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에는 환율이 1달러당 1140원 정도까지 떨어질 듯하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환율 하락 추세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에 이미 1120원까지 하락한 후 그리스 재정위기의 여파로 잠시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 4월 한때 1100원대를 위협했다. 그러나 5월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재정위기의 전 유럽 확산, 천안함 사태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정부의 선물환 규제에 대한 우려, 미국 경제 더블딥 논란 등 시장 불안 요소가 연달아 나타나면서 환율의 변동성은 다시 확대됐다. 이 글을 쓰는 9월 초 현재 환율은 1170원대에서 꽤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시장 참가자들의 환율 하락 추세에 대한 믿음은 많이 약해진 상태다. 4분기, 즉 연말이 다가오면서 환율의 하락 추세가 재개된다는 필자의 예측은 세계 경제의 더블딥 위험에 대응한 미국과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시행, 그리고 이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투자심리 개선이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표들이 예상보다 호전되기는 했지만 미국 경제는 당분간 1%대의 부진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결국 올 연말 안에 ‘양적 완화’로 표현되는 통화 확대 정책을 낳을 것이다.
중국 정부 당국 역시 올 봄부터 유지해 온 긴축 기조를 확장 기조로 곧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시행한 여러 긴축 정책은 경기 및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미세 조정 차원의 조치이며, 미국 경제의 부진에 따른 수출 둔화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8%대 성장세의 유지를 위해 다시 내수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지표의 부진보다는 그 결과로 나타난 경기 부양책에 주목해 강세장을 연출할 것이며, 결국 해외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에 의한 주가 상승 및 환율 하락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이 예상된다. 물론 돌발 악재가 발생해 환율의 급등 내지는 변동성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알려진 악재들(유럽 위기, 미국 더블딥 등)이 환율의 급등을 야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럽연합과 IMF의 정책 대응이 유럽 재정위기를 성공적으로 진정시켰으며, 최근의 더블딥 우려 역시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결국 수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환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환율의 하락세를 제어할 것이다. 결국 4분기의 원·달러 환율 예상 거래 범위는 1140~120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의 하락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져 2011년 연말 환율은 10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본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신흥시장 주도의 세계 경기 회복이라는 ‘큰 그림’을 근거로 한다. 세계 경기 회복은 우리나라 수출 및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하면서 원화에 호재가 되는 한편 선진국, 특히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부진은 미국 금리 인상의 지연으로 이어지며 달러화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환율의 하락 추세에 대한 믿음은 결국 세계 경제의 회복 추세에 대한 믿음이다. 적어도 2008년 하반기가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있어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원화에 대해 달러화는 ‘반등 시 매도’가 기본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