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자가 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과세대상이라고 정하면서 용역의 공급을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의하여 시설물 등 재화를 사용하게 하는 것’ 등으로 정하고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에 따라 임차인으로 하여금 상가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용역의 공급’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임차인이 임대인의 의사에 반하여 상가를 계속 점유·사용하고 있는 때에는 어떠할까?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옥순(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기 전과 똑같이 국가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될까?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은 임대차목적물을 더 이상 점유하거나 사용할 권리가 없으므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상가를 인도해야 한다. 그리고 임차인이 상가를 사용하면서 얻은 이익, 즉 차임 상당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임대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이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차임 상당액은 보통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약정차임이지만, 임대차계약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면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한 정당한 차임이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0535 판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는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 전까지 임대차계약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위 사례에서 임대차계약이 해지로 종료되는 시점에 임대차보증금이 550만원 남아있으므로 임대차계약은 존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임대차보증금에서 미지급 차임이 모두 공제되어 남은 임대차보증금이 없게 될 때까지는 영철은 옥순에게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월 11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7600 판결 참조).
그렇다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인도청구를 하고 있는 때에도 ‘용역의 공급’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해의 편의를 위해 상가임대차법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일반인의 시각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가를 사용하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상가를 점유할 아무런 법률상 또는 계약상 권리가 없다.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의하여 시설물 등 재화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용역의 공급’에 해당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인의 의사에 반해 임대차목적물을 점유·사용하는 것을 두고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용역의 공급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타인이 처음부터 무단점유한 경우와 임대차계약 종료로 무단점유한 경우를 따로 구분하여 전자는 용역의 공급이 아니지만 후자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라고 보고 있다(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 4-0…1 참조).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에서 “임대인의 해지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어 임차인의 점유가 불법점유가 되더라도, 임차인이 건물을 명도하지 아니하고 계속 사용하고 있고 임대인 또한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보유하고 있으면서 향후 월임료 상당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관계”에 있다면 용역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다38828 판결). 그리고 최근에는 명시적으로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차임 상당액이 계속 공제되어 보증금이 남지 않게 되더라도 계속 용역의 공급이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0다255429 판결).
즉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이 남아있고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점유·사용하고 있다면 용역의 공급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판례를 따르면 사례에서 옥순(임대인)은 영철(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 10만원의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그 10만원은 옥순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로 납부해야 한다.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에 이미 보증금이 모두 공제되어 남아있지 않다면 어떨까? 과세당국은 계속 용역의 공급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대법원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향후 판례의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부장판사)에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