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책은 한 해에만 수십 권씩 쏟아진다.
대개 기후위기에 경고음을 내는 책들이 언급하는 위기의 시점은 명백하게도 ‘미래’다. 큰 위기에 당면하리라는 저주의 시간은 근미래의 예측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간 ‘폭염 살인’의 저자 제프 구델은 좀 다른 시선을 유지한다. 미쳐 돌아가는 더위가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를 이미 ‘살인’하고 있음을 실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류의 담장 너머의 내일을 내다보지 않고, 오직 현재의 시점에서 극단적 더위가 자행 중인 살인극에 대해 쓴다. 저자는 “폭염 사망자는 이미 한 해 50만명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그사이, 실내 기온은 계급을 가르는 하나의 기준으로 고착화되는 중이다.
에어컨으로 오싹한 한기를 느끼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는 섭씨 46도의 아스팔트, 콘크리트, 강철 곁에서 한낮의 맹더위를 전신으로 빨아들인다. 에어컨 냉기 때문에 추워서 옷깃을 여미는 사람과 땡볕 열기에 속수무책으로 ‘구워지는’ 사람은 같은 계층이 이미 아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한낮의 열기를 감내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더위는 행성 지구의 ‘질병 알고리즘’까지 다시 쓰는 중이다. 가장 강력한 사례로, 저자는 미국 플로리다에 나타난 이집트숲모기의 출몰을 들여다본다.
코로나19는 ‘팬데믹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저자는 본다. 온난화로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막강한 메탄이 방출된다. 이로 인해 수만 년을 잠들어 있던 극지의 얼음은 더 빨리 녹고, 고대 바이러스가 현생 인류의 호흡기에 노출된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냥 시나리오만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다. 에어컨은 기후위기의 악순환을 촉진하는 사물이다.
이 책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3년,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을 벗어나 폭주하던 더위를 예견이라도 한 듯 출간되며 미국 내 화제가 됐다. 저자는 수년간에 걸쳐 남극부터 시카고, 파키스탄부터 파리 등을 오가며 폭염의 생생한 현장을 취재해왔다. 평균기온 섭씨 45도 생존불가지대에 살아가는 파키스탄 시민, 야외 노동 중 희생당한 멕시코인 노동자와 미국 옥수수 농장의 농부들, 그리고 수십 명의 기후과학자부터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까지 그들의 처참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진화의 속도를 넘어 폭주하는 더위,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예측 불허의 재앙 앞에서 에어컨의 냉기가 과연 언제까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극한 더위가 불러올 죽음의 연쇄 반응 앞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폭염 살인’은 우리 일상과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폭염의 기원과 실태를 정교한 필치로 그려낸 폭염 르포르타주다.
“추락하는 새부터 허덕이는 물고기, 말라버린 작물, 쓰러지는 노동자, 졸도하는 도시 산책자”에 관한 그 생생한 묘사는 여전히 ‘폭염 불감증’ 상태인 우리에게 “영화 ‘설국열차’가 얼어버린 지구 위를 돌 듯 뜨겁게 달궈진 지구 위를 ‘열국 열차’를 타고 도는 듯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1840년대 유럽의 식량 및 금융 위기에서부터 2020∼2022년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까지 최근 약 200년간 세계 경제 질서를 바꾼 7차례의 대전환을 조명한다. 책은 결핍, 공급 부족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 발전을 촉진하거나 시스템의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1840년대에는 식량이, 1970년대에는 탄소 에너지가, 근래에는 컴퓨터 칩이 부족하며, 이런 상황은 당국자나 경제학자가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했다는 것. 책은 위기가 단순히 몰락의 시작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조한다.
“위기는 초반에 죽음과 파괴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체로 나쁘게 생각되지만, 결국에는 더 나은 변화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지상에서 우주로, 부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
책 ‘스페이스 이코노미’는 민간 우주 개발 시대 투자와 창업의 핵심적인 변화를 분석한 우주 비즈니스 안내서다. 저자인 채드 앤더슨은 스페이스X와 로켓랩, 스카이워치 등 주요 우주 기업 투자를 주도한 ‘스페이스캐피털’의 설립자다. 책은 우주 상업화의 배경과 걸림돌부터 주력 산업과 주축 인물을 중립적이고 명확하게 정리한다. 저자는 시장에서 체득한 창업과 투자의 현실적인 교훈을 공유한다. 또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발사체 ‘스타십’ 등 미래의 산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주 경제 시장의 탄생부터 지켜보며 올바른 시각을 함양하는 일의 중요성을 통감했다”며 “책 전반에 걸쳐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긴 시간 어렵게 얻어낸 통찰을 많은 사람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수명 연장의 과학과 항노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균 수명 증가와 출산율 급감을 동시에 겪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젊음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법을 일러주는 책과 영상, 각종 항노화보충제와 식이보조제가 각광받고 있다. 책 ‘우리는 왜 죽는가’는 노화와 죽음에 관하여 생물학이 밝혀낸 의미 있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저자인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의 분자생물학자로, 우리 몸의 단백질 생산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보솜 연구를 통해 생명의 작동방식을 밝혀왔고,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죽음에는 생물학적으로 꼭 필요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수명 연장이 가져올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영원히 살려는 시도의 윤리적 대가는 무엇인지 등을 짚으며, 비범한 통찰력이 담긴 이야기를 우아하게 풀어놓는다.
‘아마존 디스토피아’는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선임 기자인 알렉 맥길리스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 아마존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비판적으로 파헤친 탐사 르포다. 아마존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지역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심지어는 정치와 민주주의마저 타락시켰던 현장과 그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회전문 인사와 로비, 세금 회피 등 아마존의 비리에 대해서도 고발한다.맥길리스는 “아마존은 미국이 어떤 상태로 변모해왔는지 이해하는 데 이상적인 틀”이라며 “모든 곳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면서 오늘날 미국을 변모시키고 있는 많은 요인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사람들의 대면 상업 활동을 줄이고 지역사회의 조세 기반을 잠식하면서 사회적 유대의 해체에도 일조하고 있다. 아마존의 일자리는 과거의 숙련되고 보람된 노동 가치를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는, 단순하고 고립된 저임금 노동일 뿐이다. 곳곳에선 로컬 기업이 소멸해간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