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주요 이슈를 결정하는 곳이 베를린에서 브뤼셀로 옮겨져야 한다. 2003년 독일과 프랑스가 룰을 어겼던 잘못된 선례가 지금 해법을 찾기 어렵게 하고 있다.”(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
“EU는 계속 전진해왔다. 행복한 역사의 시기였다. 독일과 프랑스는 차이가 많더라도 극복해야 한다. 두 국가가 아니라 전 유럽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의 어떤 정치인도 EU나 유로존의 붕괴를 주장하지 못한다.”(요슈카 피셔 전 독일 부총리)
“유로는 ‘잘못된 결혼’과 비슷하다. 비현실적 기대감이 너무 컸다. 주요 과제는 미룬 채 서둘러 진행됐다. 단호하게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유럽이 경쟁력을 지닌 지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
“유럽 각국 국민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포퓰리스트보다는 건전한 정치지도자들이 지지를 얻고 있다.”(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
유럽연합이 유지될지, 유로존이 회생할지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의 입장은 ‘각양각색’ 달랐다. 지난 10월 ‘위대한 도약: 글로벌 위기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주제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주요 세션마다 논쟁의 주제는 바로 유럽이었다. 핵심국가와 주변국가, 북유럽과 남유럽 간, 중부 유럽과 동유럽 사이에 재정 위기를 겪는 나라와 부자 나라 사이에 간극이 넓었다. 마치 컬러풀 유럽이라 할 만큼 이해관계와 현재 입장에 따라 목소리가 달랐다.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머뭇거리는’ 독일과 프랑스를 몰아붙였다. ‘중립지대’인 북유럽에서 온 인사들은 더 강한 통합으로 나아가는데 정치적 리더십을 주문했다. 어렵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게 유럽의 공감대였다.
“유로존 붕괴는 이미 진행 중이다. 유럽 내 구조적 문제점들 때문에 유럽연합은 해체될 운명이다. 그리스는 내년에 퇴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어서 이탈리아 스페인이 퇴출되면 유로존은 와해될 것이다. 1년 내에는 아니더라도 2~3년 내 일부 국가 퇴출은 불가피하다.”(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유로의 문제는 주권은 각국이 갖고 있으면서, 돈만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해결이 힘들다.”(존 체임버스 S&P 의장)
“미국 플로리다주가 연방에서 탈퇴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다. 은행 부실과 사회보험 적자 해결에 연방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했다. 유럽연합과 미국 연방정부의 차이점이다.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년간 지지부진할 것 같다. 국채매입 등을 통해 재정 쪽의 유동성 확보는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쟁력 회복은 쉽지 않다.”(마틴 울프 FT 칼럼니스트)
미국과 영국의 학자, 기업인, 언론인들은 유로존의 장래에 대해 유럽 쪽 인사들에 비해 훨씬 비관적이다. 이들은 유럽과 같은 서방 진영에 속하지만 의견 차가 컸다. 어느 정도는 ‘남의 일’이고, ‘강 건너 불구경’인 탓도 있다.
아예 퍼센트로 제시하는 학자들도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회복할 가능성이10%, 해체 40%, 50%는 수년간 고통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10%는 해체, 10%는 기적적인 회복, 80%는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석학들과 유명 정치인들이 내놓은 진단과 해법은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있다. 판단은 그들의 청중이자 국민들이 할 일이다.
유럽 통합은 갑작스런 독일 통일이 촉매 역할을 단단히 했다. ‘거대 독일을 유럽 안에 묶어두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속도를 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유럽인들에게 무서운 위협이다.
피셔 전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 반도 주변 국가라는 점에서 유로존 퇴출은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문제에는 유럽 내부의 정치외교적, 지정학적 변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 아시아 3국은 ‘원 아시아’ 시대를 이끌면서 유럽의 공백을 채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3국은 공동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진행할 정도였다. 요즘은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일본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 이유다. 서방 쪽에 아시아 쪽, 동양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국은 대선이 코앞이라 국내 정치에 몰입해 있다. 잠시 요동치는 글로벌 정세을 넘겨다보고, 한국의 포지셔닝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