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제는 內憂外患 지속에 위기 추락 일보직전
규제혁파 혁신촉진 친기업 정책으로 기업인 氣 살려야
재계의 큰 별이 졌다. ‘세계경영의 풍운아’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2019년 12월 9일 별세했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김우중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는 스피드 경영, 닥치고 공격 경영을 펼쳤다. 제품 수출을 뛰어넘는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곳곳을 경제 영토로 만들었다. 특히 동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그에게는 ‘킴기즈칸’이란 별명이 붙었다. 13세기 칭기즈칸 후예들이 동유럽을 침공,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후 몽골 기마병처럼 다시 등장한 한국 기업인이라는 의미였다.
고(故) 김우중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를 쓴 기업인이다. 맨주먹으로 대우를 재계서열 2위 그룹으로 일궜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경영 여파로 대우그룹은 아시아 금융위기 때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재벌의 대마불사 신화는 종언을 고했다. 무모한 차입에 의존한 확장경영의 말로는 참담했다. 무더기 부도사태와 혹독한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기업경영 패러다임을 바꿨다.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장서 개척한 그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오늘의 청년들에게 귀감이 된다. 기업가정신은 끊임없는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해 도전과 혁신, 리더십으로 기업을 성장해나가는 원동력이다. 기업가정신이 활활 타올라야 자본·노동·기술의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하며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을 뜻한다.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기업가정신 퇴조에 있다. 한국은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 순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중·하위권을 맴돈다. 기업인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한국 경제의 초석을 놓은 창업주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 최종건(SK) 박태준(포스코) 등 거목들이 모두 사라졌다. 구자경·구본무(LG) 신격호(롯데) 이건희(삼성) 정몽구(현대차) 시대도 막을 내렸다. 최태원(SK) 신동빈(롯데)과 함께 이재용(삼성) 정의선(현대차) 구광모(LG) 허태수(GS) 박정원(두산)이 재계의 리더그룹이 됐다. 이들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그룹을 지속 성장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떠안았다.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는 갈등과 분열을 낳고 노동시장은 유연성을 잃었다. 혁신성장은 구호에 그친다. 반(反)기업·반(反)시장 정책이 난무한다. 검찰·국세청·공정위는 기업 활동을 옥죈다. 정부의 대못규제·중복규제·소극규제는 신산업 출현을 가로막는다. 4차 산업혁명이 전방위로 확산하는데 공유승차 사업 앞에 빨간 깃발이 펄럭인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대한국 부품수출규제까지 대외적 악재까지 겹쳤다. 한국은 인구·생산·수출·투자·소비 등 모든 면에서 활력을 잃어가는 수축경제에 진입했다. 경제는 2.5~2.6%대 잠재성장률은커녕 2% 성장조차 힘겨울 정도로 맥이 빠졌다.
2020년 산업 전망은 암울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40개 산업 가운데 2019년보다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산업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석유화학과 소매 유통, 디스플레이 패널, 종합 건설, 주택 건설, 시멘트, 부동산 신탁, 할부 리스 등 8개 산업의 실적은 2019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2020년에 자동차 부품, 소매 유통, 디스플레이 패널, 생명보험 등 4개 산업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또 다른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인의 창조적 도전정신이 왕성해지고 야성으로 충만한 기업가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 새해에는 기업인이 신바람 나서 일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