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횡령, 뇌물수수 등 범죄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될까? 대법원은 범죄행위로 얻은 소득도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으면 충분하고 그 소득을 반드시 적법·유효하게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주의할 점이 있다. 소득세는 법인세와 달리 소득세법에서 과세대상으로 정한 소득에 해당해야 부과될 수 있다. 범죄소득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소득세법이 그 범죄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정해 두어야 한다. 철수가 남의 물건을 훔쳤다고 가정하여 보자. 소득세법은 절도행위로 얻은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철수가 절도행위로 얻은 이익을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어도 철수에게 절도행위를 이유로 한 소득세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세무서장이 뇌물을 받은 철수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건축사업 등 정비사업을 위한 조합의 임원은 뇌물죄 등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취급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4조). 그리고 소득세법 제21조는 뇌물을 과세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철수는 뇌물죄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받은 돈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뇌물에 해당한다. 철수가 2020년 5월에 뇌물 1억원을 받았다면, 철수는 2020년 과세기간 중 소득 1억원을 얻었다고 인정되어 그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사례와 같이 철수가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아 1억원을 모두 추징당한 경우에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할까? 철수가 뇌물을 받은 때로부터 약 3년 후인 2023년 5월에 뇌물을 추징당했다고 가정하여 보자. 철수는 뇌물로 얻은 이익을 잃었다. 하지만 철수의 2020년 소득세 납세의무는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미 성립되었다. 그렇다면 철수는 나중에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을 박탈당했다는 이유로 예전에 성립한 소득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있을까?
과거 대법원은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형사사건에서 추징판결이 확정되어 집행된 경우에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그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철수는 납부한 종합소득세 5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뇌물 등의 범죄에서 물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과거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견해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판결).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그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철수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과거 납부한 종합소득세 5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의 실질적 경영자가 횡령을 통해 얻은 범죄 소득을 나중에 피해자인 회사에게 반환한 경우에는 어떨까? 회사의 실질적 경영자가 횡령을 통해 얻은 범죄소득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으로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실질적 경영자가 횡령을 한 때로부터 몇 년 후 피해자인 회사로 횡령금을 반환하였다면, 실질적 경영자는 과거에 성립한 납세의무를 면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실질적 경영자가 형사재판 계속 중 횡령금을 회사에 지급한 것은 일반적으로 양형상의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이므로 과거에 성립한 납세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두35346 판결).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실질적 경영자가 횡령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 중에 횡령금을 반환한 사례에 관한 것이다. 실질적 경영자가 기소되기 전이나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 횡령금을 반환한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대법원 판단이 없다.
범죄수익을 반환하면, 이미 성립한 소득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때그때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후속 판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부장판사)에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