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형 금융지주들의 지배구조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최고경영자 선임과 관련된 것이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낙하산 CEO 문제다. 우리금융, KB금융 같이 정부가 대주주이거나 과거 대주주였던 금융기관의 CEO 선임과 관련해 끊임없이 권치(權治)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판박이처럼 되풀이된 고질적인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소유 지분이 분산돼 있는 대형 금융기관에서 CEO들이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경영권 고착 문제다. 특정 금융기관에서는 실질적으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CEO도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조직을 변화시키고 경영 스타일도 바꿔야 하는데 장수 CEO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더 안타까운 점은 많은 경우 CEO가 장기간 집권하는 조직일수록 CEO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한 이사회가 CEO의 사람들로 장악돼 버린다는 사실이다. 견제장치가 무력화한 상황에서 CEO는 독단적인 경영을 계속할 것이고 이러한 경영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CEO의 경영권 장기 사유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권력투쟁의 결과처럼 보인다. 현 사태로 말미암아 신한은행의 브랜드 및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신한은행의 기업 가치 또한 하락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해결을 위해 이사회가 나섰지만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영권의 장기 공백으로 말미암은 경쟁력 하락뿐 아니라 차기 경영진 선임에 대한 관치의 가능성이 그것이다. 상대적으로 관치로부터 자유로웠던 신한금융그룹마저 낙하산 CEO가 장악한다면 한국 대형금융지주의 미래는 상당히 암울해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의 은행 역사를 살펴보면 낙하산 CEO들이 경영을 잘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대형 금융지주가 관치에 의한 CEO들로 메워진다면 향후 이들 금융기관의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는 은행 부실화로 직결돼 또 다른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한은행의 수장 선임에 관치가 개입되는 것을 이사회가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 더 이상 눈치만 살피는 이사회가 아닌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대표이사 선임을 비롯한 주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사회가 돼야할 것이다. 그 길만이 신한은행에 낙하산 CEO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금융기관도 경쟁을 기반으로 한 토너먼트 시스템을 도입해서 CEO 아래에 15명가량을 Pre-CEO로 뽑아 경쟁시키고 이들 중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CEO로 뽑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한 CEO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선진 금융기관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로 자리 잡고 있는 중임제도의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체도 모르는 메가뱅크 추구를 통한 외형의 확대보다는 경쟁력 확보에 핵심인 CEO 선임과 관련된 내적인 문제 해결에 금융권이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