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현재의 주택 가격 하락이 멈출지 아니면 좀 더 장기화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현재 상황이 경기순환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인식이 더 지배적이기는 하다.
따라서 ‘주택가격은 일시적으로 내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절대 내릴 수 없다’ ‘부동산이 한 번은 크게 오를 것이다’라고 맹신하는 사람은 크게 줄어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해 바닥을 확인하고 싶은 심정은 매우 절실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지금 하나를 사야 하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는 배경에는 심리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악재가 국내 수출경기는 물론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1·2인 가구의 증가 및 고령화 등 소비 주체의 속성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부동산에 대한 미래의 기대 이익이 자꾸 감소하고 있다.
한편 공급시장은 경기상황에 비해 물량이 많은 편이다. 부동산 가격 과열기에 시작된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제야 대규모 아파트 공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붐을 탄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아파트 이외 소형주택 공급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저점 확인이 쉽지 않다. 아파트의 경우 직전 고점대비 약 10~25% 정도 가격이 하락했지만 주변에서 계속 신도시 개발로 추가 공급이 이어지고 있어 주택가격 회복이 쉽지 않다. 조금 회복할 만하면 더 새로운 주택이 더 싸게 공급되는 것이다.
반면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 중인 지방도시들 중에는 한동안 신규 공급이 중단됐다가 최근에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분양이 해소되는 등 활황을 나타내고 있다. 연말부터 정부부처가 이전을 시작하는 세종시 주변의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 여타 지역과는 온도차가 크다. 종합해 보면 부동산 시장이나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은 지역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의 매도나 매수에 있어 ‘정점이나 저점’을 확인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판단이 요구된다.
주택 등 부동산을 소비하는 패턴에 변화가 일면서 매매수요는 감소하지만 임차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형 주택은 보유했다가 노후자금을 위해 은퇴 전후로 처분하는 자산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주택일수록 보유보다는 임차로 소비하고 보유는 주로 현금화가 용이한 소형 주택을 선호한다. 그래서 대형 주택은 매매거래는 없지만 임차로 거주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러나 소형 주택은 조금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소형 주택은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면서 일부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중 금리보다 높은 임대료 수익에 투자 목적을 갖는 구매 수요도 많다.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소형 주택에 대한 보유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수도권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주택가격이 하락 내지는 약보합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의 경우에도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일부 하락세로 전환되는 지역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내년부터 과잉공급이 우려된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전체적인 경기변동의 판단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거시경제 회복에 따른 근본적인 구매력 회복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지역과 상품, 구매나 소비방식에 따라 경기변동이 더욱 세분화되고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시장과 경기에 대해서는 극단적 낙관론과 비관론도 경계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