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에 정점을 찍은 와인 시장이 최근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홀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술이 있으니, 바로 스파클링와인이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스파클링와인 수입액은 2022년 대비 7.8% 증가하며 처음으로 화이트와인의 수입액을 넘어섰다. ‘요즘 트렌드를 알려면 고개를 들어 편의점을 보라’ 했던가. 세븐일레븐의 경우 ‘파이퍼하이직 레어13’ ‘페리에주에 벨에포크14’를 비롯해 11만~34만원대 하이엔드 샴페인 5종이 열흘 만에 1만 병 이상 팔리기도 했다. 이 열흘간의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약 50배가 넘는 수치이다.
왜 하필 스파클링와인일까? 먼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도주 수요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의 말을 잠시 빌려보자. “샴페인에 취하는 건 다른 술에 취하는 것과 전혀 다르니까. 샴페인은 천박한 메타포를 불러오지 않는 몇 안 되는 술이다. 사람을 우아하고 가벼운 동시에 깊게, 그리고 사심 없게 만들어준다.” 그의 자전소설 <샴페인 친구>의 이 구절은 지난 몇 년 사이 신조어 ‘낮샴(낮에 샴페인)’이 만들어진 이유를 가늠하게 한다. 친구들과의 브런치에는 낭만을 불어넣고,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는 유연함을 불어넣어줄 정도의 가벼운 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 ‘낮샴’을 검색해보면 이 트렌드에 시동이 걸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샴페인이 대표 용어로 사용되지만, 실제 테이블에는 다양한 스파클링와인이 오르고 있다. 일찍이 흐름을 읽은 특급 호텔 라운지들은 낮부터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프로모션을 선보이거나, 애프터눈 티 세트에 가볍게 곁들일 수 있는 글라스 옵션을 마련하기도 했다.
즐기는 시간대가 다양해지면서 스파클링와인은 식전주로서의 이미지도 벗었다. 파티의 시잔을 알리는 건배주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 특히 생선 중심의 스시 오마카세에서 샴페인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셰프들이 일본 술만큼이나 신경 쓰는 리스트가 스파클링와인, 특히 샴페인이라고 말한다. 리스트의 상당수는 ‘브뤼(Burt)’다. 브뤼는 당도 등급 중 하나로, 리터 당 12g 이하의 잔당을 지닌 비교적 드라이한 술을 뜻한다. 식사에 스파클링와인을 곁들이는 문화가 성장하면서 지난 몇 년간 생산자들은 잔당을 리터당 6~8g 사이를 유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방식이 차츰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변의 진리는 있다. 연말과 신년, 로맨틱한 기념일이나 축하의 자리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것.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을 땐 빈티지 샴페인도 좋은 선택지에 오른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샴페인과 스파클링와인은 여러 해의 빈티지를 배합하는 논빈티지(NV)다. 물론 논빈티지 중에서도 샴페인은 최소 15개월 숙성해야 하고, 대부분의 샴페인 하우스가 3년가량 숙성 후 출시되고 있다. 반면 빈티지 샴페인은 특정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양조하여 최소 4년에서 10년, 혹은 그 이상 장기 숙성한 뒤 출시한다. 해당 연도가 레이블에 기입되어 있는 만큼 자녀의 탄생 빈티지 등 특별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모으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스파클링와인의 소비가 가장 많아질 연초. 이것만 기억해두면 좋다. 샴페인 오픈 시 45°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코르크 윗부분을 누르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병목을 감싼 뒤 병 아래쪽을 천천히 돌려 오픈할 것. 이때 엄지손가락으로 코르크 압력을 조절해 천천히 오픈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로 병뚜껑이 튀어오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오픈한 샴페인은 곧바로 테이블 위에 수직으로 놓으면 압력으로 인해 거품이 넘칠 수 있으니 잠시 기울인 상태를 유지해주자. 일상에 성큼 가까워진 술인 만큼 잔에 따를 때엔 파인다이닝의 소믈리에로 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잔을 테이블에 두고 병 끝을 잡아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오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맥주를 따를 때처럼 잔을 기울인 후 잔 벽을 따라 천천히 부으면서 수직으로 세우면 된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방법이 스파클링와인의 기포를 잃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더욱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장새별 F&B 콘텐츠 디렉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 미식 매거진에서 활동 후 현재는 스타앤비트를 설립해 F&B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