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부합시다
정현희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1만7000원
언론인 정진기는 1965년 만 서른여섯 나이에 매일경제신문을 창간하고 불꽃처럼 살다가 1981년 쉰두 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현대사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쟁쟁한 기성 언론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신생 신문사인 매일경제가 어엿한 일류신문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닦았다. 그는 한국 언론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회사에선 행여 직원들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경영인이었고, 가정에선 친구의 새 옷을 부러워하는 어린 딸의 투정을 귀담아 듣고 핑크색 레이스가 달린 옷을 선물하는 따뜻한 아빠였다.
정진기 매일경제 창업주의 딸 정현희 정진기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이 올해 정 창업주의 40주기를 맞아 부친의 삶의 궤적을 정리한 책 <우리, 공부합시다-늘 깨어 있는 참언론을 꿈꾸다>를 냈다. 이 책은 원래 2011년 정 창업주의 30주기 때 낸 책이지만, 지난 10년간 매경미디어그룹의 이야기 등을 보강해 개정판을 냈다.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회고록인 이 책은 그 어떤 인물평전보다도 생생한 에피소드로 가득해 정 창업주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한 신문배달 소년이 집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저는 고학하며 ○○일보를 돌리고 있는 김철수입니다. (중략) 여유가 되신다면 ○○일보 한 부 구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시 저자의 집에선 이미 ○○일보를 구독하고 있었지만, 정 창업주는 신문 지국에 전화를 걸어 한 부 더 넣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그는 집 앞에서 신문배달 소년을 기다렸다가 봉투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편지 잘 봤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이 책의 제목 <우리, 공부합시다>는 정 창업주가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이다. 학습에 대한 그의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게 늦깎이 어학연수였다. 정 창업주는 창간 후 7년이 지난 197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2년 전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언론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었다. 그는 본토에서 확실히 영어 실력을 키우겠다고 마음먹고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떠나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정 창업주는 직원들에게 지식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여러분은 자신의 힘으로 일정한 수준까지 성장해야 합니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 실력을 높여 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매일경제가 최고의 지식미디어를 목표로 내세우고, 2000년부터 대한민국 최고·최대 지식나눔축제인 세계지식포럼을 개최해 세계 각국의 국가 원수와 세계적 석학,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강연을 펼쳐내는 것도 정 창업주의 지식철학이 바탕이 된 것이다.
노 필터
사라 프라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RHK/ 1만9800원
‘즉석(Instant)’과 ‘전문(Telegram)’을 뜻하는 이름의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SNS다. 2010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사진 업로드 앱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1년 만에 1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매달 1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사진과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서 관계를 다지고 자신의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강화한다.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들을 탄생시켰고, 이들이 창출한 경제 규모는 수조원이 넘는다.
블룸버그통신의 기술 전문 기자인 저자는 3년간 두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를 비롯해 관련 취재원들을 인터뷰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담았다. 회사를 페이스북에 팔기까지의 과정, 소비자를 자극하는 기능을 계속 추가하면서 성장을 거듭한 비결, 두 창업자들이 성공을 뒤로하고 회사를 떠난 이유 등 인스타그램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준다.
2029 기계가 멈추는 날
게리 마커스·어니스트 데이비스 지음/ 이영래 옮김/ 비즈니스북스/ 1만9800원
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와 컴퓨터공학자 어니스트 데이비스가 AI의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지침서다.
저자들은 AI에 대한 과대광고들 속에서 우리가 하루빨리 기술의 현 상태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등장으로 알렉사나 웨이모 같은 기계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발전은 왠지 기대보다 더디다. 책에서는 오늘날의 인공지능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삶을 믿고 맡길 수 있는 AI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한다.
특히 인간의 정신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AI 연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기계가 스스로 추론하고, 언어와 세상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유연성을 갖추기를 원한다면 우선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마르타 페이라노 지음/ 최사라 옮김/ 시대의창/ 1만9800원
유럽 최고의 정보 인권, 기술 정치 사회운동가인 마르타 페이라노가 디지털 기술문화의 역사와 현재를 짚어보면서 그 실체와 허상을 밝힌다.
신종 기술 중독을 유발하고 소수가 대중의 행동을 설계하는 관심 경제, 첨단 기술이 낳은 생태 오염과 기업형 자본주의 알고리즘의 편향,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강대국의 데이터 감시와 반인권, 데이터 매매의 실상, 실리콘밸리의 실체 등 신흥 디지털 권력의 문제들을 경고한다. 더불어 P2P와 평등 문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스노든과 위키리크스 등의 내부 폭로, 여러 사회혁명과 전자 저항운동의 역사도 살핀다.
저자는 인터넷 기술 정치의 흐름과 사건들을 통해 가장 민주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어떻게 소수 지배계급과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위해 쓰이게 되었는지 디지털 기술 발전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모색한다.
세계를 매혹한 돌
윤성원 지음/ 모요사/ 3만5000원
지난해 출간된 <세계를 움직인 돌>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다. 고대 이집트부터 러시아 제국까지 2000년 보석의 역사를 다룬 전작에 이어, 이번 책은 근대 태동기에서 아르누보, 벨에포크, 아르데코, 레트로 모던을 거쳐 현재의 주얼리 이슈까지 담았다. 세계사와 얽힌 주얼리의 역사를 풀어내면서, 가치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예술과 산업 융합의 아이콘으로서의 20세기 주얼리를 이야기한다.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해마다 크리스티·소더비 경매, 뉴욕·라스베이거스·홍콩 주얼리 페어, 세계적인 주얼러와 주얼리 숍을 직접 취재하는 작가는 경매 신기록을 갈아치운 주얼리, 럭셔리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 앤티크 숍의 수장고까지 흥미로운 경험담들도 더했다.
또 윤리적 채굴에 대한 관심, 앤티크·빈티지 주얼리 등 지속가능한 주얼리를 통찰하면서, 어떤 주얼리를 소비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