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는 꽤 오랫동안 나름의 판매 전략이 있었다. 프리미엄은 유럽, 파워트레인은 미국, 일본은 신뢰, 한국은 가성비를 담당했다. 물론 이러한 질서는 21세기 들어서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화두는 새로운 주자 중국, 좀 더 정확히 말하면 ‘BYD’로 특정되고 있다. 지난해 BYD는 전 세계 플러그인 전기차 시장점유율 22%를 차지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올 4월에만 해외에서 13만454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71%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후발 주자라고 더 이상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올 6월 BYD코리아는 국내시장에 ‘BYD SEALION 6 DM-i’를 선보이며 3000만원대 PHEV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간 출시됐던 수입 PHEV 차량에 비해 2000여만원 이상 싼 가격이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했을까. BYD의 강점은 ‘수직 계열화’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배터리 셀부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파워트레인, 반도체까지 자체 생산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원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경쟁사가 외부에서 사들여야 하는 부품을 BYD는 직접 만든다. 3750만원이라는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배경이다. 바로 그 차에 올라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 등 왕복 300여㎞를 시승했다. 처음 차에 올랐을 때 계기반에 표시된 이동 가능 거리는 980㎞. 좀처럼 줄지 않는 연료 게이지가 든든했다.
외관은 볼프강 에거 BYD 글로벌 디자인 총괄의 지휘 아래 ‘바다의 미학(Ocean Aesthetics)’을 테마로 완성됐다. 중형 SUV에 걸맞은 단단한 볼륨감과 전동화 모델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녹여냈다. 패밀리 SUV에 초점을 맞춘 실내는 1열 전동·통풍·열선 시트는 물론 2열 열선과 시트백 리클라이닝 기능을 지원한다. 넓은 면적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개방감도 놓치지 않았다. 적재 공간은 기본 425ℓ, 2열 폴딩 시 최대 1440ℓ까지 확장된다.
운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대형 터치스크린이다. 내비게이션, 공조, 드라이브 모드, V2L 제어까지 하나의 화면에서 처리된다. 카카오맵 기반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돼 국내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외부에 최대 3.3kW 전력을 공급하는 V2L 기능도 기본 사양이다. 전기톱, 전자레인지, 헤어드라이어 등 1kW급 전자제품을 동시에 두세 개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차박 캠핑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한 구매동기가 될 수도 있다. 공간 구성도 꽤 무난하다. 2열 레그룸은 성인이 앉아도 넉넉하고, 트렁크는 PHEV 배터리 팩 탑재에도 넓어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재. 여타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실내 인테리어의 플라스틱 마감이나 감촉 등이 외관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격 대비란 말이 떠오르는 건….
씨라이언 6 DM-i의 강점은 ‘DM-i(Dual Modeintelligent)’시스템이다. 기존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을 주력으로 삼고 전기모터가 보조한다. DM-i는 반대다. 전기가 주(主)이고 엔진이 종(從)이다. BYD 스스로 이 시스템을 ‘전기차 기반의 하이브리드(Electric-First Hybrid)’라고 부르는 이유다. 구성을 들여다보면 숫자로 증명된다.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30마력을 발휘하지만 전기모터의 최대출력은 204마력이다.
진보다 모터가 강하다. 전기 시스템이 진짜 동력원이고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고부하 상황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주행 중에 느껴지는 소음이 전기차와 다르지 않다. 뒷좌석에 앉아 방지턱을 넘을 때도 흔들림이 적어 놀라웠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타이어 노면 소음은 이와 대비됐다.
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 전기 모드 주행거리는 70㎞. 배터리가 바닥나면 하이브리드 모드가 작동되는데 이때 회생제동을 거쳐 충전된다. 충전되는 배터리 용량을 계기반에서 확인하고 물리버튼으로 직접 주행 모드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러니까 출퇴근 거리가 왕복 30㎞쯤 된다면 1주일 내내 주유소를 들르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전기차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시승 내내 확인한 수치는 좀 더 인상적이었다. 하이브리드 모드를 선택해도 시속 약 80㎞ 정도는 엔진이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한 차랄까. 복합연비는 국내 인증 기준 15.2㎞/ℓ, 시승을 마친 후 확인한 연비는 20.5㎞/ℓ나 됐다. 18.3kWh 배터리와 60ℓ의 연료탱크를 모두 활용하면 한 번 충전과 주유로 최대 1080㎞를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안재형 기자 · 사진 BYD코리아]