도에서 생기는 화면 노이즈 감쇠 기능이 들어 있어 화상회의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화면이 크니까 배터리가 빨리 닳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배터리 용량은 75Wh다. 화면 밝기 60%, 음량 40%로 풀HD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테스트에서 약 11시간 정도의 사용시간을 보여줬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연결포트가 선더볼트 4(PD 충전, DP 포트 포함)를 겸하는 USB 타입 C 포트 2개와 3.5㎜ 오디오 콤보 잭이 전부다. 다행히 USB 타입 C 포트를 타입 A 포트로 바꿔주는 어댑터가 들어 있기는 하다. 본체가 얇기 때문에 다양한 포트를 넣을 수 없었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쉽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는 17.3인치의 접히는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활용성을 가진 제품이다. 공간만 허락된다면 외부에서도 17.3인치의 넓은 화면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고 태블릿, 이북리더 등 각각의 사용 장면에서 밝고 선명하며 시야각도 넓은 OLED가 큰 도움이 된다. 발열이 적은 만큼 전력 소비도 적은 12세대 인텔 코어 U프로세서도 준수한 성능을 보여줬다. 전문적인 이미지나 영상 편집 작업이나 풀옵션 게임이 아니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의 성능이다. 사실 기능이나 성능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제품만큼 시선을 끌 제품이 있을까? 폴더블 스마트폰도 아직 신기한데, 폴더블 노트북이라니. 회사와 주변의 시선을 한눈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노트북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