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舊산업서 온·오프라인 갈등… 국민 후생 우선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 확산에 부응하는 정책을
말콤 글래드웰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인생의 지혜와 성공하는 기업의 전략을 탐구했다.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그는 구약성서를 인용해 강자를 만난 약자가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를 쟁취하는 비결을 파헤친다. 칼과 방패, 갑옷으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에 맞선 양치기 소년 다윗이 가진 무기는 돌덩어리 몇 개와 투석주머니뿐이었다. 그는 골리앗의 이마를 겨냥해 매섭게 돌을 날렸다. 다윗의 정확하고 강력한 돌팔매질에 골리앗은 손도 쓰지 못하고 쓰러졌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약자는 자신의 최종병기를 활용해 일방적 우위를 점한 강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스토리다.
비즈니스 세상에서 전통 강자가 무너진다. 디지털 플랫폼은 우후죽순처럼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역량을 키우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을 공격한다. 택시호출, 배달, 숙박 등 플랫폼 사업은 이미 일상에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사업영역을 무한 확장해 나간다. 많은 영역에서 신구 비즈니스 간 헤게모니 전쟁이 격화한다. 일부 세력의 플랫폼 참여 속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존 집단은 거세게 반발한다. ‘타다 사태’는 전통 택시 산업과 플랫폼의 갈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직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법률·의료·세무회계·부동산중개 등에서 플랫폼 상륙의 경보음이 울린다. 고객의 알 권리 보장과 가격 할인, 광고 규제를 놓고 이해가 충돌한다. 법률 플랫폼 ‘로톡’은 4000명가량의 변호사가 가입해 있는 스타트업이다.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변호사 광고, 법률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 회원 가입과 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변호사를 징계하고 나섰다. 로톡은 변협의 징계 규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성형·미용 정보 플랫폼과 의료계 분쟁도 로펌 시장과 판박이처럼 전개된다. 의사들의 성형 플랫폼 ‘강남언니’와 ‘바비톡’은 의료 정보를 모바일로 제공하고 병원 예약과 상담을 연결해주며 이용자 후기를 관리한다. 고객은 앱에서 수술견적 비용, 치료 전후 사진 등 정보를 얻는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유인, 광고 행위가 의료법상 금지된다며 해당 플랫폼을 고발했다.
100만 회원을 가진 국내 1위 세무회계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도 한국세무사고시회와 갈등을 빚는다. 자비스는 일반인의 종합소득세 신고와 세금 환급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세무사 자격증 없이 세무 대리업무, 세금환급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공인중개사협회와 부동산 플랫폼 간의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윈중개’는 매도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면제하고 매수자로부터는 수수료를 절반만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 안경 배송업체 ‘딥아이’는 도수 있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배송할 수 있는 사업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안경사협회의 반발에 사업 확장 길이 막힌 실정이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이익단체는 기득권을 빼앗길 수 없다며 저항한다. 회원사 이익 못지않게 고객 편익 증진이 중요하다. 고객의 선택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한다. 전통적인 업계 스스로 디지털 마인드로 재무장하고 고객 서비스 향상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 신구 사업 간 갈등과 마찰을 조율하는 정부 역할도 절실하다. 이익단체 눈치 보기 대신에 미래 산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후생 증대와 공정성, 효율성 제고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규율 대상 플랫폼과 육성 대상 플랫폼을 구분해야 한다. 거대 플랫폼의 횡포에 대한 규제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새로 자라나는 스타트업 플랫폼의 혁신활동을 저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