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매일경제’에 “대만 역술인이 ‘2024년 여행 때 뱀·돼지·소·양띠는 조심하라’고 하였다”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대만 역술인 차이상지의 발언을 소개한 것에 궁금증이 들었다.
왜 뱀·돼지·소·양띠는 여행을 조심해야 할까? 그 역술인은 이 발언으로 무엇을 노렸을까? 여행을 못 가게 해서 관광업계를 망치려 한 것일까? 사주술의 사회적 기능은 무엇일까? 왜 미신으로 치부되면서도 끊임없이 이러한 ‘점술 예언’들이 등장하는 것일까? 하나씩 따져보자
사주 신봉자들은 오랜 통계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부정론자들은 허황한 미신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중국 학자 홍비모의 의견을 들어보자. 홍비모 교수는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이지만 현대 중국이 배출한 큰 인문학자이다. 1958년에 상하이에서 중의학을 공부하여 의사로서 20년간 활동하다가, 이후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법률과 고문헌 연구에 천착한다. 1981년부터는 상하이 화둥대 어문학부에서, 그리고 1986년에는 같은 대학에서 고대법률문헌 교수가 된다.
또 서예에 능하여 중국 서법 학술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이렇듯 시·서·화·의술·고문헌에 능통한 그는 1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사주술에도 정통하여 1991년 <중국고대산명술>이란 사주 학술서를 출간한다.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44만 부가 팔릴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홍비모 교수의 사주론이다.
“많은 사람이 신봉하는 사주술의 논리구조는 심정적 인식체계에 근거를 둔다. 물론 그 심정적 인식체계는 진리라는 외투를 역사적·사회적으로 서서히 걸치면서 발전 돼 나왔다.
사주술은 천시(天時)를 근거로 인간의 운명을 말한다. 천시를 파악하는 틀은 바로 천간·지지이다. 그런데 과연 그 틀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규정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사주를 신봉하는 집단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주술을 미신이라든가 신화라는 굴레를 씌워 구석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연히 하나의 문화 사상으로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주술이 한 종류만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러나 사주는 당나라 때 초창기 이론이 형성되기 시작하여[당사주·唐四柱], 송나라·원나라·명나라·청나라를 거치면서 동시대의 사회경제 체제와 국교의 변화에 따라 변용을 거듭한다. 농경사회와 성리학을 근간으로 하던 송대에는 농경과 성리학에 부합하는 사주술이었다.
유목민인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점을 치는’ 별점(점성술)이 유행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몽고족의 별점이다. 칭기즈칸과 그 후손들은 세계제국을 세웠다. 그들은 유목민이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지금처럼 내비게이션이나 기상청이 없던 당시에는 날씨 예측이나 장거리 이동을 할 때 무엇이 그들을 안내했을까? 밤하늘의 별들이다.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점성술이 발전한 이유이다. 원나라의 복속국 고려에서도 당연히 별점이 주류를 이룬다. 원나라가 망한 후 사주술은 내용이 바뀐다. 중국 이시진의 <본초강목>과 조선 허준의 <동의보감>이 나온 17세기는 의학이 발달한 시대였다. 사주술은 의학을 수용하여 신종 ‘병약설(病藥說)’로 바뀐다. 서구 자연과학이 중국에 유입된 17세기 이후 사주술은 시대정신을 수용하여 ‘의사(疑似)자연학’이 된다. 당연히 중국 사주술을 수용하는 한반도에서도 사주술 내용에 변화가 따른다.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과학·의학의 발달은 사주술에 변화를 가져왔다. 예컨대, 남한과 북한은 사회 체제도 다를 뿐만 아니라 민주화나 세계화에서 차이가 크다. 또 체질·사유 체계·행동 방식이 다르다.
사주술 내용이 달라진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IT·반도체·무역·문화·관광을 바탕으로 하는 노마디즘 시대이다.
‘점성술’의 새로운 변용이 21세기 대한민국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몽고족(원)의 ‘점성술’은 어떤 내용일까? 그것은 흔히 ‘신살사주’라 일컫는다. 역마살·도화살·과부살·고신살 등이 그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역마살을 꺼렸다. 떠돌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마살이 있어야 무역·문화·관광에 유리하다. 홍염살·도화살이 사주에 있는 사람들은 연예인·서비스직으로 진출하면 성공한다. 옛날에는 ‘기생 팔자’라 하여 꺼렸지만, 도화살·홍염살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시절이다. 도화살·홍염살은 천부적 자산이다.
고신살(홀아비살)·과부살을 기피했다. 처녀·총각이 과부살·고신살이 있으면 아예 ‘마담뚜’가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자발적 비혼과 급증하는 ‘싱글’로 고신살·과부살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 흠이 아니라 ‘싱글’의 질적 행복을 누린다.
백호대살·괴강살·현침살·부벽살 등이 있는 사람은 정치인·종교인·군인·경찰·의료인·역술인 등이 좋다. 위와 같은 살을 가진 사람은 언행이 지극히 강하다. 때를 만나면 영웅이 될 수도 있다. 군인·경찰·검찰· 수술 잘하는 의사·침 잘 놓는 한의사·촌철살인의 대변인과 칼럼니스트들이 때를 만나면 크게 성공하는 신살이다. 대한민국을 문화·경제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어줄 이념적 토대는 ‘신살사주’여야 한다. 사주술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십이지로 보면 갑진년은 청룡의 해이다. 용은 상서로운 임금을 뜻한다. 그런데 청룡은 방위상 동쪽에 자리한다. 다른 한편 신살(神煞)로 보면 갑진은 백호대살(白虎大煞)이란 무서운 살(煞)이다. 백호는 흰 호랑이란 뜻인데, 흰색은 오행상 쇠(金)를 의미한다. 오행상 쇠는 방위상 서쪽이다. 백호는 서쪽에 자리한다. 호랑이도 임금을 뜻한다. 호랑이와 용 가운데 누가 더 사나울까? 백호대살은 피를 보는 살이라고 한다. 그런데 금과 목은 사주에서는 재물운이자 아내운을 뜻한다. 사회적으로는 큰 재물이 움직일 수도 있는 해란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변동성이 어느 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풍수학자다. 현재 우석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풍수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