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정부는 데이터·인공지능 등 디지털 뉴딜과 신재생에너지 육성 같은 그린 뉴딜을 내세워 유망기업에 투자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넘치는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방면에 끌어들인다는 목적이다. 그래서 신규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들어 낸다는 목표다.
한국형 뉴딜펀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에 이어 등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야심작이다. 정부는 5년간 뉴딜 투자 재원을 190조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금융에서 100조원, 민간 금융 70조원, 그리고 국민 참여 펀드 20조원을 각각 조성한다. 뉴딜펀드는 정부 예산과 정책금융기관 자금 7조원을 모(母)펀드로 하는 ▲정책형 펀드가 핵심이다. 그리고 세제 혜택을 주는 ▲인프라 집중형 펀드와 뉴딜 기업에 투자하는 ▲민간형 펀드가 3종 세트를 구성한다.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나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국책사업에 민간자금을 대거 끌어들이려다 보니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이 벌어진다. 정부의 뉴딜 투자 참여 요청을 ‘팔 비틀기’로 받아들이는 정책금융기관과 금융회사도 적지 않다. 정책형 펀드에 연 3%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안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그 대신 사실상 원금 보장에 만기는 3년으로 앞당기고 펀드 손실은 10%까지 보전해준다. 이에 대해 불완전 판매라는 지적과 함께 돈 많은 투자자의 손실을 납세자 전체가 떠안는 문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 주도형 투자사업이 대통령 임기 후반 성과를 제대로 낼지 의문이다. 디지털 산업의 성장성과 뉴딜펀드의 영속성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름만 뉴딜이지 새로울 게 없는 올드딜이라는 혹평도 거세다. 사실 디지털 뉴딜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녹색 뉴딜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각각 맥을 같이한다. 게다가 국책사업은 정권 교체 시 영향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 때 33개까지 늘었던 녹색성장펀드 중 남은 것은 6개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청년희망펀드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래서 차기 정부에서 뉴딜펀드의 생명력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민간 투자자의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다.
뉴딜펀드는 또한 수익성 함정에 빠지기 쉽다. 뉴딜펀드는 유망 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고수익 사업은 민간에 맡기면 되지 정부가 나서서 투자할 필요가 없다. 관제(官製)펀드는 구축(驅逐)효과가 발생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 민간 자본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디지털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단기간에 수익률을 내기 힘든 사업이다. 프로젝트 선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식 시장에 잘못된 신호만 전달된다. 뉴딜 자금에 목맨 기업들이 사업을 과대 포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뉴딜의 탈을 쓴 부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나섰다”며 버블 조장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미 증시에선 반도체와 BBIG(전지·바이오·IT·게임)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각국은 디지털 전환을 겨냥한 경제혁신 정책을 펼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신규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2 for 1’ 규제완화 원칙을 시행한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1000억유로(약 140조원)를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유망산업에 대해 2년간 법인세를 200억유로(약 28조원) 감면해준다. 하지만 한국 국회에서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 등 반시장 규제 입법들이 폭주한다. 기업 투자가 되레 위축될 판이다.
‘규제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뉴딜은 성공하기 힘들다.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회복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문 정부의 임기는 불과 1년 반밖에 안 남았다. 뉴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없애는 일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지양하고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한 스마트정부를 지향하는 전략에 올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