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도록 독특한 워크숍을 가졌다. 제목부터 ‘우리 회사가 망하는 시나리오’였다. 전 임원과 핵심직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고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온종일 토론했지만 부족해서 내년 초 대안 중심으로 워크숍을 다시 하기로 했다.
이날 워크숍은 ‘회사가 망하는 방법’에 대한 역발상 접근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고, 이를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혁신 대안을 찾자는 시도로 마련됐다. 워크숍은 참석자 전원이 의 저자 짐 콜린스가 최근 발간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읽고 우리 회사의 현상을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CEO로서 듣기에 거북할 정도로 별의별 얘기들이 쏟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리먼 브라더스가 망했다. 절대로 망할 수 없어 보이던 금융 자이언트가 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기업이 망했다. 잘못된 의사 결정과 변화를 거역하는 조직은 망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우리에게 울리고 있는 사례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다.
우리 회사가 망하는 밥법으로는 중요한 것만 간추려도 CEO의 잘못된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제어장치 부족, CEO 자리의 잘못된 승계, 고객 중심 경영 실패로 인한 고객들의 이반, 구성원 간 신뢰 붕괴로 말미암은 조직문화 붕괴,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실패, 해외 사업에서의 결정적인 손실,비즈니스 모델 변화 관리 소홀 등이 도출되었다. 그 중 CEO의 리스크가 무엇보다도 크다는 사실을 CEO의 한 사람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최근 몇 년간 건설 산업의 극심한 침체와 경쟁자의 증가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도 수주 부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립 후 14년 동안 지속되면서 일부 구성원들이 가진 타성, 매너리즘, Easy Going 풍조, 적극성과 열정 부족 등도 문제점이다. 우리 회사는 독특한 경영철학과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실천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
우리에게 아직 위기가 가시화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위기의 싹은 우리 곳곳에 움트고 있다. 암세포와 같은 위기의 싹을 빨리 제거하고 또다시 점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Excellent Company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많은 업적을 남기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리더십 발휘가 매우 중요하다. 5년 전부터 치밀한 시나리오로 추진하고 있는 ‘CEO 승계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회사가 망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마치면서 나는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개척자의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역사는 소수의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결과입니다. 우리 회사가 100년 아니 1000년을 지속하는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