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세계는 여러 차례 경제 위기를 맞닥뜨렸다. 그때마다 ‘양적완화’가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2001년 처음으로 도입했고,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막대한 돈을 풀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선택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S&P 글로벌 부회장을 지낸 경제전문가이자 하버드 수석 경제학자인 폴 시어드의 생각은 어떨까. 저자는 리먼 브라더스로 시작한 경제대공황과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는 혼란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저서 ‘돈의 권력’에서 위기 상황에선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며 양적완화를 옹호한다. “양적완화는 극단적인 조치가 아닌 훨씬 더 무해한 통화완화 방식”이라고도 주장한다. 책은 제1부에서는 화폐가 어떻게 생겨나는지와 막대한 정부 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플레이션 시대를 살펴본다. 이어서 2부에서는 양적완화란 무엇이고 세계는 왜 막대한 돈을 찍어내는지와 부의 번영과 불평등의 문제 등을 살펴보며, 마지막 3부에선 유로존의 국가부채 위기를 비롯해 위태로운 유로화의 미래와, 세계를 이어주는 국제화폐, 최근 화두로 떠오른 암호화폐의 미래를 살펴본다.
저자의 주장은 정부가 돈을 찍어내 인프라나 복지에 투입할수록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도 살아난다는 현대통화이론(MMT)을 토대로 한다. 그래서 저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제 부양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흔히 우리는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앙은행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돈이 만들어지는 방식 중 중요도가 가장 낮다. 상업은행이나 정부가 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상업은행은 대출을 실행할 때 돈을 만들어낸다. 보통 은행이 예금을 받아서 새로운 대출을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예금이 은행의 대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 예금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것은 곧 돈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국가 부채에 대한 인식도 오해로 가득하다.
정부가 걷는 세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할 때 돈이 시중에 풀리며 돈이 만들어진다. 정부는 화폐를 공급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개인의 논리와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개인은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 적자를 메우려고 돈을 빌리거나 저축을 줄여야 하지만, 정부는 서비스와 재화에 돈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시중에 돈을 유통시킨다.
기존 화폐 지위에 도전하는 암호화폐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안도 다루며,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 구매는 정말 의도치 않게 이뤄졌습니다. 4333달러나 되는 구매 금액에 확인이나 비밀번호 입력 절차 등이 없는 앱은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귀사의 그 멍청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적도 없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20년 테슬라에 보낸 메일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테슬라는 모바일 앱으로 차량 업그레이드를 구매할 수 있는데, 앱이 잘못 눌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업그레이드가 결제된 것이다. 나심은 테슬라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테슬라는 ‘결제 화면에 업그레이드 환불 불가 문구가 있다’며 거부했다. 책 ‘다크패턴의 비밀’의 저자 해리 브리그널은 2010년 ‘다크패턴’을 처음 정의하고 공론화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 숙박 예약 사이트부터 대선 후보 후원금 모금까지, 온라인 비즈니스가 트릭을 설계하고 사용자를 현혹하는 방법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 책은 미국 출신으로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가 1936∼1939년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진 ‘아랍 대봉기(Great Revolt)’에 대해 쓴 역사서다. 대봉기의 단초가 된 건 1917년 ‘밸푸어 선언’이었다. 팔레스타인 땅에 ‘민족적 고향’을 건설하겠다는 유대인들의 아이디어에 영국 정부가 지지를 선언하면서 유대인 이민자가 늘기 시작한 것. 유대인은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대봉기 당시 아랍인들은 폭력 시위를 벌였다. 이에 영국 정부 휘하의 경찰이 봉기를 진압하는 한편 극단적인 유대 시온주의자들도 가세했다. 특히 저자는 대봉기를 거치며 오히려 유대인들이 각성했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무력갈등을 촉발한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원을 아랍 대봉기 사건에서부터 찾는 접근법이 흥미롭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태도도 역사서로서 장점이다.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숨을 고르며 준비하다 2022년부터 본격 공략에 나서며 무섭게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또 핀둬둬의 테무는 지난해 7월, 한국 시장 상륙 후 1년도 안 돼 쿠팡의 자리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이렇듯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공세가 매섭다. 그 가운데 선두 주자는 알리바바다. 저자는 오랜 기간 알리바바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리테일 전략을 구상·실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숨겨진 전략과 성공 방정식을 책에 담았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저자는 두 번째 챕터에 알리바바의 핵심 전략을 총 7가지로 분석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전략을 파악해야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금서의 세계로 떠나는 책이다. 정치 권력, 종교 등에 의해 ‘나쁘다’고 규정된 책들이다. 시인이자 매일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인 김유태가 썼다. 매주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신간 100여 권 중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 10여 권을 골라내는 일을 오랜 시간 해왔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오늘날 출판계가 ‘안전한 책’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세상과 불화할 가능성을 애초에 제로로 가정하고 집필된 책은 독자의 정신에 아무런 생채기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 금서, 즉 ‘나쁜 책’은 곧 ‘좋은 책’이다. 금서이거나 금서였던 책 30권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옌렌커, 켄 리우, 이문열, 비엣 타인 응우옌, 팡팡 등 살아 있는 작가들과 나눈 대화도 담았다.
멀게는 70년 전에 출간된 책부터 불과 몇 년 전 세상에 나온 책들도 있다. 금서라고 할 때 흔히 고서를 떠올리기 쉽지만, 금서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와 함께 금서기행을 마치고 나면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책 속의 ‘나쁜 책’들로부터 상처받을 마음도 먹게 된다. 저자가 이 글을 쓰며 가장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