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작가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48)가 ‘닥터 둠’으로 변신했다. 6년 만에 새 책 ‘넥서스’(김영사)를 들고나온 하라리 교수는 “인공지능(AI)은 우리 종의 역사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책 제목 ‘넥서스(Nexus)’는 사전적으로 ‘결합’ ‘연결’을 의미한다.
책은 독일 작가 괴테가 쓴 ‘마법사의 제자’ 이야기로 시작된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마법사 스승은 외출하며 제자에게 한 가지 과제를 준다. 물을 길어 오라는 것. 귀찮음을 느낀 제자는 스승이 자리를 비우자 요령을 피운다. 제자는 빗자루에 마법을 걸어 물을 길어 오게 한다. 그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본다. 마법을 활용해 손쉽게 일을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제자는 빗자루를 멈추게 하는 마법을 몰랐다. 통제가 되지 않은 빗자루는 끊임없이 물을 날랐고 제자는 결국 빗자루를 두 개로 잘랐다. 그러자 두 개로 나눠진 빗자루는 각각 물을 길어 오며 마을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유발 하라리는 현시대의 빗자루가 AI라고 봤다. 지금까진 통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언제든 ‘기술력(마법)’ 부재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발 하라리는 AI를 두고 주체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시대 만들어진 기계와 결이 다른 셈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쇄기와 라디오는 단순히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장치이자 도구에 불과했지만, AI는 이미 인간의 통제와 이해를 벗어나 사회·문화·역사를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구성원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AI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례는 여럿이다. 유발 하라리는 2016년 미얀마에서 발생한 로힝야족 사건을 언급한다. 비무장 민간인 7000~2만5000명이 숨진 사건이다. 로힝야족을 향한 극심한 증오를 조장한 선전들은 대부분 페이스북을 통해 퍼졌다. 유발 하라리는 “반로힝야족 메시지들은 인간 극단주의자들이 만들었지만 어떤 게시글을 추천할지 결정한 것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이었다”며 “알고리즘은 자비심에 관한 법문이나 요리 교실을 추천할 수도 있었지만 증오로 가득한 음모론을 퍼뜨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을 앞서는 능력을 갖춘 AI가 ‘상호 연결’할 경우, 그야말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라리가 이처럼 기술혁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AI와 정보 네트워크 발전이 과거 기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이전의 정보 기술인 점토판, 인쇄기, 라디오 등과 다르게 AI는 스스로 결정하고 새로운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는 능동적인 행위자다. 정보 네트워크와 AI의 결합은 인간이 가진 자율성과 결정권에 영향을 끼치면서 최악의 경우 인류 존속에 핵폭탄급 재앙을 안길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호모 데우스 이후 갑자기 AI 전문가라는 평판을 얻게 됐다”며 “지난 8년 동안 AI의 위험성에 대해 수많은 토론을 했는데, 해가 갈수록 토론의 어조가 긴박해졌다”고 고백했다.
피자 한가운데에 꽂혀 있는 삼발이, 빵 봉지를 묶는 데 사용하는 금속 재질 끈.
지금은 흔해 빠진 물건이 됐다 할지라도, 처음 발견 또는 발명한 당시에는 모두 신제품·신기술이었다. 당대에는 모두 간절한 시대적·문화적 필요에 따라 꽤나 야심차게 탄생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며 너무 흔하고 하찮아지게 되면, 사람들은 그 물건을 이름 대신 ‘그거’라고 부른다. 책은 홍성윤 매일경제 기자가 쓴 화제의 연재물 ‘그거 사전’을 묶어 낸 결과물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름을 몰라 부르지 못했던 ‘그거’들의 이름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어느 날 ‘샴푸 용기 펌프가 눌리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C자 모양 플라스틱 그거’의 이름이 궁금해진 저자는 수많은 ‘그거’의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해 사물의 진짜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컴퓨터 그래픽카드 회사로 출발한 엔비디아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른 살에 엔비디아를 창업해 31년간 최장수 CEO(최고경영자)를 맡아온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만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젠슨 황의 유년 시절과 성년 시절을 두루 살펴보며 경영자로서의 성공 비결을 정리했다. 슈퍼스타이면서 동시에 ‘대만의 빛’으로 여겨지는 젠슨 황을 민족애(愛)에 갇혀 편향적으로 그려내지 않기 위해 다양한 경영 수치를 활용했다. 인터뷰 또한 원문 그대로 인용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젠슨 황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저자는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명마(名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책이 독자들의 “‘욕망과 야망’을 자극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썼다. 저자의 말처럼 젠슨 황의 꿈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불과 50년 전 한국에선 불임수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있었다. 1973년 모자보건법이 처음 발효됐을 당시 제9조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유전병이 있는 경우 의사는 보건사회부장관에게 불임수술 대상자의 발견을 보고해야 하고, 보건사회부장관은 그 환자에게 불임수술을 받도록 명령할 수 있으며, 그 명령을 통해 불임수술을 강제해야 했다. 신간 ‘우리 안의 우생학’은 한국 사회가 걸어온 역사 속에서 발견된 ‘사이비 과학’ 우생학의 흔적을 과학사, 의학사, 장애사, 젠더 연구의 관점에서 파헤친 책이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민족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 우생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우생학이 산아 제한을 통해 페미니즘과 연결된 과정, 한국의 가족계획사업, 산전 진단기술이 만들어낸 우생학적 공포, 우생학의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저자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한다.
표현이 선명해지고 이해가 쉬워지는, 작지만 결정적인 한 끗 차이 어휘 100개를 엄선해 알려준다. 우리는 어휘의 정확한 뜻과 쓰임을 모른 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난이도가 높다’ ‘엄한 사람 잡지 마세요’ 등 일상적인 말에도 오류가 있다. ‘난이도’는 ‘난도’로, ‘엄한’은 ‘애먼’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런 어휘력의 디테일 차이는 문해력 차이를 만든다.
책 ‘한 끗 어휘력’은 이처럼 사람들이 습관처럼 혼용하는 어휘를 크게 ‘오해의 영역’, ‘상식의 영역’, ‘교양의 영역’으로 나눠 문맥에 맞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어휘의 사전적 정의와 함께 풍성한 예문과 해설이 이해를 돕는다. 각 장별로 복습 문제를 마련했고, 마지막 장에선 어휘력을 늘리는 5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