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최악의 비수기라는 7~8월, 업계는 무척이나 바빠진다.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려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대규모 할인, 경품 제공, 이색적인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패턴의 ‘고객 붙잡기’ 전략은 한계가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간에 쫓기게 되면서 고객들은 더 이상 이러한 직접적인 마케팅 활동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쇼핑몰을 단순히 ‘쇼핑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즐기는 ‘토털 라이프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제품을 더 싸게 사기 위해 쇼핑몰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편하게 즐기는 가운데 쇼핑도 하기 위해 그곳을 찾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트렌드 연구가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복합쇼핑몰을 집과 일터에 이은 ‘제3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재미있는 쇼핑공간일 뿐 아니라 편안하고 여유롭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생활공간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는 제3의 공간에서는 쇼핑몰의 본래 목적인 판매와 구매를 우선순위에 두기보다는 고객이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먼저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선진국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이 사실을 간파하고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몰오브아메리카, 일본의 커낼시티, 홍콩의 하버시티 등 각 나라의 대표적인 복합쇼핑몰은 고객이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동선을 체계적으로 설계했으며, 다양한 문화공연 등으로 정서적 여유로움을 제공한다. 즉 내 집 같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으로 ‘물건을 사라’는 것보다 ‘무조건 즐겨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도 실제 이러한 전략으로 오픈 1년 만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많은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선 설계 단계부터 남과 부딪치지 않는 여유로운 이동을 위해 16m의 넓은 동선 폭을 마련했다. 또한 수시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꾸준한 고객 참여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 결과 타임스퀘어는 고객 체류시간이 다른 곳에 비해 길고 이에 따라 연중 꾸준한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 쇼핑몰에 비해 남성고객과 유모차 고객의 비율이 높으며, 이에 따라 남성제품과 유아복 매출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고객이 편하고 재미있게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 직접적인 매출 상승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풍성한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더위를 피해 떠났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오고, 기업도 새로운 계획으로 남은 한 해를 준비하는 때다.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야 말로 현재 우리 유통업계에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한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고객이 스스로 오게 만드는 역발상적인 전략이야말로 남은 한 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